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㊶] 싱어송라이터 태윤 "누군가의 삶에 배경음악 됐으면"
“차분하고 변수를 싫어한다”는 싱어송라이터 태윤이다. 그런데 음악에 있어서는 변수도 허용된다. 아니, 오히려 그 변수를 즐긴다. 이달 6일 발매되는 신곡 ‘프놈마켕’도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코드와 그루브한 리듬이 자유롭게 변주되면서 곡 전반엔 몽환적은 느낌이 묻어난다. 애시드 재즈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의 음악에선 여유롭고 자유로움, 그리고 적당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프놈바켕’은 앙코르와트의 유적지 중 하나로 그가 떠났던 여행지의 기억을 꺼내 만든 음악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출발한 여행에서 경험한 특별한 감정이 담백한 가사로 표현됐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음악을 통해 그의 여행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프놈바켕’은 아마도 그에게 마음의 위안을 준 공간으로 남아있을 듯 싶다. 이 노래를 듣는 대중이 그러하듯.
-클럽505라는 밴드로 활동하다가, 2015년부터 ‘태윤’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죠. 팀의 보컬로서와,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작업을 해내는 것에 차이를 느끼시나요?
클럽505는 정식이형과 가은이의 2인 멤버로 활동하던 팀이었어요. 군 전역 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간 만들어두었던 습작들을 발표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솔로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고 혼자 노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함께 만드는 음악은 서로 의견을 나누고 확장하는 과정에 매력이 있었고요, 반면 혼자 하는 작업은 조용한 명상과 같습니다. 마음속으로 물어보고 답을 듣는 과정,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에 차이가 있네요.
-벌써 14년차입니다. 그 당시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는요?
우선 음악으로 무언가를 이뤄야겠다는 마음이 작아졌습니다. 오랜 친구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소하게 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요즘엔 스스로를 다독이곤 합니다. 가끔은 어떤 부분을 만들고 계속 반복해서 들으며 기뻐할 때도 있어요. 더불어 제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코멘트를 받을 때마다 큰 힘이 됩니다.
-매우 차분해 보이는데, 성격이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네, 차분하고 삶의 변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음악을 만들 때는 그 변수를 즐기는 것 같아요. 약간의 틀린 연주나 박자도 느낌이 좋다면 그대로 가져가곤 하죠. 다른 분의 도움을 받고 싶은 순간도 있으나, 왠지 부탁하기가 어려워 그냥 혼자 힘으로 해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6일 발매를 앞둔 신곡 ‘프놈바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프놈바켕’은 앙코르와트의 유적지 중 한 곳의 이름입니다. 특별히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입에 남았던 이름입니다. 2000년대 초반 즐겨 듣던 애시드 재즈(Acid Jazz) 장르를 기반으로 그루브한 비트에 전형적인 스트링. 그리고 신시사이저 연주를 섞어 보았습니다.
-여러 여행지들 중 프놈바켕이어야 했던 이유가 있나요?
음악을 만들면서 자연스레 애시드 재즈를 즐겨 듣던 20대 초반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고, 여행의 기억까지 연결되었습니다.
그 당시 새벽에 친구와 카오산로드에 도착해 숙소를 잡으려고 하니 방은 한 개 남아있고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일본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같이 숙소를 쓰는 게 어때?’라고 말한 것이 함께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인연이 되었고요. 현재까지도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 태국에서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앙코르와트로 가던 길이 생각납니다. 우기에 비포장도로여서 가고 서고를 반복하다 칠흑 같은 길을 달리다 먼 곳에 아른거리던 시엠립의 불빛이 기억에 남네요.
-당시의 여행으로 뭔가 변화가 있었나보네요. ‘온 더 로드’를 읽고 떠난 여행이라고요.
무언가를 바라볼 때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뀐 게 가장 컸어요. 주어진 상황보단 내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요. 처음에는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몇 개월, 몇 년씩 여행을 한다는 게 놀라웠고요. 내가 사는 이곳이 인생의 전부는 아닐 수 있겠구나, 그럼 나도 한번 가보자. 가서 무언가를 찾아보자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번 ‘프놈바켕’도 그렇고, 평소 가사들이 간결한 이야기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쉽게 읽히는 가사지만 한정된 문장에 함축된 의미를 담고자 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고요. 음악과 함께 들었을 때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곡을 쓰는 과정은요? ‘프놈바켕’은 특히나 반복적인 코드와 리듬이 사용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강하네요.
의도한 분위기를 들려줄 수 있는 악기 편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울림이 있는 공간계 이펙터(리버브, 딜레이)를 아낌없이 사용하려 노력합니다. ‘프놈바켕’ 작업 중에서는 특히 오르간이 고조되는 부분을 신경 써서 만들었습니다.
-이번 음악으로 듣는 이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요?
메시지라기 보단, 들으시는 분들의 삶에 작은 배경음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태윤의 음악적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이루고자 하는 거창한 목표는 없습니다. 다만 오래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물 흐르듯 노래가 어딘가에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상반기에 실물 앨범을 내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그 밖에는 건강하게 잘 버티는 것이 목표일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잘 버티면 언젠가 담담하게 지금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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