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권력분립의 위기와 존중의 원리

2021. 1. 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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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우리 국민을 가장 우울하게 만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다.

행정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1856~1924)은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며 정년 보장과 정기적 급여가 주어지는 관료조직의 안정적 위상은 공무원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기심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게 할 것이라고 봤다.

이런 권력분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존중의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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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우리 국민을 가장 우울하게 만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살아온 생활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며 국민의 삶을 통째로 바꿨다.

다음으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 것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 180석 거대 여당의 질주로 인한 정치의 실종이었다. 그나마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고,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 오른 것이 위안이었다.

정치적으로 보면 지난 한 해의 위기는 권력분립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행정은 정치에 휘둘리고, 정치는 사법(司法)에 의존하고, 사법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입법부와 대통령이 정책을 주도하면서 행정부는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는 상대방의 허점이나 비위에 대해 가차 없이 형사 고발을 하면서 정치적 생사가 걸린 중요 이슈는 대부분 검찰과 법원에 판단을 맡긴다. 그렇다고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도 아니다. 불리한 판단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이들을 비난한다. 권력을 여러 기관에 나눠 견제와 균형을 달성해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권력분립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행정이 정치로부터 독립된 것은 19세기 한 정당이 집권하면 공직을 모두 차지하는 엽관주의에 대한 반작용에서 시작됐다. 행정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1856~1924)은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며 정년 보장과 정기적 급여가 주어지는 관료조직의 안정적 위상은 공무원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기심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게 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법원의 역할은 정치와 행정의 위법한 행위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런 사법심사를 정당화하는 근원은 법관의 독립성에 있는데 법관의 정년 보장 및 급여 유지의 목적은 다수에 의한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법관들을 자유롭게 만들려는 것이다.

독립적, 객관적으로 업무 수행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행정과 사법이 이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수당이 주도하는 입법부와 막강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실이 행정과 사법에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각책임제와 달리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동시에 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 행정과 사법의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된다.

물론 행정의 경우 원래 공익 추구를 이념으로 하지만 조직의 생존과 확대를 도모하는 모습도 보인다. 사법 역시 정치·이념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국민과 최소한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점에서는 선출된 권력으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와 대통령으로부터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된다.

이런 권력분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존중의 원리다. 행정은 사회문제 해결에서 전문성이 있고, 입법과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실현하는 정치적 책임성이 있고, 사법은 법의 해석과 적용으로 입법과 행정의 위법ㆍ부당을 시정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전문성이 있다는 점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코로나19의 종식도 올해 하반기는 훨씬 지나야 가능하다고 하니 더 우울하다. 권력만이라도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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