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재정 막 풀자는 단세포 논쟁 그만" 이재명에 직격탄

윤성민 2021. 1. 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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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대책본부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충돌했다.

정 총리는 7일 페이스북에 쓴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글에서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 총리가 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지사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모양새가 됐다. 평소 상대방 비판에 신중한 정 총리의 행보로선 이례적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 총리는 우선 “꼭 필요할 때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 경기 침체에 대처하면 궁극적으로는 경제 위기로 인한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기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 지사와 생각이 같다고 밝힌 것이다.

정 총리는 하지만 재정을 과감하게 쓰되 그 재정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서는 이 지사와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정 총리는 “꼭 필요한 부문에 대한 적재적소의 지원으로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갈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5일 서울 중구 명동의 점포에 임대문의 게시물이 붙어있다. [뉴스1]

정 총리는 또 “코로나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며 “우리 정부는 확장적 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고통에 비례해 지원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앞에 두고 정책을 펴고 있다”고 썼다. 피해가 큰 국민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선별적 지원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규모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보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6일에는 페이스북에 “소비 활성화를 통한 경제 회복과 소득 지원이라는 2중 효과를 낸 1차 지원금이 소득 지원 외에 경제 효과는 거의 없었던 2차 지원금보다 훨씬 선호도가 높고, 재정 집행 효율성에서도 뛰어나다”고 했다. 1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지원했고, 2차 지원금은 소상공인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가 큰 국민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했다. 이 지사는 또 “2차 선별 지원을 아직까지 끝내지 못하고 지금도 선별 중이라는 점을 보면 엄청난 행정 비용과 사회적 낭비도 문제”라고 썼다.

정 총리는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이 지사의 주장에도 반대 뜻을 밝혔다. 정 총리는 “해당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 차원에서는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썼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쌀국수 가게가 한산하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임대료를 포함한 3차 재난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총리실 한 관계자는 “우선 피해가 큰 이들에게 선별 지원을 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지 무조건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자는 주장은 온당치 않다는 뜻에서 정 총리가 글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정 총리가 글을 올린 지 6시간여 뒤에 정 총리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책 『진보의 미래』에서 과감하게 사회정책 지출 예산을 늘리지 못해 아쉬웠다고 회고한 부분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균형재정’ 신화에 갇혀있는 정부 관료들에 대한 이보다 더 생생한 술회가 있을까요”라고 썼다.

정 총리가 ‘균형재정’ 신화에 갇혀있다고 이 지사가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지사는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사는 문제’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때, (노 전) 대통령님은 어떤 말씀을 주셨을까요”라며 “그 고뇌의 뜻을 이어나가는 것은 남은 이들의 몫”이라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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