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한국도 교사 출신이 교육부 장관 할 수 있어야

신남호 입력 2021. 1. 7. 14:00 수정 2021. 2. 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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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호 기자]

2020년 12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흔히 우선순위로 꼽히는 교수나 정치인 출신을 제치고 교사 경력을 가진 라틴계 코네티컷 교육청장(education commissioner)을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미국도 교사 출신 장관이 간혹 있으나 흔하지는 않고 라틴계 장관 역시 드물다. 교사 출신 장관이 전무한 한국의 현실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상황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잘 알려졌는 바 여기서는 장관 지명의 배경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미국의 교육문제

미국 연방 교육부장관으로 지명된 당사자 미구엘 카르도나(Miguel Cardona)는 1976년생으로서 올해 46세다. 코네티컷주 메리던 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 교장을 거쳐 교육청장을 하다가 장관으로 발탁된 것이다. 먼저 2020년 12월 20일자 <뉴욕타임스>를 통해 바이든의 선거공약에 반영된 미국의 교육 문제를 본다.

특히 계층 및 인종간 불평등이 심한 미국에서 초중등 교육과 관련하여 취약한 지역의 학교에 대해 연방예산을 거의 3배를 증액할 것이라고 한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교사들의 급료와 교육활동이 원활하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문제, 트럼프 행정부에서 폐기한 학생인권조례의 부활문제, 공립대학에 대한 학비면제, 대학생 학자금 대출 탕감문제, 모든 3~4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치원 교육을 질높게 보편적으로 개선하는 문제 등이다.

이에 따라 장관 내정자 카르도나에게는 갈등의 소지가 있는 쟁점으로서 차터스쿨을 얼마나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교원노조에 대해 어떻게 협조를 이끌어낼 것인가, 성취도 평가를 위한 고부담 시험으로서 표준화 시험을 중시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놓여있다(기사제목: Biden Picks Latino Chief of Connecticut Schools as Education Secretary).

카르도나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
 
 미구엘 카르도나(Miguel Cardona) 미 교육부 장관 지명자
ⓒ 위키피디아
 
2020년 12월 22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렇게 전한다.

미국에서 교육불평등 문제의 하나로서 차터스쿨 선호현상이 뚜렷한데 이 과열 현상을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차터스쿨 등록생이 2011-2012년 210만 명에서 2018-2019년 330만 명으로 62%가 증가할 정도다.

차터스쿨은 공공예산을 지원받으면서 교육과정 운영은 사립형태를 띠는 자율학교다. 공립학교에 비해 자율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많이 선호하고 있다. 카르도나는 이 문제에 대해 부모의 학교선택권을 존중해야 하겠으나 궁극적으로는 교육의 공적 책무성을 위해 '공립학교'와 '차터스쿨'은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바이든이 팬데믹 하에서 대학생들의 연방 학자금 대출액 중 1인당 1만 달러(1100여만 원)의 부채를 탕감하는 것을 제안했던 바 이를 의회와 갈등없이 실행하는 문제가 있다. 연 수입이 12만 5000달러 미만의 가정의 자녀가 공립대학을 다닐 경우 수업료를 면제하는 일도 해야 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했던 학생인권조례를 복원하는 것도 과제다. 이 조례에는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제가 포함된다(기사제목: Biden to Nominate Miguel Cardona as Education Secretary).

카르도나를 선택한 배경

위 두 신문이 전하는 내용을 토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라는 비상한 사태의 크나큰 피해가 교육적으로는 초중등 학생들에게 가해진다는 사실로부터 중등교육을 살려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졌다. 그래서 현장 대응능력이 뛰어난 행정가가 필요해졌다. 여기에 바이든 민주당 정권은 그 속성상 약자를 끌어안는 데다 차별 및 배제의 키워드를 갖고 극우성향을 보였던 트럼프 정권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내각의 각료선임도 포용적인 관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카르도나가 풍부한 현장경험에 더해 이론적 분석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교사와 교장의 경력이 20년으로 짧지 않다. 이렇게 충분한 경험을 갖추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여기에 행정경험과 상황을 깊이 진단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카르도나는 2019년에 코네티컷 주 교육청장으로 임명된다.

이에 더해 그가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대학 겸임교수 역을 수행하면서 교육문제를 좀더 깊이 이해하는 역량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장이해, 행정 및 이론능력을 겸비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장공모제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점수 따서 교장으로 승진하고 있으며, 교사들의 석박사 학위가 승진을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경우가 있어 문제다.

셋째, 카르도나가 오랫동안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고민해 왔다고 본다. 그가 남미 푸에르토리코에서 이주 후 미국내 유치원에 다닐 때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없어 언어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성장배경 하에서 그의 박사 학위도 소외계층에 대해 영어교육 기회가 고르게 주어지지 않는 문제를 다루었다.

