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차인표 "젠틀맨 이미지에 갇혀 정체, 이제 감출것도 없어요"(종합)

이이슬 2021. 1. 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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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차인표가 ‘젠틀맨’ 이미지에 갇혀 정체기를 겪었다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를 통해 변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7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차인표’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 차인표의 실제 이름을 걸고 이미지 변주해 실제와 가상을 오가는 신박한 웃음을 전한다.

이날 차인표는 “제작사 어바웃필름 김성환 대표와 김동규 감독으로부터 5년 전 영화 제안을 받았다. 당시에는 가끔 영화 제의도 들어왔고 미국 작품도 제의를 받았던 터라 기회가 있었다”고 떠올렸다.

당시에는 출연을 거절했다는 차인표는 “대본을 봤을 때 기획이 신박하고 제목도 제 이름으로 돼 있었고, 실험적인 영화라서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면서도 ”저예산 영화로 만들면 배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 털어놨다.

이후 5년간 차인표는 자신의 입지가 달라졌다며 작품에 출연한 솔직한 마음을 꺼냈다.

“이후 4년이 흐르며 배우로 정체기가 왔다. 영화든 뭐든 하고 싶고 제 팬들한테 아직 잘 활동하고 있다고 상기시키고 싶었는데, 정체기를 겪었다.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찰나, 제작사 대표가 다시 영화 ‘차인표’를 제안해줬다. 메이저 투자사가 결정됐고, 또다시 제의를 받아 출연을 결정했다.”

차인표는 극 중 그 시절 영광과 인기, 이미지를 움켜쥐고 살아가는 차인표를 연기한다. 자신이 소재가 된 것에 부담이 없냐고 묻자 그는 “소재도 부담스러웠고 제목이 가장 부담스러웠다”며 웃었다.

차인표는 “제 이름으로 영화 광고도 될 텐데 자칫 희화화되지는 않을까 부담이 가장 컸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관객으로부터 외면받고 개봉한 지 모르고 끝나면 큰 상처로 남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실재와 허구를 오가는 차인표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는 “제삼자인 김동규 감독이 바라본 차인표가 영화 속 차인표다. 철저하게 김 감독이 해석한 거다. 그게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봤다. 대중이 제게 그런 이미지를 부여했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대본에 나온 대로 연기하고자 했다. 거기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단단히 결심하고 촬영했다”며 “실험적인 시도에 제가 소재로 사용된다고 해서 잔소리하기 시작하면 영화가 잘 안 만들어질 거 같았다”고 했다.

차인표는 “결정적으로 한 가지는 빼자고 이야기했다. 대본 속 차인표는 정치하고 싶어서 기웃거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 달랐다. 영화가 만들어지면 관객들이 이야기를 생각 안 하고 그 부분에 집중할까 봐 생략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차인표’는 애초에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으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1일 공개됐다. 그는 “코로나19가 없고, 극장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처럼 주목받을만한 영화는 아니지 않았을까”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서 운 좋게 넷플릭스의 선택받아 영화가 공개됐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기쁘다”면서도 “영화계 몸담은 사람으로서 영화를 만들어놓고 개봉을 못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생각하면 미안하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지난 1일 영화 공개 당일, 아내 신애라와 아들, 딸들과 함께 봤다고 했다. 그는 “공개 당인 가족과 함께 완성된 작품을 처음 봤다”며 “아이들이 좋아했다. 아들은 친구들이 좋아한다고 말해줬고, 두 딸은 사춘기라서 같이 봐준 것만으로 감사하다. 중간에 일어나면 어쩌나 싶었는데 끝까지 본 후 ‘아빠 수고했어’ 한마디 해주더라”고 반응을 전했다.

영화에 목소리 연기로 힘을 보탠 배우 신애라의 반응을 묻자 차인표는 “코미디를 기대했던 거 같다”며 “남편이 좀 불쌍하게 보였나 보다. 측은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라고 답했다.

본인은 만족할까. 차인표는 “영화를 한 달 만에 다 촬영했다. 저예산 작품이고 촬영 당시 장마에 태풍도 왔다. 세 번이나 촬영이 중단될 정도였다. 안전하게 모든 장면을 찍은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조달환은 극 중 오랜 시간 차인표의 매니저로 일해온 김아람으로 분한다. 차인표는 “매니저 역할은 실제 20여년간 함께 일하고 있는 제 매니저와 비슷하다”며 “저한테 안성맞춤인 매니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 중 매니저와 싸우다가 ‘네가 지금 월급을 받는 것도, 다 내 이미지 덕분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와 닿았다. 웃기고 슬펐다. 아마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연예인이 공감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차인표는 1993년 MBC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데뷔해 이듬해 ‘사랑은 그대품안에’(1994)로 톱스타가 됐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으며 만인의 이상형으로 꼽혔다. 대표 미남 스타로 꼽히며 90년대를 풍미했다.

그는 “‘사랑은 그대품안에’가 94년 여름에 방영되고 하루아침에 벼락 인기를 얻었다. 이후 러시아에서 한 달간 작품을 찍고 두 달 후에 군대 갔다. 복무 중 결혼도 했다.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이 훨씬 여유롭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차인표는 “당시에는 젊음에 감사하지 못하고 지냈다.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매일 감사하고 많이 표현하고 만나는 사람한테 충실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28년 차 배우 차인표는 지나온 길을 복기하며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그는 “혼자 착각하고 있던 게 있다. 대중이 나를 ‘젠틀맨’, ‘바른생활 사나이’라고 바라본다는 걸 중요시 여겨왔고, 그 이미지에 부합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그 이미지에 덧입혀왔다. 그 굴레에 갇혀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몇십 년 지나고 보니 그사이 저는 변화되지 않고 갇혀 있었다. 팬들은 이미 떠난 후였다. 영화 속 건물에 갇혀있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았나. 스스로 그 틀을 깨고 나올 방법을 고민할 때 만난 작품이 ‘차인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인표는 “제가 선택한 영화다”라며 “호불호, 흥행 성적과 관련 없이 영화가 공개됐다는 점에 어느 정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차인표는 이번 영화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그는 “마지막 상업영화 주연작이 ‘크로싱’(2008)이었고, ‘차인표’는 12년 만에 참여한 작품이다. 팬들이 ‘기다렸다’며 응원해주시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더라”며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니 내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기분이다.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노력을 해 팬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팬들과 소통을 위해 최근 SNS를 개설한 차인표는 “시대가 변했고 팬들이 SNS를 하고 있지 않나. 배우로 은퇴하지 않는 이상 계속 활동하고자 한다면 SNS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예전에는 저를 틀에 계속 몰아넣었던 거다. 이제 신비로울 필요가 없고 감출 것도 없다. 일상을 공유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시 배우의 삶을 산다면 어떤 모습일지 묻자 차인표는 뜻밖에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는 답을 내놨다.

“아무리 바쁘고 유명해진다고 하더라도 1년에 최소 몇 달간은 연극 무대로 돌아갈 거다. 기초부터 발성, 몸 푸는 법까지 잘 다지고 싶다. 드라마, 영화가 전장의 최전선이라면 준비가 잘 돼야 잘 싸운다. 배우로 꼭 필요한 기초를 쌓고 훈련해야 한다. 그걸 등한시 해왔다.”

차인표는 이후 계획에 대해 “송일곤 감독과 함께 TV시리즈를 영화로 개발하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면 제작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출 계획은 없다. 만약 혹시 하게 된다면 공부를 더 해서 나와야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차인표는 “실험적인 영화로 봐주시고 앞으로 계속 제작될 한국 코미디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넷플릭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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