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지의 건치 에세이] 한겨울 뜨끈한 오뎅국물, 치아엔 재앙

전병선 2021. 1. 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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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흔한 겨울 풍경 하나.
코끝을 에는 겨울바람에 총총걸음을 재촉하다가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길거리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방앗간 찾은 참새처럼 휘장을 젖히고 조르르 들어간다. 그곳에는 이미 옹기종기 자리 잡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기어코 떡볶이를 먹고 어묵 국물을 한 컵 들이킨다. 그리고 서둘러 냉수를 찾는다. 이어 꿀이 뚝뚝 떨어지는 호떡까지 베어 문다. 그러면 미슐랭 별 다섯 개의 프렌치 레스토랑 코스요리가 부럽지 않게 된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퇴근길도 재촉하는 분위기여서 이런 풍경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겨울 하면 여전히 필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풍경이다.

겨울철 주전부리의 대명사 격인 붕어빵이나 어묵 국물, 호떡. 정겨운 음식들이지만 겨울철 치아와 잇몸 입장에서 보면 절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차가운 바람이 치아에 닿다가 뜨거운 국물을 갑자기 먹으면 안 좋다. 입안의 온도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치아에 자극이 가게 되고,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뜨거운 국물을 먹고서 바로 들이켜는 냉수나 찬 음료도 마찬가지다.

치아도 혈관처럼 온도변화에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급격한 온도변화는 치아의 단단한 법랑질과 덜 단단한 상아질 사이의 팽창으로 인해 치아균열을 초래할 수 있고 치아 신경에도 자극을 준다.

치아 균열이 생긴 채로 단단한 음식을 자주 먹으면 치아가 일부 깨지거나 부러질 수도 있다. 이미 충치가 진행된 사람이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 국물이 치아 사이로 들어가 치아 신경 가까운 곳까지 충치를 악화시켜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균열이 생긴 치아에 음식물이 닿으면 치아가 시린 증상을 느낄 수 있는데, 시린 증상이 지속하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치아 신경까지 자극된 상태로 결국 신경치료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가급적 온도 차이가 큰 음식을 섭취할 때 유의해야 한다.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국물 등의 뜨거운 음식과 냉수 등의 찬 음식을 먹기전에 미지근한 물로 먼저 치아를 안정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국물은 대부분 고기 육수를 우려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름기가 많다. 기름기가 많은 국물은 잇몸을 팽창시킨다. 또 치아표면에 달라붙은 기름기는 입속의 산성 성분을 증가시킨다. 이는 세균이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충치나 치주질환을 유발한다.

호떡, 붕어빵, 떡볶이, 어묵 등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게 하는 길거리 음식은 충치나 치주질환을 더 유발한다. 이들은 탄수화물을 비롯한 단당류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당도가 높고, 점착성이 높은 설탕, 꿀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또 치아에 쉽게 달라붙기 때문에 충치 발생률을 높인다.

특히 치아교정을 하는 사람이나 금이나 레진 등의 보철물을 한 사람은 뜨거운 국물 자주 먹는 것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국물의 높은 온도 때문에 교정 브래킷이나 와이어, 보철물이 마모되거나 변형돼 치아 사이에 틈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치아와 잇몸 건강을 위해 앞서 언급한 길거리 음식을 무조건 피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입안의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뜨거운 음식과 차가운 음식을 먹기 전, 혹은 그사이에 미지근한 물로 먼저 치아를 안정시켜주거나 적당한 온도에 맞춰 섭취하고 양치할 때도 치아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름기 많은 국물이나 호떡, 붕어빵, 떡볶이, 어묵 등의 당도가 높은 음식을 먹을 때는 미지근한 물로 자주 입안을 헹궈주고, 가능한 상황이라면 꼼꼼하게 칫솔질 및 치실, 치간 칫솔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치과 방문을 통해 구강 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예방하고 치아와 잇몸을 관리해야 한다. 겨울에 만나야 제격인 길거리 미식의 향연과 입속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실속 있게 챙길 줄 아는 독자 여러분들 되시기 바란다. 이지영 닥터이지치과 원장(치의학 박사)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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