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 8년 만에 다시 도전?..KBS와 여권의 동상이몽

유성운 2021. 1. 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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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40년 동결된 수신료 인상 불가피"
'180석' 여당 강행하면 처리 가능
보궐선거 앞두고 이슈 커질라 고민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수신료 현실화는 우리의 숙원이자 가야만 하는 길"
양승동 KBS 사장이 4일 신년사에서 밝힌 의지다. 양 사장은 "지난 12월 이사회 상정이 목표였던 수신료 현실화 방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올해로 넘기게 됐다"며 "이번 달에 이사회에 상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신료 인상은 KBS의 해묵은 과제다. KBS 내부에선 40년간 2500원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KBS는 2018년 585억원에 이어 2019년에는 759억원의 사업적자를 냈다. 광고 수입 감소가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KBS 내부에선 수신료를 1500원 올린 4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잠정 결정한 상태다.

◇어떻게 추진되나=방송법 제64조(텔레비전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에 따르면 "수신료의 금액은 이사회가 심의ㆍ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되고, 공사가 이를 부과ㆍ징수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1차 관문은 1월 예정된 KBS 이사회다. 하지만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를 거치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심의한다. 방통위 역시 수신료 인상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부터 “KBS 수신료 인상이 필요한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6일 발표한 5기 방통위 12개 정책과제에도 수신료 문제가 포함됐다. 방통위 측은 “방송광고 시장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 수신료는 4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면 KBS는 인상된 수신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연합뉴스]

◇KBS "이번엔 다를 것"=KBS가 수신료 인상을 본격 추진하는 건 2013년 이후 8년만이다. 벽이 만만치 않다. 2013년에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KBS 내부에선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180석 여당이라는 존재다.
KBS의 수신료는 정당에 무관하게 '여당 추진, 야당 반대'라는 구도로 짜여져 있다. 다만 국회 상황이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비록 과반인 152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야 쟁점법안을 밀어붙이기가 어려웠다. 반면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174석) 그외 노선이 비슷한 열린민주당이나 정의당 및 무소속 등과 연대하면 180석 이상을 확보한다. 국회선진화법에 관계없이 강행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앞서 공수처법이나 임대차 3법 등이 이런 식으로 처리됐다.

◇민주당, 무리한 밀어붙이기 할까=민주당도 KBS 수신료 인상에 공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40년째 KBS 수신료가 동결됐다. 다른 나라 상황을 말하면 스위스는 연간 53만원의 수신료를 받고 있다. 영국이 25만원, 이웃 나라 일본은 15만원 정도”라며 “수신료 인상은 KBS만을 위한 게 아니라 (KBS의) 광고수익을 줄여 타 방송으로 전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타 매체로 혜택이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야당의 반발과 여론이다. KBS는 최근 '검언유착' 오보 사태를 비롯해 여권 편향적 보도를 하거나 프로그램을 편성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측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은 코로나19 고통으로 절규하는데 방통위의 재허가 기준 점수에 미달한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한다, 국민들 고통에 관심 없고, 국민 혈세로 자기들 배만 불리겠다는 KBS의 실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권이 강행할 경우 양승동 KBS 사장 사퇴를 추진하는 등 강력한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2018~2019년 방송했던 KBS 1TV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권으로선 부담스런 대목이다. 강행했다가 의석수를 믿고 밀어붙인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선 여론이 좋은 적이 없었다. 왜 번번이 실패했겠나"라며 "수신료는 모든 가정에 부과되는만큼 전 국민의 이해관계다. 공수처법처럼 강행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즉, 여론이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KBS 황우섭 이사는 "KBS 안에서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꾸고 야당 측의 반대도 누그러뜨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12월 이 문제를 다루기로 한 이사회가 계속 연기된 것도 이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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