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이진욱, 이도현, 송강의 '다크' 스위트 홈

2021. 1.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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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 홈> 의 이시영, 이진욱, 이도현, 송강. 네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빛과 어둠의 틈새에 파고들었다.
송강이 입은 블랙 코트는 Wooyoungmi. 화이트 실크 스카프는 Kimseoryong. 이도현이 입은 블랙 벨티드 재킷은 Juun. J.
블랙 코트와 팬츠는 Wooyoungmi. 블랙 셔츠와 화이트 실크 스카프는 Kimseoryong. 스퀘어 토 앵클부츠는 Andersson Bell.
「 송강의 정면돌파 」
첫 스릴러 주연, 처음으로 도전한 은둔형 외톨이 캐릭터까지 도전의 연속이었겠다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부담이 컸다. 내가 연기한 현수는 단순히 상처만 큰 친구가 아니다. 환청과 환각에도 시달리고, 때때로 괴물로 변하기도 한다. 매 순간 현수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촬영장 분위기가 역할에 몰입하는 데 꽤 도움이 되더라.

차현수로 변신한 모습을 보고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은난생처음 붙여본 헤어피스는 시야를 다 가리고, 코에 연결된 호스로는 코피가 막 나왔다. 그 상황에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나중에야 거울을 보며 송강이 아니라 차현수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또 한 번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에 참여했는데웹툰은 많이 보지 않는 편이다. 작품 준비를 위해 보더라도 지나치게 분석하며 읽는 건 경계하려 한다. 사람마다 원작을 보며 느낀 감정이 다르고, 캐릭터 분석도 다를 텐데 그런 걸 다 생각하다 보면 아예 연기를 못할 것 같아서.

가장 난이도 높았던 연기는 마지막에 무표정인 상태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다. 대본을 읽을 때부터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정말 걱정했는데, 막상 찍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달까.

‘연출의 신’ 이응복 감독은 배우를 굉장히 믿어주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그래도 짚어줄 건 분명하게 짚어주신다. 현수가 머리를 자르고, 겁쟁이에서 정의로운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장면에서 갑자기 확 달라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극중에서 서로 내색은 안 하지만 끈끈한 관계로 묶인 이도현 배우와의 ‘케미’는 어땠나 차현수와 이은혁의 관계처럼 서먹했다(웃음). 도현이가 워낙 캐릭터에 푹 빠진 채 촬영에 임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촬영 다 끝나서야 말해 주더라.

〈스위트 홈〉으로 얻은 것 가장 악하고 어두운 모습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감정의 폭이 깊어졌다. 촬영 일지를 꾸준히 쓰는데 〈스위트 홈〉 촬영하며 적은 메모가 한가득이다. 모니터링도 정말 꼼꼼히 할 생각이다.

욕망에 굴복해 괴물이 된다면 운동 중독인 면이 조금 있어서 아마 아령 괴물로 변하지 않을까(웃음).

당신이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교성. 타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정말 큰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보고, 또래 배우들과 연기 고민도 나눌 수 있는 촬영장에 가는 일이 항상 즐겁다.

레더 원피스 코트는 Salvatore Ferragamo. 앵클부츠는 Gianvito Rossi.
「 이시영의 무한한 모험 」
〈스위트 홈〉 팀 합류 이전에도 이미 원작 웹툰을 모두 본 상태였다고당시 완결이 나기 전이었는데 공개된 분량을 단숨에 읽었다. 원래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처럼 디스토피아적 만화를 좋아한다. 〈20세기 소년〉 〈몬스터〉 〈플루토〉 같은 만화들.

전직 소방관 서이경 역은 원작 웹툰에 없던 인물이다. 주연배우 네 명 중 유일하게 ‘이응복 감독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연기했는데영광이고 감동이었다. 감독님이 작업 시작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성 캐릭터가 강했으면 좋겠다. 남자보다 더 멋진 액션을 할 수 있는.” 이 대목이 정말 좋았다.

이응복 감독은 서이경 역할에 알맞은 배우로 곧장 당신을 떠올렸다더라 진짜 그랬던 건 아닐 거다(웃음). 하지만 이런 말을 덧붙이기는 하셨다. “다들 너무 힘들어서 안 하겠다고 할 것 같은데, 너는 하겠다고 할 것 같았어.”

