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美 배터리 소송 선고 앞두고 1조 투자..반전 카드될까

최선욱 2021. 1. 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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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전기차 충전소. AFP=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다음 달로 예정된 LG와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 선고를 앞두고 미 현지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SK 측은 6일 "미국에서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공급을 늘리기 위한 공장 증설 투자"라고 밝혔지만 배터리업계에서는 선고를 앞둔 미 국제무역위원회(ICT)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이사회에서 미 조지아주 배터리 제2공장 건설을 위해 10억 달러(1조9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채권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 목적의 그린 본드(Green Bond)로 발행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 배터리 아메리카(SKBA)가 직접 25일까지 발행하고, SK이노베이션이 보증을 서는 형식이다.


SK, "배터리 수요 늘어 공장 증설 필요"
SK는 채권을 발행해 끌어모은 10억 달러로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25년까지 현재보다 5배 정도 많은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조지아주의 첫 번째 공장을 올해 상반기 안에 가동하는 게 목표"라며 "그런데 포드 전기 트럭 등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어 공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SK 배터리 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의 이번 투자 결정은 ITC 선고 결과에 따라 미국 시장 판로가 막힐 수도 있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ITC는 지난해 2월 예비판결에서 “SK가 우리의 기술을 훔쳐갔다”는 LG 에너지솔루션 측의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따라서 SK는 다음 달 예정된 ICT의 선고에서 예비판결을 뒤집거나 LG 측과 합의해 소송이 취하돼야 미국에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


美 현지에선 지역경제 차질 우려도
미 현지에서는 ICT의 선고를 앞두고 SK와 LG의 합의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조지아와 테네시주의 일부 의원들은 지난달 두 회사에 합의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조지아엔 SK 배터리 공장이 있고, 테네시에는 SK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폴크스바겐 전기차 공장이 있다. 두 지역의 의원들은 SK가 패소할 경우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ITC도 두 회사의 분쟁 소송에 대해 당초 지난해 10월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3번이나 연기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조지아 등의 지역경제에 선고가 미칠 파장 우려와 또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투자 기업에 대한 태도 확인 등을 위해 선고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소송을 제기한 LG 측도 합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 측은 SK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고 적절한 합의금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 등 다른 나라 배터리 업체와도 비슷한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며 "불법 행위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묻는다는 메시지가 업계에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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