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변신한 피아니스트 김선욱 "100% 쏟아붓겠다"

강경루 2021. 1. 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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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독주회, 19일 정경화와 듀오 무대 등 이달 세 차례 공연
12일 KBS교향악단과 지휘 무대 주목
피아니스트 김선욱. 빈체로 제공

코로나19로 허기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1월은 선물 같은 시간이 될 듯하다. 이달 무려 세 차례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 김선욱(33)이 있어서다.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독주회(11일), 바이올린 여제(女帝) 정경화와 듀오 무대(19일) 등 저마다 기대를 모으는 굵직한 공연들로, 김선욱은 최고의 연주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7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김선욱은 “쉬지 않아도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라면서 “1월은 음악가로서 내게 중요한 시간이 될 것 같다. 매 공연에 100% 이상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김선욱의 이 같은 각오는 1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는 이날 지휘자로 공식 데뷔한다. 2010년 영국 왕립 음악원 지휘 석사과정에 들어가 역량을 차곡차곡 쌓은 김선욱이지만, 그의 지휘 무대는 좀처럼 없던 터라 국내외 팬의 시선이 쏠려 있는 공연이다. 이날 KBS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지휘(1부)하고,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지휘(2부)하는 김선욱은 “폭풍전야인 듯 설레고, 또 떨린다”면서 “완벽함에 얽매이기보단 자신감과 원동력을 얻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욱은 지난해 4월 영국 본머스 심포니를 지휘해 데뷔할 예정이었으나 공연이 취소돼 고국 한국에서 데뷔 무대를 갖게 됐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도 연주자 50명 이상 브람스 교향곡 2번에서 비교적 소편성인 베토벤 교향곡 7번으로 급히 변경됐다. 팬데믹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일련의 흐름에서 운명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적지 않다. 피아노 소나타 전곡(2012~2013년)을 완주하는 등 그가 베토벤을 꾸준히 연구해온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여서다. 그에게 숱한 역경을 거쳐 탄생한 베토벤의 음악은 늘 “셰프(연주자)로 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최상의 재료”이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신비한 마법” 같은 것이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빈체로 제공

그런 김선욱도 지휘봉을 들고 만난 베토벤은 새로웠다. 그는 “오케스트라로 접한 베토벤은 피아노로 호흡할 때보다 훨씬 광활했다”며 “7번은 특히 원시적 리듬 향연이 선율보다 주가 되는 곡이다. 심장박동 같은 생동감을 구현하고 싶다”고 했다.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 18살 최연소 우승으로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김선욱은 런던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등 유수의 악단과 협연하면서도 지휘자의 꿈을 계속 내비쳤다. 정명훈 무대 등을 찾아다니던 어린 시절부터 오래도록 소원하던 일이었다. 김선욱은 “피아노 연주가 직관적이라면, 지휘는 각양각색 악기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했다. 피아노와 지휘가 음악가로서 음악의 나무와 숲을 보는 과정이라는 말이었다.

독주회와 정경화와 듀오 무대도 그만큼 공들이고 있다.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세계 무대를 누빈 정경화와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독주회에서는 베토벤 안단테 파보리와 후기 피아노 소나타 전곡(30~32번)을 연주한다. 6월 3~5일 세계 최고의 악단 베를린필과의 협연 데뷔 무대도 단연 주목된다. 앨런 길버트 지휘로 세 차례에 걸쳐 한국 작곡가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인다. 2년 전쯤 베를린필 러브콜을 받았다는 김선욱은 “현대곡을 연주하는 게 21세기 연주자의 의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른 곡은 몰라도 진은숙 선생님의 곡은 내가 세계에서 가장 잘 치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지난해 11월 입국한 김선욱은 이달 말 재출국 해 파리 등 유럽 무대를 누빈다. 지난해 취소된 본머스 심포니와의 지휘 무대도 올 10월 예정돼 있다. 코로나19로 5월 LA필 협연을 비롯해 일본·영국 등에서 공연이 취소된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김선욱은 더욱 고삐를 쥔다고 했다. “음악가는 미래보단 현재에 충실해야 해요. 지금의 연주를 잘해야 다음 무대에 설 수 있죠. 저는 그래서 주어진 연주에 늘 감사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려 합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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