실제 촬영 때는 어땠나. 하드코어한 액션이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 장면은 없었는지 사실 대부분의 장면을 힘들어서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대역을 아예 안 썼거든. 오토바이를 아주 와일드하게 타는 장면과 불길이 심한 장면에서만 대역 배우를 세웠다. 소방차 운전도 직접 했고. 감독님들이 내 액션 신에서는 대역 쓸 생각을 안 한다. 이응복 감독님은 유일하게 대역을 데려와주신 분인데, 내가 현장에서 ‘그래도 한번 해볼까’ 하다가 결국 해버리니(웃음)….

티저 이미지에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가 떠오를 정도로 강인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던 게 맞다.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샤를리즈 테론이 전투 트럭을 운전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비장함과 터프함 같은 걸 이경이 소방차를 운전할 때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에 특히 웨이트트레이닝과 등산을 열심히 했다고그 어느 때보다 운동을 열심히 했다. 이제 웬만한 러닝으로는 살이 안 빠져 등산을 시작했고. 너무 열심히 해서 체지방이 5%대로 내려갔는데 작품 끝나고도 한참 회복이 안 됐다. 운동 효과는 연기할 때 확실히 느꼈다. 힘이 다르고, 스피드가 빨라져 스스로도 ‘정말 멋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분노를 연기할 때도 끓어오르는 힘이 표정뿐 아니라 온몸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힘을 기르니 감정까지 증폭되는 경험을 이번에 처음 했다.

촬영이 끝난 건 올해 초다. 긴 기다림 끝에 공개하게 됐는데 좋은 감독님·배우·제작 환경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작품이다. 함께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이진욱이 입은 체크 코트는 Polo Ralph Lauren. 화이트 헨리넥 티셔츠는 Tom Ford. 송강이 입은 블루 벨벳 코트는 Palomo by Boontheshop. 블랙 셔츠는 Celine. 이시영이 입은 실크 블라우스는 Iro. 이도현이 입은 네이비 벨티드 코트는 Man on the Boon. 블랙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벨티드 재킷은 Juun. J. 블랙 레더 팬츠는 Lemaire. 화이트 셔링 톱은 Wooyoungmi.
「 이도현의 순수한 소신 」
시리즈 공개 직전의 기분은얼마 안 있으면 넷플릭스 메인 화면에 내 얼굴이 뜬다니 긴장도 되고,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감독님과 함께한 배우들의 힘을 믿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냉철하고 이기적이지만 ‘그린홈’에 갇힌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이은혁처럼, 선한 이미지와 악한 이미지가 공존하는 배우 같다듣기 좋아하는 말이다. 진욱 형은 자꾸 나보고 사이코패스 같다고 한다(웃음). 어쨌든 배우로서 여러 이미지를 가진 점은 좋은 재료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돌파구를 찾은 시점은되게 무덤덤하고, 감정 없는 인물인데 또 어떤 면에선 순수하고 정의롭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탓에 처음엔 경직된 연기가 나오더라. 그러다 이응복 감독님의 “쫄지 마”란 한 마디에 마음을 확 내려놓았다. ‘그래, 은혁이도 생각보다 단순한 아이일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됐거든.

이은혁을 연기하는 즐거움 살아가다 보면 사회생활도 필요하고, 가식을 부려야 할 때도 있는데 은혁이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소신이 뚜렷한 아이다.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기하는 입장에서 희열이 컸다.

배역에 완전히 몰입해서 연기하는 스타일이라던데나도 〈스위트 홈〉을 촬영하면서 알았다. 촬영 직후에 친구들을 만나면 늘 그랬다. 너 지금 되게 예민하다고.

〈스위트 홈〉과 같은 세상에서 인간 이도현은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은혁이나 현수처럼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애썼을 것 같다. 호기심 많고, 열정도 충만한 타입이라 아마 맥없이 괴물이 되진 않았을 거다.

촬영 현장에서 남다른 스케일을 느낀 적 있다면 중간에 탱크가 건물을 부수고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정말 진심인 연기가 나왔다(웃음).

일찍이 원작 웹툰을 ‘정주행’했다고 들었다. 원작과 달라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웹툰 마지막 장면에 현수만 등장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은혁이도 나온다. 웹툰을 읽은 사람에겐 정말 반가운 소식 아닐까.

