유도 간판 조구함 "스피드와 지구력으로 장신 선수 메칠 것"

이동환 2021. 1. 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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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cm 단신임에도 장신 선수 지배한 100kg급 세계 2위
'톰과제리'의 제리같은 스피드로 톰들 메쳐
"도쿄올림픽에선 자존심 회복할 것"
지난달 31일 서울 진천선수촌 유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구함의 모습. 조구함 제공


“부상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건 자존심 상해요. 스스로 부족했다고 느끼고 있어요.”

남자 유도 100㎏급 국가대표 조구함(28·필룩스그룹)은 첫 출전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16강 탈락했다. 훈련 중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어 왼쪽 무릎에 힘이 실리지 않았던 탓이다. 그는 피나는 재활을 통해 더 강해졌다. 2018년 세계선수권 금메달과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9년 각종 국제대회에서 5개의 메달을 휩쓸면서 지난해 2월엔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현재도 그의 랭킹은 체급 2위다.

도쿄올림픽의 해. 그는 오는 11일 약 11개월 만에 2021 도하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한다. 랭킹 36위 이내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올림픽 전초전 격 대회다. 조구함은 지난달 2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는 상대 장점과 저의 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며 “도쿄올림픽엔 실수 없이 완벽한 몸 상태로 나가기 위해 절실히 훈련하고 있다”고 열망을 드러냈다.

아시아 선수들이 득세하는 경량급과는 달리, 100㎏급은 기골이 장대한 러시아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다. 조구함이 가장 경계하는 랭킹 6위 일리야소프 니야즈(25·러시아)의 경우에도 185㎝의 큰 키에 불곰 같은 강력한 완력을 소유하고 있어 키 178㎝ 단신인 조구함이 상대하기 쉽지 않다. 조구함은 “아무래도 키 큰 선수들은 잡는 것부터 불편하고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장신 선수를 넘기는 조구함(오른쪽)의 모습. 필룩스그룹 유도단 제공


이런 거한들을 상대하는 조구함만의 비법은 스피드와 지구력이다. 조구함은 체급을 낮춘 2013년 이전까지 100㎏ 이상급에서 뛰며 장신 선수들을 상대하는 자신만의 플레이 방식을 단단히 다졌다. 빠르게 다양한 공격을 퍼부어, 지구력과 스피드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대를 지치게 만든 뒤 가장 자신 있는 ‘안뒤축 후리기’ ‘엎어치기’ 같은 마무리 기술로 경기를 끝내는 방식이다. 조구함은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서 톰을 골탕 먹이는 제리의 스피드를 생각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플레이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조구함은 누구보다 훈련에 성실히 임한다. 진천선수촌에서도 마찬가지.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되는 하루 4번의 훈련 중엔 1시간 내내 쉬지 않고 상대를 바꿔가며 대련하는 고된 일정도 포함돼있는데, 조구함은 지칠 줄 모른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다. 조구함은 “당장 일주일 후에 시합이 열려도 참가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연 유도대표팀 감독도 “조구함은 한 번 하라고 지시하면 열 번을 하는 성실한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새 소속팀인 필룩스그룹의 존재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조구함은 “배상윤 회장님과 필룩스 그룹이 제 가치를 최고로 인정해주시고 올림픽을 대비한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부분을 지원해주셔서 동기부여가 더 된다”고 말했다.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송대남 필룩스그룹 남자팀 감독도 선수촌에 있는 조구함과 매일 통화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구함(오른쪽)이 진천선수촌 유도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유도의 재미는 조구함을 정진하게 하는 이유다. “유도는 배움의 끝이 없는 종목이에요. 제가 아무리 잘해도 다른 부분에서 더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질리지 않죠. 큰 선수를 메쳤을 때 느끼는 희열감도 중독될 정도로 짜릿합니다.”

씨름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조기교육’은 그런 조구함의 강한 멘털을 형성했다. “선수는 힘들다”며 만류했던 아버지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유도에 빠져들자 결국 승낙할 수밖에 없었고, 이내 모든 시합에 따라다닐 정도로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아들의 담력을 키워주기 위해 새벽에 깨워 공동묘지에 데려다 놓기도,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유도복을 입고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하게 시키기도 했다. “그 땐 이해가 안 됐죠. 그런데 관중이 꽉 찬 경기장에서 큰 대회를 치르면서도 긴장이 안 됐을 때 아버지께 정말 많이 감사하게 됐어요.”

조구함의 꿈은 단순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행복한 인생’을 사는 거다. 이 때문에 눈 앞 성적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유도해 매진할 수 있다고 한다. “한 명의 유도인으로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후배들에겐 귀감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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