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모 "때렸지만 상습학대·학대치사는 아니다" 대부분 혐의 부인

"복부손상, 심폐소생 때 발생" 주장
"정인이에게 너무 미안" 오열도
檢, 살인죄 적용 공소장 변경 검토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는 정인이 양모 장씨. 왼쪽은 입양 전 정인이의 밝은 모습. 연합뉴스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장모(34)씨가 여전히 대부분 혐의를 부인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체벌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뼈가 부서지거나 장기가 훼손될 만큼 학대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심각한 학대 정황들에 대해서는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장씨 측 변호인은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방임 및 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상습학대나 학대치사 등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간혹 정인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손으로 등짝을 때리거나, 작은 물건으로 살짝 때린 적은 있지만 쇄골과 후두부가 골절될 정도로 학대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정인이의 사망 원인인 복부 손상 등에 대해서는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장씨 측은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정신없이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했을 수 있다”며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지금까지 장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아이를 실수로 떨어뜨렸다”고 주장해 왔었다.

앞서 정인이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외력에 의한 복부손상’ 소견을 냈었다. 검찰은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내 출혈 등 복부손상’을 사망원인으로 공소장에 기재했었다. 이 때문에 ‘소파에서 뛰어내려 아이를 밟았다’ 등의 의혹이 제기되는데, 장씨 측은 “결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오히려 장씨는 검찰조사나 면담 과정에서 정인이의 죽음에 관해 언급될 때마다 “내가 어떻게 정인이를 때려죽이냐” “정인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조사가 진행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열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인이 사망 원인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한 서울남부지검은 감정 결과에 따라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나서면서 재판에서는 사망경위 등을 둘러싼 사실관계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장씨 측은 공소장에 ‘불상의 방법’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혐의와 관련한 장씨의 행위가 특정되지 않은 점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씨 변호인은 “재판 전까지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장씨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장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는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가도 자신의 계획이 틀어질 경우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불같이 돌변하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가 아동학대 의심신고 접수 확인차 장씨를 접촉했을 당시에도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한다. 홀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8일 이뤄진 통화에서 장씨는 “(정인이가) 일주일째 음식물 섭취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화가 난다. 아동을 불쌍히 여기고 싶어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3차례 아동학대 의심신고에 대해서는 “입양부모라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온 것 같다”며 억울해했다고 한다.

다만 장씨 측은 정신감정 등을 통해 형량을 줄여보려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서는 “장씨의 심리나 병력을 변호에 반영할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정우진 황윤태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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