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선자령 잠깐 트레킹했더니.. 하얗게 열리는 눈꽃세상

2021. 1. 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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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만나는 '겨울왕국'

은빛 세상을 연출하는 ‘눈꽃’은 많은 발길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추위에 민감하고 오랜 시간 등산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은 그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추위 취약자’도 어렵지 않게 ‘설국’의 장관을 즐길 수 없을까. 차 안에 앉아서, 또는 짧고 가벼운 트레킹으로 눈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곤돌라 타고 30분 트레킹’ 덕유산 정상

전북 무주군 덕유산은 한겨울 설산과 일출로 유명하다. 해발 1520m의 설천봉까지 힘들게 등산하지 않아도 된다. 곤돌라로 가뿐히 이동할 수 있다. 이곳에서 정상 향적봉(1614m)까지는 쉬엄쉬엄 올라도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주변은 온통 하얀 세상이고, 팔각정 휴게소 상제루의 지붕은 서리꽃인 상고대로 뒤덮여 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가는 길에서 환상적인 상고대 터널을 만난다. 터널을 이루는 나뭇가지는 눈꽃으로 뒤덮여 순록의 뿔처럼 몽실몽실하다. 그 사이로 하늘은 하얀 눈 위로 파란 잉크물을 쏟아낼 듯하다. 햇빛을 받은 눈꽃은 보석처럼 영롱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이 떠오른다.

전북 무주 덕유산 중봉 인근 주목을 뒤덮은 하얀 눈꽃.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가까이로는 적상산이 보이고 멀리 지리산도 보인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비롯해 끝없이 펼쳐진 산하를 굽어볼 수 있다. 중봉에 오르면 눈 덮인 주목도 만날 수 있다. 곤돌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눈꽃 트레킹 대명사’ 선자령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시 경계에 선 백두대간 선자령(1157m)은 눈꽃, 서리꽃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동해의 습한 공기와 내륙의 공기가 만나면서 눈이 많이 내리는 데다 바람까지 강해 서리꽃을 볼 가능성이 높다. 능선을 따라 늘어서 있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볼 수 있는 점도 색다르다. 선자령 등산로는 ‘선자령 풍차길’로도 불린다.

산행 출발지점이 높고 산세가 다소 완만할 뿐 아니라 정상까지 거리도 부담스럽지 않다. 출발지점인 대관령마을휴게소(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까지 자동차로 닿는다. 이곳 해발 고도가 약 832m로, 선자령 정상과 표고차는 325m에 불과하다.

시야가 탁 트이는 능선길은 장쾌한 풍광을 펼쳐 놓는다. 동해와 강릉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발왕산(1458m), 오대산(1565m), 황병산(1407m) 같은 고산준봉이 수묵화를 그려낸다. 눈 덮인 목장은 광활한 은빛 세상을 연출한다.

산행이 부담스러우면 가벼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양떼목장이 있다. 옛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에서 잠시 걸어 오르면 된다. 완만한 능선을 산책하며 목책과 건초창고 등이 어우러진 은세계를 즐길 수 있다.

‘차 안에서 즐기는 설국’ 만항재

은빛 세상을 연출하는 ‘눈꽃’을 보고 싶지만 등산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차 안에 앉아서 보거나 짧은 트레킹만으로 ‘겨울왕국’에 다가갈 수 있는 곳도 많다. 사진은 강원도 정선군 만항재 운탄고도에 핀 상고대.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영월군의 경계 지점인 만항재(1330m)로 국내에서 포장도로가 통과하는 고개 중 가장 높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눈꽃이 덮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설산 산행이 자신 없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만항재야생화쉼터에 차를 세우고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하얀 낙엽송 사이를 걸으면 설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만항재 눈꽃은 이른 시간에 찾는 것이 좋다. 아침 안개가 만들어 낸 상고대가 녹기 전에 가야 눈꽃을 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산행을 조금 즐긴다면 만항재~함백산 정상(약 3㎞)까지 1시간 남짓한 코스를 다녀와도 좋다.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까지의 고도차는 불과 243m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정선군 고한읍의 백운산(1426.6m)과 두위봉(1470.8m) 7~8부 능선 해발 1100m를 따라 이어진 운탄고도를 따라 썰매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구불구불 드라이브’ 구룡령·조침령

백두대간을 잇는 구룡령(1013m)은 국도 제56호선이 지나는 고갯마루다. 아홉 마리의 용이 갈천약수에서 목을 축이기 위해 고개를 구불구불 넘어갔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하얀 세상 사이로 검은 아스팔트 도로가 몸을 비트는 용을 연상시킨다. 고개 정상에 ‘구룡령’이란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인근 양양군 서면 서림리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를 연결하는 조침령터널로 이어지는 길은 ‘갈지(之)’가 여러 개 이어지는 모양이다. 양양 쪽 터널 입구에서 내려다보면 아름다운 길 모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 덮인 장독대’ 명재고택

충남 논산시 명재고택의 눈 덮인 장독대.

눈 오는 날 고즈넉한 풍경을 보려면 충남 논산시 명재고택으로 가자. 고택은 명재 윤증 선생의 대쪽 같은 기품을 닮아 정갈하고 단아하다. 으리으리한 문도, 경계를 나누는 담도 없다. 바깥주인이 기거하는 사랑채 옆에 놓인 장독대가 고즈넉한 풍경을 펼쳐놓는다. 장독 위에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내려앉으면 겨울 정취는 배가된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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