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방문 앞두고 "코로나 백신 자체 구입" 과시한 이란
이란 중앙은행이 지난 2일 코백스 퍼실리티에 코로나19 백신 1680만 회분 분량의 대금 납입을 완료했다고 이란 반관영 매체 파르스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두 곳의 이란 은행과 세 곳의 유럽 은행을 통해 (코백스 퍼실리티에) 선불금 지급을 마무리했다”며 “미국 제재를 우회해 납입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스위스 직원을 통해 대금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란의 코로나19 백신 자체 구입 소식은 공교롭게도 한국케미호 나포를 놓고 한국 당국자들의 이란 방문을 앞두고 공개됐다. 정부는 한국케미호 선원들의 억류 해제를 위해 6일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단장으로 한 실무대표단을 파견했다. 10일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을 방문해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이란이 확보했다는 1680만 회분은 이란 전체 인구(약 8500만명)를 감안했을 땐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이란의 누적 확진자는 124만여명(5일 기준)에 달한다. 그렇지만 이번에 백신 구입 창구를 확보한 만큼 향후 추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게 됐다.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헤마티 총재는 코백스 퍼실리티에 납입한 선불금 규모는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란 중앙은행은 코로나19 백신을 추가 구입할 수 있는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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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 해제' 협상 없다 으름짱 놨나
이란 당국이 자체적인 백신 루트를 공개한 건 억류자 해제에 나서야 하는 정부로선 민감할 대목이다. 백신 확보를 과시한 이란이 '백신은 백신이고, 환경오염은 환경오염'이라는 식으로 나설 경우 억류 해제를 위해 정부가 이란을 물밑에서 유인할 카드가 줄기 때문이다. 이란이 느닷없이 공해 상에서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것을 놓고 이란의 속내는 한국에 묶인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5700억원)를 돌려받는 데 있다고 보는 해석이 다수였다. 이란 스스로 이런 불만을 내비쳤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앞서 5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박 나포가 ‘인질극’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 “만약 인질극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 자금 70억 달러를 근거 없는 이유로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엔 이란이 한국에 묶인 70억 달러를 동원하지 않아도 별도의 백신 구매 루트와 자금을 확보했음을 알린 것이라 결과적으로 한국의 백신 대금 카드를 무시한 모양새가 된다. 즉 억류자 해제 협상은 없다고 우회적으로 으름짱을 놓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포의 주체가 행정부가 아닌 혁명수비대인 점도 정부의 협상 리스크 중 하나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나포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정부와의 협의 없이 진행한 독자 행동인 것으로 보이는데, 혁명수비대는 대외협력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만큼 이란의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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