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문재인이 달라졌다
선거 의식한 변화지만..민심에 반응한다는 점에서 주목
1.
대통령이 달라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혁신적이며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은 그동안 ‘부동산문제는 자신있다’면서도 ‘공급’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규제일변도 대책만 밀어붙였습니다.
이제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2.
대통령의 변신이 즉흥적으로 나온 건 아니겠죠.
같은날 오후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이‘주택 공급 확대는 공공역량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며‘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충분한 고품질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냥‘공급’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민간공급’‘고품질 주택’을 강조한 겁니다. 지금까지 ‘공공주도’와 ‘임대주택’을 강조해온 정책과는 많이 다릅니다.
경제는 현실임을 인정한 셈이죠.
3.
달라진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새해 첫날 문재인은 공군지휘통제기를 탔습니다.
군복을 입고 안보를 점검하는‘초계비행’입니다. 지지자들과 등산하던 예년과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청와대는‘안보 없이 평화 없다’고 의미부여했습니다. 전형적으로 보수를 끌어안는 행보입니다.
4.
가장 민감한 대목은 이명박 박근혜 사면입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일 꺼낸 이슈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낙연이 사면권자인 대통령과 사전 교감 없이 말을 했을까요. 그럴리 없겠죠.
지지자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에 이낙연이 먼저 바람을 잡은 셈입니다.
물론 이낙연 입장에서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대권후보로서의 이미지도 노렸겠지만..
5.
사면에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방증은 친문 정청래 의원의 이상한 반응입니다.
정청래는 사면 얘기가 나오자마자 격앙된 어조로 ‘5대 사면불가론’이란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4일 정청래는 ‘죄송합니다’란 제목의 이상한 글을 다시 올렸습니다.
‘화났을 때는 화를 내야하고..행동해야 한다..그런데..개혁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장기전이다.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지면 검찰개혁도 동력이 떨어진다..재보궐 선거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우선 이 고민부터 하자.’
6.
결론은 4월 재보궐선거 승리입니다.
‘사면에 화가 나지만,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재보궐선거 승리에 필요하다면 찬성해야 한다..사면반대하다가 선거에 지면 모두 끝난다’는 논리입니다.
선거꾼으로선 이보다 더 합리적일순 없습니다. 이런 정치공학을 집단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문빠의 최대강점입니다.
7.
이밖에도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달라지고 있습니다.
비서실장을 친문 정치인에서 기업인 출신으로 바꾼 것도 주목할만 합니다. 경제와 재계를 챙기겠다는 것이죠.
민정수석을 감사원 출신 공무원에서 검찰출신으로 바꾼 것도 의미 있습니다. 검찰을 아는 사람, 검찰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8.
이런 변화는 일차적으로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것이고, 나아가 대권재창출을 위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의 변신은 바람직합니다.
기본적으로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고, 민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과격 문빠들의 반발에 행보가 조심스러워 보입니다.
흔들리지 않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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