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53) 개세가(慨世歌)
개세가(慨世歌)
이색(1328∼1396)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 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예전에 대중목욕탕 건물이었다고 한다.
- 청구영언
오늘도 우리는 갈 곳을 모른다
흰 눈이 내리기를 그친 골짜기에 구름이 험하다. 봄의 전령사 매화는 어느 곳에 피어 있는가?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을 몰라 한다.
백설과 구름, 매화를 찾아 붉게 물든 노을 앞에 서 있는 선비. 한 폭의 그림 같은 대춘(待春)의 시다. 그러나 이색이 활동하던 시기를 생각하면 이 시조는 중의적으로 읽힌다. ‘구름’은 역성(易姓)혁명을 하려는 신흥 세력을, ‘매화’는 고려를 지키려는 우국지사로 치환하면 역사적 전환기에 직면한 지식인의 고민으로 읽을 수 있다.
목은(牧隱) 이색(李穡)은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고려말 3은의 하나로 불린다. 익제 이제현에게 정주학을 배워 불교 사회이던 고려에 성리학을 새로운 사회의 개혁 지향점으로 제시하였다. 정몽주·정도전·권근·이숭인·하륜 등이 그의 문하에서 나왔다. 그는 역성혁명에 협력하지 않았으나 제자들은 혁명참여파와 절의파로 나뉘어졌다. 정몽주 피살 후 유배되었다. 조선 개국 후 태조는 그를 한산백(韓山伯)으로 봉하고 예를 다하여 출사(出仕)를 권유했으나 “망국의 사대부는 오로지 해골을 고산(故山)에 파묻을 뿐”이라며 고사하였다. 여주로 가던 배 안에서 급사해 사인(死因)에 의혹을 남겼다. 조선 세조 때, 사육신의 한 명인 이개가 그의 증손이며 토정 이지함이 6대손, 선조 때의 재상 이산해는 7대손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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