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82년생 "집·직장 여전히 슈퍼우먼 요구"..20학번 "미투에도 성인지감수성은 낮아"

이준형 2021. 1. 6. 1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20학번 이서연] <下> 82년생-20학번 가상 대담.."외할머니, 친할머니 호칭부터 바꿔야"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공병선 기자, 박준이 기자] 20학번 이서연들과 82년생 김지영들이 만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첫 주자와 끝자락 학번인 만큼 세대 간 격차와 성차별에 대한 간극이 있었지만, 남성 중심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간담회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이뤄졌다.

82김수박님이 들어왔습니다

82윤사과님이 들어왔습니다

82홍키위님이 들어왔습니다

20학번 김낙타님이 들어왔습니다

20학번 이하마님이 들어왔습니다

20학번 박사자님이 들어왔습니다

外할머니·親할머니
호칭에도 녹아있는 성차별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바로 잡아야

"남친 있어요?" "결혼 계획은?"
입사 땐 성차별적 면접 질문들
입사 후엔 '男 펜스룰'에 씁쓸

미투 이후 긍정적 변화 느끼지만…
'성인지감수성' 이상과 현실의 괴리
남성중심적 사고 점차 바꿔 나가야

성차별이란 이런 것

사회자 : 오늘의 주제는 성평등입니다. 20학번 여성분들과 82년생 선배님들이 가정과 직장생활 등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과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성차별을 느낀 적이 있으시죠?

82 김수박 : 면접 볼 때부터 겪었어요. 요즘도 이런 걸 묻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입사할 때 "남자친구 있어요?" "결혼 계획은 있어요?" 같은 질문을 받았어요. 결혼을 하면 임신·출산으로 이어지고, 휴직을 하니까 질문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당시엔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성 동료한테 물어보니 면접 때 이 질문은 없었다고 합니다.

82 윤사과 : 지금은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아무도 악수를 하지 않지만 직장생활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여직원에게는 악수를 청하지 않을 때 미묘한 성차별이 느껴져요.

사회자 : 펜스룰인가요?

82윤사과 :일종의 펜스룰인 거죠. 남성들끼리는 악수를 하잖아요

20학번 박사자 : 고등학교 점심시간 때 남학생들에게 밥을 더 준 아주머니들이 생각나요. 여학우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거든요.

20학번 김낙타 : 공감합니다!

82홍키위 : 제가 이용하는 식당에서도 여자는 밥을 덜 주시거든요. 저는 밥을 많이 주면 오히려 남기기 때문에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자리에서 들으니 누군가에게는 차별로 느껴질 수 있겠네요.

20학번 이하마 : 성차별이나 성희롱을 당할 때 어떻게 대응하는 거죠?

82김수박 : 대응 방법은 말씀드리기 어려워요..저도 잘 대응하지 못했거든요. 사표 내고 다시 저 사람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은 적극적인 대응은 어렵더군요.

82윤사과 : 그 자리에서 즉시 기분 나쁘다고 표현해야 합니다. 신고해서 일 커지는 건 서로 힘들어서

82김수박 : 저는 그 자리에서 뿌리쳤다가 뒤끝작렬을 겪은 적도 있어요

20학번 박사자 : 저는 사이버 성희롱을 당해서 피해자들끼리 뭉쳐서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학번 이하마 :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몸평(몸매 평가)과 얼평(얼굴 평가)한 사실을 학교 선생님들께 말씀드렸는데 담당 선생님들이 남자 선생님들이었어서 그냥 넘어간 적이 있어요

82홍키위 : 요즘에 그래도 많이 대응하지 않나요? 저희 회사 익명 게시판에 미투글이 올라와서 해당 부장님이 징계로 파면되는 사례도 있었어요

취직과 결혼 사이

82 김수박 : 2001년생 분들은 졸업 후 취업 계획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저희 때는 시집가려고 취직 생각이 없는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요즘은 대학교 1학년부터 취직을 고민한다고 들었어요. 정말인가요?

20학번 박사자 : 완전 반대예요. 결혼보다 취직이 우선인 친구들이 훨씬 많아요. 저도 친구들도 미래에 어떤 일을 할 지가 너무 고민됩니다.

82홍키위 : 결혼은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결혼이 선택지에 불과하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어요.

82윤사과 : 맞아요. 어릴 때 결혼한 이후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어요. 01년생분들은 꼼꼼히 알아보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어요. 결혼으로 얻는 행복도 있지만 책임지고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니까요.

20학번 이하마 : 여성으로서 더 감내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가사·육아에 대한 책임은 남녀가 똑같이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82홍키위 : 여자는 돈 벌고, 집안일도 책임지는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게 현실이에요.

20학번 김낙타 : 저는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은 큰데, 좀 늦은 나이에 할 것 같아요. 커리어를 위해서요.

82윤사과 :호칭이 억울한 건 있어요. 저희 어머니는 ‘바깥 외’자를 써서 외할머니고, 시어머님은 ‘친할 친’자를 써서 친할머니잖아요. 친정 어머니가 그렇게 불리는 게 마음에 걸려요.

82홍키위 :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용인’할머니, ‘고양’할머니, 이렇게 부르게 했어요.

82김수박 : 제 조카들도 지역 이름으로 불러요. 대구할머니ㅎㅎ

20학번 이하마 :저도 지역 이름으로 할머니들을 불러요^^

미투, 그 후

82윤사과 : 확실히 분위기가 변했어요. 외모 지적이나 "남편이랑 사이 좋냐" "애는 더 안 낳냐" 같은 가정사에 대한 질문들이 사라졌거든요.

20학번 김낙타 : 예체능을 전공해서 교수님의 터칭이 필요한 지도가 많은데, 미투 이후 교수님들이 먼저 양해를 구하신다고 들었어요.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도 있어요.

82김수박 :외적으로는 많이 변했죠. 저는 인권센터에서 일하는데, 여성들의 신고 건수가 확연히 늘었어요. 하지만 남성과 대화를 하면 의식 수준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82홍키위 : 공감해요. 공적 자리에서는 ‘남자들도 변했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는데, 사석에서 친한 남직원들과 대화하면 여전하다는 생각을 해요. 유명인 성추행 사건에 대해 "예전에 저런 일은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라고 말한다던지.

20학번 이하마 : 저는 그런 말을 못 들어봐서 조금 충격입니다. 주변 남성분들은 성평등 얘기를 꺼내면 공감하기도 하고, 화를 내주기도 했거든요.

82윤사과 : 성인지감수성이 낮은 건 여전해요. 지금까지 학습된 남성중심적 사고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 거죠.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