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대부분 합의했지만, '살인방조법' 비난받는 이유는

박철응 2021. 1. 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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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또는 안전 이사' "빠져나갈 틈"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50·100인 규모 따라 유예도
의무 위반 시 경영진 징역형은 확정적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6일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장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내용에 대체로 합의했다. 정의당은 초안에 담겼던 핵심적인 내용들이 빠지거나 후퇴했다고 보고 "기업살인 방조법에 가깝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6일 회의 종료 후 "유예 기간 관련해서만 최종 합의하지 못했고 나머지는 다 정리했다"면서 "내일 조문들을 성안(成案) 작업해서 의결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7일 오전에 소위, 같은 날 오후에 법사위 전체회의, 이어 8일 본회의 때 통과시킬 예정이다.

◆ 책임자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 이사..빠져나갈 구멍?

안전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을 하는데, 이 때 경영책임자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 관리 이사'로 정했다. 대표이사가 빠져나갈 여지를 열어둬서는 안 되므로 박주민 민주당 의원안처럼 '대표이사 및 안전 관리 이사'로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회의장 앞에서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백 의원에게 "안전 이사만 처벌 받고 대표이사는 빠지는 식으로 해서 지금까지 산재가 줄지 않고 있다"고 따졌다. 백 의원은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문구에 '이에 준하는'으로 돼 있고, 분명히 사업을 총괄하고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사람도 책임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와 안전 관리 담당 이사 모두를 처벌하는 것으로 전제한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백 의원은 "예를 들어 장관이 차관에 전속 권한을 주고 일을 해는데, 나중에 장관도 당연히 책임져야 되는 것처럼 하면 문제가 있다. 안전을 책임 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선에서 끝내는 것이 맞는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사망은 징역 1년 이상, 부상은 7년 이하

처벌 수위는 앞서 합의해놨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에 대해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사망 사고의 경우 경영진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도록 했다. 정부가 제시한 안(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10억원 벌금)보다 징역형의 하한선을 낮추고 벌금형은 하한을 아예 없애는 쪽으로 완화됐다. 다만 법원의 재량으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부과하는 '임의적 병과' 내용이 포함됐다.

부상이나 직업병이 발생했을 때는 정부 의견대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받아들였다. 박주민 의원의 안은 사망 외 중대재해에 대해 경영진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었는데, 정부가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상과 상해죄 법정형을 감안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의견을 제시했고 이대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안전 의무 위반 사실이 5년간 3회 이상 확인된 경우 등은 중대재해 원인 제공자로 규정하는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삭제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신 중대재해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죄를 저지르면 형의 2분의1까지 가중 처벌토록 했다.

법인에 대한 벌금은 사망 사고일 때 50억원 이하, 부상은 10억원 이하로 정리됐다. 산업재해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와 같은 '중대시민재해' 역시 경영진과 법인에 같은 수위의 처벌을 한다. 하도급 관계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는 용역과 도급, 위탁 등이며, 발주와 임대는 빠졌다.

◆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 공무원도 처벌 안 해

소규모 사업장이나 소상공인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중대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소상공인도 중대시민재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음식점, 노래방, PC방, 목욕탕 등 다중이용업소도 바닥 면적이 1000㎡(약 302평) 미만이면 중대재해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학교안전관리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학교시설 역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무원 처벌 조항 역시 빼기로 했다. 백 의원은 "공무원의 인허가 감독행위와 중대재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법적으로는 그 조항을 넣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의가 이뤄져서 빼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유예 여부는 7일 소위에서 합의안을 만든다. 백 의원은 "유예 기간을 두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야당은 정부안(50인 미만 4년, 50~100인 2년) 쪽으로 가는 것으로 많이 이야기 한다. 업체 규모는 내일 결정해 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중대재해의 85%가 발생한다며 유예 조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은 빼고, 발주처 빼고, 50인, 100인 규모별로 적용 유예하겠다는 것 아니냐. 그럼 도대체 남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면서 "경영자와 공무원 책임이 중대재해법의 핵심인데, 경영자는 빠져나갈 틈을 주고 공무원은 아예 삭제했다. 도대체 차 떼고 포 떼고 무엇을 갖고 생명을 지킬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각 정부 부처별로 재계 민원이 반영되고, 그 부처가 여기 와서 재계 소원수리 하는 식으로 법안 심의되는 데 대해 정의당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대로 이 법안이 채택되서는 안 된다. 대책회의를 통해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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