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헬스장 운영의 정석.. 그들만의 비결 [이봉렬 in 싱가포르]
[이봉렬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중에 헬스장을 비롯한 실내체육시설에 내려진 집합금지 조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어준다며 9인 이하 학원도 허용하고, 태권도장도 문을 열며, 스키장이나 눈썰매장 등 실외 겨울 스포츠 시설의 운영도 가능한데 헬스장만 문을 닫으라는 건 부당하다며 집합금지 명령을 지키지 않겠다는 업주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운동 기구를 돌려쓰고 운동 중에 비말이 튀는 헬스장의 특성상 집합 금지 조치가 부득이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입장이 갈릴 때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겁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두 달 간의 전면봉쇄(록다운)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자 사적인 모임은 5명까지 허용하는 규제를 계속하면서도 헬스장은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을 했습니다. 코로나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던 그 당시에 어떻게 헬스장 문을 열게 할 수 있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 엑티브SG에 가입하면 헬스장, 수영장 등 여러 스포츠센터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입하면 회비를 받는 게 아니라 먼저 사용해 보라고 100 싱가포르 달러를 거저 줍니다. |
ⓒ 이봉렬 |
엑티브SG에 가입하면 싱가포르 곳곳에 있는 24개의 헬스장, 23개의 수영장, 그리고 체육관과 운동장 모두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용방법은 간단합니다. 싱가포르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별도의 조건 없이 회원 가입을 할 수가 있습니다. 회비는 없습니다. 오히려 처음에 가입하면 100 싱가포르달러(8만 2천원)를 가상 계좌에 넣어 줍니다. 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계좌에서 이용료를 차감하는 형식입니다. 일단 운동을 시작해 보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 헬스장, 수영장, 체육관, 운동장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이런 생활체육시설을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이 집에서 10분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2030년까지의 목표입니다. |
ⓒ ActiveSG 홈페이지 갈무리 |
싱가포르 정부는 2030년까지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이 집에서 10분 거리에서 헬스장과 수영장을 갖춘 이 같은 스포츠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시설을 늘리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국민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이런 싱가포르의 노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2014년에 시작된 이 엑티브SG 프로그램은 다음 해인 2015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스포츠와 혁신(sport and innovation) 부분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전면봉쇄 기간에는 엑티브SG의 모든 스포츠센터도 문을 닫았지만, 봉쇄가 풀린 후에는 관광명소나 놀이시설, 유흥시설 등이 아직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제일 먼저 이용을 허용했습니다. 국민들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게 궁극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방역을 위한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선 10제곱미터당 1명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인원 제한을 뒀고, 헬스장이 아무리 커도 최대 인원은 50명으로 제한했습니다. 인원 제한 및 방문자 기록을 위해 이용을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홈페이지나 전용 앱을 통해 사전예약을 받았습니다. 한시간 반의 운동시간이 끝나면 모든 이용객을 내보내고 30분 동안 기구 소독, 내부 청소, 실내 환기 등을 실시한 후 다음 시간 대의 이용객을 입장시키는 방법으로 헬스장 내의 청결을 유지했습니다. 모든 운동기구는 2미터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재배치하거나 일부 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서 개인 간 거리를 확보했습니다.
▲ 엑티즈SG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 운동기구를 재배치하거나 일부는 사용을 못하게 해서 사람 사이의 거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
ⓒ 이봉렬 |
이러한 노력 탓인지 매번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헬스장을 찾고 있음에도 아직 헬스장을 통한 코로나 집단감염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적절한 방역 규칙을 잘 따르면 헬스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론 동시 이용객의 수는 줄고 헬스장 내 방역 조치를 하기 위해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헬스장 업주가 져야할 부담이 늘겠지만 아예 문을 닫고 있는 상황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방역당국도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방역조치 기준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여론에 떠밀려 허용하는 게 아니라 헬스장 운영을 하면서도 방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이용 기준을 마련해 줘야 할 것입니다. 이 참에 헬스장 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영업이 가능한 업종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한국이 이른바 "K방역"을 자랑할 수 있었던 데는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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