넷째, 현장의 반응을 보면 교육행정가 및 노조의 평가가 모두 호의적이다. 코네티컷주 공립학교 교육장 연합회 여성회장 프란 래비노비츠(Fran Rabinowitz)는 카르도나에 대해 중등교육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대안모색 그리고 현장과의 소통능력이 좋아 학생들 편에서 정책을 펼 것이라고 칭찬한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교사노조인 전미교사연맹 회장 랜디 바인가르텐(Randi Weingarten)은 메리덴 교육구에서 카르도나와 함께 교육정책을 논하며 협업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교사와 학교관리자가 협조하여 어떻게 학생들의 성취를 이끌어내는지 그 모델을 카르도나가 보여줬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자와 교원노조에 대한 카르도나의 깊은 존경심은 워싱턴으로 옮겨가면 그의 민주적 협업능력이 국가교육을 위해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바이든 당선자는 기본적으로 로마나 몽골이 이민족을 포용하듯이 다시금 소외계층을 끌어안고자 한 것이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이 유능한 현장교사 및 교육행정 경력자이면서 비주류 계층의 인물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상황

한국은 어떨까? 초대 안호상 문교부 장관에서부터 59대 현 유은혜  장관에 이르기까지 교수와 정치인 출신이 100%다. 2005년 성균관대 박사과정 조영기의 연구논문(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임용관련 요인과 리더십)에 의하면 1948년에서 2004년까지 통계에 의하면 46명의 장관 중 교수 출신이 41명이다. 그리고 위키백과 한글판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현재까지 직무대행을 제외하고 교육부 장관 13명 중 10명이 교수 출신이다. 물론 대학 총학장 출신도 다수 있다. 나머지는 정치인 출신이다.

다만 노무현 정부 시절의 윤덕홍 장관이 이화여고에서 교사로 8년을 재직한 다음 교수로 10년을 보낸다. 이어서 민주당원으로 정치생활을 한다. 적어도 20년 이상 초중등 교육에서 경험을 쌓은 경우에 비하면 부족한 감이 있고 교수와 정치인으로서의 생활이 더 길었다.

한편 교사의 참정권 차원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상황을 보면, 현재 유일하게 교사출신 국회의원으로서 강민정 의원을 꼽을 수 있다. 강 의원은 20년이 훨씬 넘는 교직경험, 교원노조 및 교육운동가로서의 경력이 의정활동의 바탕이 되고 있다. 아직 평하기에는 이르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의 교육불평등 문제, 초등학생 돌봄관련 특별법 수정, 교사들의 정치적 권리의 확보 등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교사들의 참정권은 일찌감치 우리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출직 국회의원으로 진출한 프랑스 교원의 비율은 1981년 총선에서 전체 491석 중 167석, 1997년 총선의 경우 577석 중 150석으로, 이전 20여년 동안 의회에 진출한 직종 가운데 단일 직종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신율, 한국의 정치·교육현실과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초․중등교원 및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방향과 과제", 한국교총 주최 37회 교육정책토론회 팜플렛. 전학선 교수의 논문 "프랑스 교육제도와 교원의 정치활동의 자유" 77-78쪽에서 재인용).

한국의 중등교육은 입시의 오랜 굴레 속에 놓여있어 창의성과 상상력의 발휘는 물론 인성과 인간교육 마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대인데도 학원을 전전하고 EBS 방송을 보며 교과서 중심의 반복학습과 문제풀이에 여념이 없다.

또 전국의 시골지역에 산재한 기숙형 보습학원은 얼마나 많은가? 공교육의 신뢰여부를 말해주는 것이 사교육인데, 코로나 사태로 잠시 주춤하다 사교육 업체의 주가는 계속 상승 중이다.       

한국, 전향적 사고가 필요

지금 교사로 시작하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부장을 거쳐 교육감으로 활동하는 행정가들이 많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7명의 교육감들 중 14명이 진보성향이며, 이 14명 중 10명이 전교조 위원장 혹은 지부장 출신이다. 즉 10명이 교사 출신이다. 이렇게 교육감 절반이 넘게 교사-교원노조 지도자를 거쳐 지방 교육행정직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은 장차 국가교육 행정을 수행할 역량을 차분히 축적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 이번 대선가도에서 중도하차 했지만 그녀는 교사 출신을 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소신을 밝힌 적이 있었다. 그리고 경쟁자였던 현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이 결과적으로 그녀의 공약을 실현한 셈이다.

결국 장관 후보자의 학력을 포함한 외적 배경보다 내적 능력을 중시하여 현장의 정서와 문제를 보다 정확히 인식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낼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내각구성의 상식에 부합한다. 적어도 이 상식에 충실할수록 한국의 교사들에게도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만큼 초중등 교육의 실질적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한걸음 더 나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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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교육칼럼니스트로서 진보 인터넷 매체 '민중의소리'에 기명칼럼 45편 정도 썼습니다. 저작으로 '논리의 망원경으로 내다본 세상', '말로만 교육개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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