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선물로 거래되는 시장'.. SNS 향한 무거운 경고
[양윤미 기자]
"인간과 관련된 문제 가운데 윤리, 도덕의 문제와 완전히 떼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인간과 관련되는 한 모든 문제는 반드시 윤리·도덕적 차원에서의 판단과 평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2017년 타계한 '한국 인문학의 대부' 박이문 교수의 말이다. 우리 인생을 구성하는 모든 일상의 저변에는 윤리와 도덕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인간 삶의 모든 범주 속에 "이것은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2021년 현재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쪽은 이윤을 얻기 때문에 가장 많은 정보, 빅 데이터를 가진 사람이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는 요즘, 사용자들의 방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야말로 빅 데이터를 가진 능력자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추천기능은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해서 그가 관심을 끌만한 광고들을 반복해서 제시한다. 미디어 매체들은 사용자들이 광고주의 낚시질에 걸려들던 걸려들지 않던 관심이 없다. 그들은 광고주들에게 사용자들의 취향을 팔아 돈을 챙겼으니 그걸로 끝인 것이다.
▲ <소셜 딜레마> 스틸 컷 |
ⓒ 넷플릭스 |
<소셜 딜레마>는 제프 올롭스키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십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가상 드라마를 실리콘 밸리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접목시켜 심도 있게 전개시켜 나간다.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애플, 인스타그램, 트위터, 핀터레스트 등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모두는 입을 모아 소셜 미디어를 멀리하라고 경고한다. 그들 모두는 공통적으로 "소셜 미디어는 윤리적인가? 소셜 미디어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젓고 있다.
구글 검색조차도 사는 지역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구글 검색은 검색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그리고 검색하는 지역이 어디인가에 따라서 같은 검색어에도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정보를 바탕으로 각자 자기 말이 옳다며 싸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 그저 나와 같은 국적과 비슷한 정치색을 공유하는 집단에게만 통용되는 상식이라면 그것을 진짜 상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검색창이 아니라 지식백과를 뒤져야 진짜 상식을 알 수 있는 황당한 세상에 서 있는 셈이다.
인터넷이 보급될 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는 좁고 편협한 삶의 반경이 전 세계로 넓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우리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화합을 도모하고 상호 연결된 하나 된 세상을 꿈꿨다. SNS 역시 끊어진 세상을 연결시키고 단절된 관계를 소통시키는 선순환적 기능을 가진 디지털 시대의 좋은 플랫폼으로 각광받았다. 다큐에 출연한 실리콘밸리의 많은 지식인들 역시 초창기 소셜 미디어가 품고 있었던 긍정적인 기능에 대해 부인하진 않는다. 다만 그들은 소셜 미디어를 운용하는 방식에 윤리적 감각이 결여되어 있음을 한 마음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소셜 미디어를 '인간이 선물로 거래되는 시장'이라 표현한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을 돈으로 거래될 수 있는 재화로 여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 사용자인 우리는 거래되고 있다. 우리의 취향과 성향과 기질에 따라 조종되면서 말이다. 조지 오웰이 소설 < 1984 >에서 표현한 감시사회는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 소셜 미디어는 아주 빠르게 심리적으로 당신을 조작할 방법을 알아내서 당신에게 말초적인 보상을 주며 유혹한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쉴 새 없이 보여주며 실제 삶에서 당신을 빼내어 미디어의 늪 속으로 집어넣는다. 서서히 당신의 삶을 잠식해 인생의 주도권을 빼앗아가는 소셜 미디어는 이대로도 정말 괜찮은가?
SNS의 빠르고 강력한 파급력이 지닌 선순환적 기능보다 이로 인한 폐해가 더 증가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는 나와 세상을 더욱 친밀하게 연결시키는가 아니면 더욱 고립시키는가. 소셜 미디어는 화합의 장인가 반목과 불화를 유발시키는 대립의 장인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는 삶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소셜 미디어에 내 삶이 완전히 전복되어 버렸는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아마 우리는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고 어떤 물건을 살지 말지 직접 결정하는 주체적 인간이다. 미디어 매체가 우리 삶을 파괴하고 세상을 분열시킨다면 사용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인 우리들은 SNS라는 도구를 우리 삶에 좀 더 유익한 방향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소셜 미디어 매체들은 보다 윤리적인 플랫폼 운영 방식에 대해 고심해야 하고 SNS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에 도의적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다큐의 제목처럼 오늘의 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디지털 미디어 세상 속 필요불가결한 소셜 미디어와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 다큐의 끝에 인터뷰이가 한 대답이 긴 여운을 남긴다.
"It sounds crazy to say we need to change all that. But that's what we need to do. We have to. 모든걸 바꿔야 한다는 게 무모하게만 들립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해요. 그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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