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경제읽기]기대감이 띄운 2021 증시..기대 이면의 하락 시그널 대비해야

송화정 2021. 1. 7. 11: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3000' 핑크빛 시대 열려..올해도 최상의 시나리오 전망
절정기 순이익률 기대 하지만 금융·재정 정책 따라줘야 가능
낙관적 전망 한번쯤 의심해봐야

2020년 주식시장을 한마디로 정리할 때 가장 적합한 단어는 '의외'일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버블 붕괴를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결과는 연초 대비 주가가 30% 상승하는 걸로 끝났기 때문이다. 질병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이다.

의외의 결과가 벌어지다 보니 지금은 반대로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좋아졌다. 3000이란 마디 숫자를 넘는 것은 당연하고 그동안 우리 시장에서 외면 받았던 다양한 성장 요인들이 주가에 반영되는 새로운 국면이 벌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 올해 주식시장에 기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요인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낮은 금리다. 올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0%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능성은 이미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데 금리선물을 가지고 계산하면 최소 2023년까지 Fed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답이 나온다. 작년 금리를 내릴 때 Fed가 약속했던 시한과 똑같다.

기준금리가 정책 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통계를 보면 금리를 처음 인하한 시점부터 다시 인상할 때까지 평균 33개월이 걸렸다.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3년 가까이 인하를 계속하거나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얘기가 된다. 2019년 7월에 처음 금리 인하를 시작했으니까 앞의 평균 인하 기간을 적용할 경우 다음 금리 인상까지 15개월이 남았다. 2022년 중반이 돼야 금리 인상이 시작된다는 얘기인데 올해는 금리에서 자유로운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이 더 공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축소는 없을 것이다. 유동성 공급 규모는 각국 정부가 재정 정책을 어떤 형태로 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경제 사정을 감안할 때 축소는 선택안에 들어가 있지 않을 것이다. 기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없고 유동성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올해 금융환경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익은 판단이 필요하다. 작년에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주당순이익(EPS)이 17.3% 감소했다. 올해는 기준점이 낮아진 영향으로 27.3% 증가할 걸로 전망된다. 국가별로 둔화폭이 컸던 브라질, 러시아, 일본의 이익 증가폭이 큰 반면 유럽은 2020년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익 증가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익 달성 여부다.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매출액과 마진을 나눠서 분석해야 한다. 올해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매출액이 각각 7.4%, 1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V자 형태로 반등하는 것을 가정한 수치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와 유사한 모습이다. 이 그림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전망이어서 달성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마진율이다. 올해 선진국과 신흥국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각각 9.5%, 6.7%로 2017~2018년 경기호황기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세계 경기가 좋아지기는 하지만 이는 작년과 비교한 수치다. 이익률은 지난해가 경기 둔화기였던 사실과 무관하게 움직이는데 올해가 경기 회복기인데도 불구하고 절정기 순이익률을 기대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이익 전망이 이렇게 높아진 건 주가 때문이다. 작년 3월 이후 주가가 급반등하다 보니 전망이 낙관적으로 변했고 그 영향으로 이익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문제는 현재 주가가 이렇게 높은 이익을 기반으로 형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예상하고 있는 이익이 채워질 경우 주가가 그런대로 유지되지만 예상에 미치지 못하거나 줄어들 경우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의외로 좋지 않을 수 있다. 2002년이 그랬다. 9ㆍ11테러 이후 연속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주가가 배 이상 오르고 경제와 이익 전망이 좋아졌지만 현실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6개월만에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올해도 실물경제와 주가 사이의 괴리는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경제가 좋아지고 금융과 재정 정책도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나와야 한다. 경기가 회복되는 와중에 강력한 부양 정책을 쓰는 건데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에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도 올해 시장에 부담이 된다. 금융위기 이후 Fed는 세 번의 양적완화를 시행했었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 때마다 주가가 상승했는데 최대 3년에 걸쳐 주가가 올랐지만 상승률은 80%를 넘지 못했다. 작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 시작된 후 코스피가 10개월간 80% 넘게 올랐다. 정책 효과가 주가가 충분히 반영됐다는 의미인데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힘이 필요하다. 올해 주식시장의 초점은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계속 유지되느냐가 아닐 것이다. 높은 주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우려는 투자 종목에도 적용된다. 주식시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특정 섹터나 국가에 대한 쏠림 정도, 경제 대비 주가가 고평가 여부 그리고 대체 투자 대상인 채권에 비해 주가가 싼지 비싼지를 감안해야 한다. 이중 지금 가장 유용한 방법은 특정 섹터에 대한 쏠림 현상을 보는 것이다.

오랜 시간 글로벌 주식시장이 성장주를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과거 미국 시가총액 1위 업종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0%였다. 최대는 IT 버블 때 35%였는데 지금도1위 업종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 정도된다. 역사상 상위 3~4%에 속할 정도로 드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IT 버블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쏠림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주가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작년에 주식시장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상승했다면 올해는 좋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부진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전에도 그런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2000년에 10%에 달하는 경제 성장과 지속적인 금리 인하로 주가가 높은 상승을 할거라 기대했지만 그 해 50% 가까운 하락을 기록했다. 주가는 사람들의 기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선행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의외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