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상조·정밀진단..주인과 함께 늙는 '노령견' 시장
16세 닥스훈트 A는 최근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보호자는 물론 전담 관리 서비스를 해왔던 애견 유치원 ‘개러리아’ 측 인사도 대거 참여했다. A의 거동이 불편해지자 개러리아 노령견 전용 서비스를 신청, 개러리아 애견호텔에서 숙식과 운동, 응급처치 등을 받아왔다.
김유라 개러리아 대표는 “회원견 중에 노령견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관리해달라는 보호자 요청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체계적으로 대신 관리해주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질 즈음 맡기더라도 평균 생애주기 대비 3년 정도 더 살다 생을 마감하는 노령견이 많다. 제휴된 상조 회사가 있어 장례 절차까지 원스톱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려동물 산업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관련 시장은 계속 성장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3조3753억원으로 커졌다. 자료에서는 오는 2027년까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점차 관련 서비스, 제품도 세분화, 진화하고 있다. 이 중 반려동물 업계는 노령견 시장을 새롭게 주목한다. G마켓 관계자는 “고객 요청이 많아 노령견 전용 사료, 건강기능식품 섹션을 따로 만들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령견 시장 왜 뜨나
▷7~12세 비중 전체 가구 45%
통상 반려동물, 이 중 개, 고양이의 수명은 10~15년, 좀 오래 살면 20년 전후다. 국내 반려동물 가구 수는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 기준 전국 591만가구에 달한다. 반려견 598만마리, 반려묘 258만마리 등 반려동물 856만마리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전인 2018년 대비 80만가구가 증가했다.
이때 주목할 것은 10년 전과 비교한 수치다.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중이 2009년에는 17.4%였다. 이게 10년 만에 26.4%로 급증했다.
보통 생애주기상 노령견을 7세 이상으로 분류한다고 쳤을 때 10년 전부터 키워왔던 가구에서만 약 300만마리 이상이 노령견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누적 등록된 전체 반려견 중 사람의 장년·노년층에 해당하는 7~12세가 절반에 가까운 45.56%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 보험 비교 서비스앱 ‘펫핀스’를 운영하는 심준원 대표는 “노령견이 되면 관절 질환은 물론 심근경색 등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수 있는데 병원비 등 관련 경비가 나이가 들수록 많이 들어가는 구조다. 관련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노령견 케어 관련 수요가 점차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진국 시장을 보면 한결 이해가 쉽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전 세계 동물용 의약품 제조사 1위 조에티스 주가는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0년 3월 중순 9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12월에는 160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각광받는다. 특히 최근의 주가 상승에 노령견일수록 잘 걸리는 동물용 피부질환 치료제 인기가 한몫 단단히 했다는 분석이다.

▶어떤 제품 뜨나
▷부드러운 사료, 간식 대세
이 같은 분위기는 단연 유통가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다.
11번가는 최근 ‘더독 닥터소프트 부드러운 노령견 사료 1+1’ 이벤트로 히트를 쳤다.
이처럼 노령견 시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사업군으로 특화 사료 시장을 들 수 있다. 관련 제품도 가장 다양하다.
‘알포 리틀프렌즈 노령견케어 사료’는 6세 이상 반려견을 위한 제품을 지향한다. 치아와 뼈가 약한 노령견을 위해 소화율이 뛰어난 고품질 양고기 단백질을 써 칼슘과 인을 풍부하게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열(熱)발포 처리 과정을 거쳐 치아가 약한 노령견도 잘 먹을 수 있게 만든 ‘더독 닥터소프트 치킨 노령견용 사료’도 인기다.
노령견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노령견용 종합영양제 ‘핏펫 베터 시니어 멀티케어’는 글루코사민, 코엔자임Q10, 오메가3, 루테인, 유산균이 들어있다. 회사 측은 관절과 뼈 통증 완화, 염증성 장질환 완화에 도움을 주며 노화 관련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소개한다. 간식도 신제품이 잇따라 나오는 중이다. 주베베가 내놓은 강아지 츄러스 ‘츄러스틱’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종전 딱딱한 스틱형 껌류 제품과 차별화, 노령견도 쉽게 먹을 수 있게 식감을 부드럽게 개선해 각광받는다.
반려동물 전용 식품 브랜드 원데이케어는 아예 노령견을 겨냥, 관절•눈•피부•면역•구강 등 특정 신체 부위에 영양을 제공하는 기능성 영양 간식 ‘임팩트릿’ 4종을 내놓기도 했다. ‘임팩트릿’은 1일 1회 급여를 통해 반려동물의 하루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제품으로 망막 보호에 도움을 주는 루테인, 면역력 향상을 위한 오메가3 등 몸에 좋은 성분을 넣었다는 설명. 먹기 편한 사이즈와 모양, 부담 없는 경도의 부드러운 텍스쳐로 작은 견종도 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신상곤 원데이케어 펫케어 사업부 본부장은 “펫케어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맛’을 강조한 일반 간식에서 벗어나 노령견을 위해 부위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능성 영양 간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라고 전했다.
요실금 있는 노령견을 위한 기저귀도 인기다. ‘와우 크린세이프 애견 기저귀’는 아기용 기저귀처럼 통기성 보장은 물론 강력한 샘방지막도 추가했다.
노령견, 노령묘 전용 운동기구도 있다.
반려동물 수중보행운동기 제조회사 ‘에이블디자인스’의 ‘조이풀’은 대당 1000만원 이상 호가하지만 동물병원, 호텔, 유치원 등에 40여대 이상 팔려나가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조기한 에이블디자인스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활성화됐지만 3~4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관심을 못 받다가 최근 노령견 건강 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통증 없는 근력 강화 운동 용도로 인기”라고 소개했다.

▶노령견 전용 서비스도 등장
▷장례 대비 반려동물 상조 서비스도
펫핀스는 최근 반려동물 장례식장 ‘21그램’, 상조 전문업체 대명아임레디와 손잡고 국내 최초 펫상조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반려동물 장례식을 치르는 문화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장례 비용도 무시하지 못하자 아예 반려동물이 살아 있을 때부터 관련 비용을 준비해두는 금융 복합 상품이다.
심준원 대표는 “노령견 수와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전문업체와 손잡았다”고 설명한다.
VIP 의전 서비스처럼 노령견 가정에 전문 인력을 파견, 정기구독 방식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성업이다. 애견 서비스 스타트업 ‘브이아이펫’에서 내놓은 노령견 전문케어 서비스 ‘펫VIP’에 가입하면 전문 펫 매니저가 노령견 미용, 산책,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
이지은 브이아이펫 대표는 “노령견의 경우 10㎏ 미만은 회당 5만~7만원, 월 2회 이상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15만원 정도로 일반견 대비 가격을 높게 책정했는데도 반응이 뜨겁다”고 귀띔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1호 (2021.01.06~2021.0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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