〈스위트 홈〉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 저마다 이해관계를 지닌 인물들이 위기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 바라보며 공존하는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지금 역시 서로 배려하며 위기에 맞서야 하는 시기이니까.

최근 종영한 〈18 어게인〉으로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는데그전까지는 준비운동을 하고, 운동복 갖춰 입고, 마음을 다잡는 단계였다면 배우로서 드디어 각 잡고 출발선에 선 느낌이다. 이젠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솔직함. 가식 없는 성격이다. 진심을 갖고 행동할 때 나 또한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믿는다.

이진욱이 입은 블랙 롱 코트와 팬츠는 Paul Harnden Shoemakers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첼시 부츠는 Acne Studios. 이시영이 입은 버건디 레더 셔츠와 블랙 스커트는 모두 Salvatore Ferragamo. 앵클부츠는 Gianvito Rossi.
롱 코트와 팬츠는 Paul Harnden Shoemakers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첼시 부츠는 Acne Studios.
「 이진욱의 극적인 반전 」
15년여의 경력 중 〈스위트 홈〉과 같은 크리처물은 처음이다원래 이런 유의 작품 보는 걸 좋아하는데, 내 관전 포인트는 항상 ‘인간이 어떻게 변하고 서로 갈등을 빚는가’이다. 〈스위트 홈〉으로 그런 걸 직접 표현해 볼 수 있게 됐다.

연기하며 더욱 좋아하게 된 작품의 일면이 있다면 인간의 어떤 욕망이 괴물의 특징이나 형태로 표출된다는 사실. 괴물들에게도 사연은 있는 거니까. 이야기가 ‘그린홈’이라는 아파트 한 동에서 펼쳐진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린홈 세트장이 굉장히 디테일하고 웅장했다고대전에 지은 거대한 세트 전체가 통째로 그린홈이었는데 카메라로 어디를 비춰도 빈틈이 없고,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가든 완벽하고 디테일했다. 그런 수준의 세트는 처음 봤다. 촬영으로 보여줄 부분 외에도 모두 ‘존재하는’ 공간이었기에 정해진 앵글을 벗어나도 괜찮았고, 굉장히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전직 살인청부업자 편상욱 역이다. 험악한 얼굴을 만들기 위해 특수분장까지 했는데 연기에 180˚ 변신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배우 본인이 가진 것에 무엇을 덧입혀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거니까. 그래서 이번 역할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이진욱’ 하면 떠올릴 수 없는 느낌이 나온 것 같거든. 그게 과제였다.

연기적으로 그간 갈망한 부분이 채워지기도 했는지어릴 땐 몰랐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악역에 대한 매력을 느낀다. 악의 이유를 표현하는 게 재미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악역의 감정을 큰 폭으로 연기해 볼 수 있었다.

본인의 욕망 한 가지가 표출돼 괴물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늑대. 늑대는 동물 중에서도 특히 생존을 위해 필요한 대로,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내가 이과생인데, 동물 중에는 늑대가 이과인 것 같다.

그린홈에 닥친 위기 같은 극한 상황이 온다면 내가 속해 있는 무리가 끝까지 살아남게 만들 거다.

이진욱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멘탈. 멘탈이 생각보다 괜찮다. 어디에도 크게 미련을 두지 않는 타입이라(웃음).

18일에 시리즈가 공개되면 어떤 스타일로 작품을 즐길 건가. 집콕 관람을 위해 준비할 것은몰아서 한 번에 다 보는 편이라 공개된 날 전편을 다 볼 것 같다. 준비할 건 최적의 사운드와 적절한 조명. 이 둘만 있으면 된다.

이도현이 입은 홀로그램 셔츠는 Lemaire. 이너로 입은 블랙 셔츠는 Dior Men. 송강이 입은 스웨이드 트렌치코트는 Kimseoryoung. 윙 칼라 셔츠는 Tleyoung. 블랙 하프 터틀넥은 Andersson Bell. 이시영이 입은 레드 니트 톱은 Bottega Veneta. 이진욱이 입은 그린 벨벳 블루종은 Haider Ackermann by 10 Corso Como Seoul. 이너 톱은 Polo 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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