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스피 3000..과열 경고 흘려듣지 말아야

2021. 1. 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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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유동성 속 개인들 빚내 투자해 급등
실물경제 뒷받침 없고 가계부채 1941조

코스피 지수가 6일 사상 최초로 장중 한때 3000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전 한때 3027.16까지 올랐다가 경계 매물이 나오며 2968.21로 마감했다. 코스피 3000을 넘어선 것은 2007년 2000 이후 13년5개월 만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세기적 악재 속에 나타난 기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와 인터넷을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분야가 앞에서 끌고 신생 바이오 기업들이 뒤에서 밀어올린 결과다.

하지만 코스피 3000의 기록은 반가움보다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코스피가 3000 고지를 밟은 것은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자로 인한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 속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증시로 쏠렸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를 끌어올린 주체는 소위 ‘동학개미 운동’이란 표현 속에 빚까지 내 주식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팔아치우면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이는 형국이다. 그 덕에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3월 1500선 아래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이후로 최근까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달아오른 증시와 무관하게 실물경제는 지난 1년간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벼랑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불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폐업’ 안내판을 써붙인 가게들이 거리 곳곳에 즐비하다.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증시 활황은 바닷가 모래탑처럼 무너져내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비율로 증시의 과열 정도를 보여주는 ‘버핏 지수’는 지난해 이미 123.4%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수가 80% 아래면 증시가 저평가, 100% 이상이면 고평가된 것으로 간주된다. 전문가들은 3월부터 재개될 공매도가 버블 붕괴의 첫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가가 내려가야 돈을 버는 공매도는 기초체력이 약한 증시를 끌어내릴 수 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모든 게 장밋빛으로 보이지만, 일단 떨어지기 시작하면 빚을 내 주식을 산 개인들은 엄청난 위기에 몰릴 것이다. 가계부채는 이미 1941조원에 달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올해 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금융부문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증시 거품을 우려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말로만 우려할 게 아니라 부동자금이 증시로 과도하게 몰리지 않도록 유동성을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개인들도 주식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자기 책임하에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신중하게 대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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