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태의 축구를 읽다] 첼시에 잘 통한 펩의 '가짜 9번,' 맨유전은 장담하기 힘든 이유

유현태 기자 2021. 1. 6. 13:45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필 포든(맨체스터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맨체스터시티가 코로나19로 주전 여럿이 빠진 와중에도 첼시를 완파했다. 이번 시즌 내내 공격력 부진에 시달리던 맨시티는 어떻게 중앙 공격수가 없이도 첼시를 난타했을까. 첼시의 수비 방식은 맨시티가 상대하기 수월했다.


맨시티는 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의 런던에 위치한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에서 첼시를 3-1로 꺾었다.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경기를 주도한 끝에 손쉽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 팀 모두 고민 속에 경기에 나섰다. 맨시티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뒤 매년 경기당 2골을 넘는 막강한 공격력을 발휘했다. 이번 시즌엔 14경기에서 단 21득점만 하고 있었다. 유난히 득점이 부족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가브리엘 제주스, 카일 워커를 비롯해 주전 선수 상당수가 출전할 수 없었다.


첼시 역시 흐름이 좋지 않아 고민이었다. 맨시티전 전까지 5경기에서 1승 1무 3패였다.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프랭크 램파드 감독의 축구가 잘 풀리지 않았다.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지다 보니 수비까지 불안해졌다.


맨시티는 세르히오 아구에로까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자 '가짜 9번' 전술로 나섰다. 최전방에 라힘 스털링과 함께 미드필더인 케빈 더브라위너, 필 포든이 함께 배치됐다. 중원에 베르나르두 실바, 로드리, 일카이 귄도안이 나섰다. 사실상 미드필더 5명과 윙어 1명이었다.


경기 뒤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트라이커가 없다. 제주스와 페란 토레스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스털링도 거기서 뛸 수 있지만 나는 그를 측면에서 그를 활용하고 싶었다. 대안이 많지 않았다. 아구에로는 아직 몸이 좋지 않다. 물론 실바가 설 수도 있지만 더브라위너를 최전방에 세우기로 결정했다"며 최전방이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스털링은 오른쪽 측면에 자리를 잡았고, 수비를 보호하는 로드리 역시 중앙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더 브라위너, 포든, 실바, 귄도안은 중앙과 측면, 중원과 최전방을 오가며 자주 위치를 바꿨다. 베르나르두 실바는 주로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나갔다. 더 브라위너는 중앙에 있다가 왼쪽 측면으로 움직이고, 포든은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했다. 귄도안은 보통 로드리 옆에서 중심을 잡다가, 공격 기회가 나면 최전방을 향해 직선적으로 침투했다. 4명의 자유로운 위치 변화로 첼시의 수비에 균열을 냈다. 위치 변화로 생긴 허점은 미드필더들답게 유기적으로 대처했다.


득점 장면 모두 위치 변화로 만들었다. 전반 18분 선제골은 더브라위너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흘리면서 시작됐다. 라인 쪽으로 벌려선 올렉산드르 진첸코의 패스가 포든을 거쳐 귄도안에게 연결됐다. 중원에 있던 귄도안이 최전방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첼시는 확실한 마크맨을 붙이지 못했다. 위치 변화로 허점이 발생한 것이다.


전반 20분 추가 골도 마찬가지였다. 더브라위너가 후방에서 공을 잡자 왼쪽 측면에 있던 포든이 대각선으로 침투했다. 퀴르트 주마가 더브라위너를 압박하기 위해 이탈한 공간이었다. 티아구 시우바가 태클을 시도하며 1차 저지했지만, 더 브라위너가 다시 공을 잡았다. 이때 첼시의 중앙 수비수 2명이 모두 끌려나간 상황이라 포든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자유롭게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전반 34분 더브라위너의 쐐기 골은 세트피스에서 느슨했던 첼시의 역습 대비를 이용한 전형적 역습이었다.


여기에 더해 주앙 칸셀루와 진첸코 풀백 듀오도 자주 위치를 옮겼다. 기본은 측면에 배치되지만, 공격을 펼칠 땐 번갈아가며 중원으로 이동해 로드리 옆에 나란히 서면서 사실상 미드필더처럼 배치됐다. 침투와 위치 변화를 활발히 하도록 중원에 숫자를 더해준 셈이다. 전반 16분 칸셀루가 중원에서 찌른 스루패스가 더 브라위너에게 연결되며 골을 넣을 뻔 했다. 전반 17분 스털링과 칸셀루가 2대1 패스를 주고받을 때도 칸셀루는 마치 미드필더처럼 움직였다.


"우린 40~50미터를 질주하면서 대단한 공수 전환 속도를 보여주진 못하는 팀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토트넘처럼 경기할 수는 없다. 맨시티는 다른 템포로 경기한다. 적절한 시점에 달린다. 그러면 수비를 어떻게 쌓든, 포백이나 파이브백이나 크게 상관이 없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그런 방식으로 경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 리듬대로 경기를 해야 한다. 공격에서 적절한 시점에 패스, 패스, 패스하면서 풀어가야 한다. 그게 우리가 빌드업하는 이유다." (과르디올라 감독)


위치 변화는 맨시티가 원하는대로 공격을 풀어가기 위한 전술적 장치였다. 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패스들을 연속해서 이어 갈 수 있었다.


맨시티의 공격이 유난히 잘 풀렸던 건 첼시의 수비 방식 덕분이기도 했다. 램파드 감독은 전방 압박을 즐긴다. 압박하려면 선수들을 맨투맨으로 따라붙어야 한다. 맨시티는 원래 빠르고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하고, 제로톱으로 위치 변화도 자주 시도했다. 때문에 첼시의 수비들은 자신이 수비하고 있던 선수들을 번번이 놓쳤다. 한 번 압박이 풀리고 나면 서로 수비할 선수를 제대로 바꾸지 못하는 문제도 노출됐다. 전반에만 맨시티가 3골을 넣었는데 결정적인 기회는 더 많았다.


그동안 맨시티가 '빅6'간 맞대결 가운데 고전한 경기들과 확연히 비교된다. 8라운드에서 66.1%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토트넘의 역습에 0-2로 패했다. 11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도 유효 슈팅만 2개 기록하며 0-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 팀 모두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하며 지역을 지켰다. 수비에 많은 수를 뒀기에 공을 잡은 선수를 압박하면서도 적절한 간격 유지가 가능했다.


첼시가 압박으로 나서면서 수비 간격과 형태가 무너졌던 것과 크게 대조된다. 맨시티가 첼시를 완파한 것은 유기적인 공격 전개와 함께, 첼시가 적극적인 수비로 맞불을 놓은 결과로 볼 수 있다.


맨시티는 7일 오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트래포드에서 2020-2021 카라바오컵 4강전을 치른다. 첼시전에서 3골을 넣으면서 기세를 올렸지만 이번 경기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 맨유는 맨시티만 만나면 촘촘한 수비를 세우고, 마커스 래시포드, 앙토니 마시알 등 빠른 공격수를 활용해 역습을 노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