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17) 학내 분규 수습된 후 교환교수로 미국행

양민경 2021. 1.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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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분규가 끝나갈 즈음 교목실장이자 절친한 친구인 백리언 목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학에서 분규 주동자로 나를 꼽고 있는데 원일한 총장서리도 그렇게 안다고 했다.

1960년 8월 청주 서문교회 부흥집회를 다녀오다 주님께 '저도 미국이나 서구 사회에 다녀오고 싶습니다'란 기도를 한 적이 있다.

나는 같은 비행기로 미국에 온 안병욱 숭실대 교수, 하버드-옌칭연구소 연구원으로 와 있던 한우근 서울대 교수와 함께 세계일주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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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 주동자 누명 벗고 유학의 꿈 이뤄.. 저명 신학자 강의 듣고 학문과 사상의 지평 한 차원 높이게 돼
김형석 교수는 1961년 여름 1년간 미국으로 교환교수를 다녀온 뒤 안병욱(숭실대) 한우근(서울대) 교수와 세계일주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은 ‘철학계 삼총사’로 불린 안 교수와 김태길(서울대) 교수, 김형석 교수(왼쪽부터)가 함께한 모습. 양구인문학박물관 제공


학내 분규가 끝나갈 즈음 교목실장이자 절친한 친구인 백리언 목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학에서 분규 주동자로 나를 꼽고 있는데 원일한 총장서리도 그렇게 안다고 했다. 이사회에 나를 음해하는 서신이 전달되고 있으니 늦기 전에 가서 항의하라고 권했다.

이 소식을 듣고 격분해 총장실로 향했으나 길을 가면서 생각을 바꿨다. 집으로 돌아가 기도드린 후에 찾아가는 게 옳다고 여겼다. 나는 방에 들어가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했다. 원래 생각과는 다른 뜻밖의 기도였다.

“주님, 제가 학교를 위해서라면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를 위한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주님이 모든 것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끝내니 모든 상념이 사라졌다. 내가 누명을 벗기 위해 아무런 반론을 하지 않자 원 총장서리도 뜻밖으로 여긴 것 같다. 분규가 수습되자 학교 당국은 내게 비중 있는 요직을 맡아보라고 권했다. 나는 즉석에서 거절하고 다른 적임자를 소개하며 “어느 편을 지지했든 간에 누구도 학교를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후 학교는 미국에 다녀올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1960년 8월 청주 서문교회 부흥집회를 다녀오다 주님께 ‘저도 미국이나 서구 사회에 다녀오고 싶습니다’란 기도를 한 적이 있다. 욕심스럽긴 하지만, 당시로선 간절한 기도였다. 내 위치의 젊은 교수라면 누구나 갖는 꿈이었다. 1년 뒤 이 기도가 응답됐다. 분규를 잊고 싶은 마음도 있어 감사히 응했다.

풀브라이트재단 초청으로 61년 여름 미국 시카고대와 하버드대에 1년간 교환교수로 가는 길이 열렸다. 지금도 김포공항에서 여객기 일등석으로 올라가는 카펫을 걸어가는 장면을 기억한다. 그때는 국제선 여객기 일등석 승강구에 자주색 카펫을 깔곤 했다. 신문 동정란에 저명인사의 출입국 기사가 실리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해 가을 학기는 시카고대에서 보냈는데 철학뿐 아니라 종교철학과 신학 강의도 들었다. 칼 바르트의 아들이 신약학을 강의하고 있었고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도 강의 중이었다. 62년 봄 학기 하버드대에선 신학자 폴 틸리히와 라인홀드 니버의 강의도 들었다. 하버드대에 있을 때, 칼 바르트가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강연회를 열어 그곳을 방문한 일도 있다. 당대를 대표하는 신학자 3명을 미국 동부에서 모두 본 셈이다.

미국에서의 1년 동안 철학의 세계적 조류와 정상급 신학자의 면모를 접할 수 있었다. 내 학문과 사상의 지평을 한 차원 높여준 계기였다. 1년간 연수를 마칠 무렵이었다. 나는 같은 비행기로 미국에 온 안병욱 숭실대 교수, 하버드-옌칭연구소 연구원으로 와 있던 한우근 서울대 교수와 함께 세계일주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 세상을 보는 눈을 더 넓힐 요량이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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