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소민의 슬기로운 예술소비] 신축년 '흰 소'띠의 해..'카우보이 히어로' 화가 이중섭

데스크 2021. 1.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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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1916~1956 李仲燮), '흰 소'(1954년 작품), 나무판에 유채(세로30㎝ x 가로41.7㎝)ⓒ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소는 코로나 시대에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끝을 모르고 창궐하고 있는 covid-19 바이러스 시대를 종식시킬 유일한 방안으로 백신(vaccine) 개발에 전 세계인이 희망을 걸고 있는데, 이 백신이란 말이 ‘vacca’(암소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인류를 천연두에서 구해낸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는 소의 젖을 짜다가 우두(cowpow)에 한번 걸려본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전 접종을 통한 예방 개념을 창안해냈다. 이러한 방법을 종두법 혹은 우두법이라고 하는데, 이때 소우牛 자를 사용한다. 백신의 원조가 된 소는 바이러스로 신임하는 인류의 희망이다.” - 트렌드코리아 2021 서문 ‘백신’의 시작이 된 소 中 -


위 그림의 ‘흰 소’는 1940년대 조선미술전람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아카데믹 미술계가, 친일미술로 경도되던 시기에도 꿋꿋하게 본인의 민족적 정서를 담은 작품세계를 지켜왔던 이중섭 화가의 대표작이다.


1930년대부터 소의 모습을 즐겨 화폭에 담기 시작했던 이중섭에게 소는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의 평탄치 못했던 생애로 인해 ‘ 비운의 화가’로 전설처럼 기억되고 있지만, 한국 근대서양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시대의 아픔과 굴곡 많은 생애의 울분을 특히 ‘소’라는 모티프를 통해 분출해낸 그에게는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 전체였다.


이중섭 예술의 특징으로는 우선 야수파적인 감성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가 있는데, 색채를 통한 감성의 해방을 구가하였던 야수파의 자유로운 표현 기법이 그의 모든 그림에도 관통되어 흐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자유분방하고 강직한 선묘에서도 찾을 수 있다.


표현 면에서 이 ‘흰 소’ 작품은 루오의 야수파적 감성의 영향에서부터 고미술품, 도자기의 장식기법과 고구려 벽화의 표현기법까지 다양한 영향관계 속에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소의 묘사에서 보이는 강직한 ‘구륵법(鉤勒法)’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나타나는 ‘윤곽을 선’으로 그리는 전통적인 표현법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굳건히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국인의 강한 정신력을 소를 통해 표현한 ‘흰 소’ 작품은 내용면에서 소의 거친 선묘와 역동적인 자세를 두고 작가 개인의 감정을 표출한 것이라 보기도 하고, 한국의 토종 소인 황소를 흰색의 소로 표현한 것에서는 백의민족인 한민족의 모습을 반영한 민족적 표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중섭에게 소는 자신의 분신(페르소나)이자 굴곡 많은 우리의 민족사였다. 가족과 소를 사랑한 민족의식이 매우 강했던 화가 이중섭은 그림에 뜻을 둔 오산중학 시절부터 소를 찾아다니며 화폭에 담았다. 시인 고은은 '이중섭 평전'에서 "이중섭이 일생 동안 본 소는 우시장의 장꾼들이 본 소보다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원산 시절 몇 날을 해가 저물도록 어느 집 소를 지켜보다 소도둑으로 몰린 일도 있었다는 등의 그와 소를 두고 전해는 일화는 무궁무진하다. 현재 남아 있는 이중섭의 소 그림은 스물다섯 점이다. 그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세 점의 작품 중 한 점이 ‘흰 소’이다.


이중섭이 사망하기 1년 전인 1955년 대구에서 만난 미국문화원장 맥타가트 박사가 “당신 그림 훌륭합니다. 그런데, ‘황소’는 꼭 스페인 투우처럼 무섭더군요.” 라고 말 했다. 그러자 이중섭이 투박한 평안도 사투리로 되받으며, “뭐라고, 투우라고? 내가 그린 소는 그런 소가 아니고 착하고 부지런히 일잘 하는 소, 한국의 소란 말 이우다” 마음이 여린 이중섭은 분함을 참지 못해 그 길로 여관방으로 돌아와 울분을 터트렸다는 소설가 최태응이 전하는 일화다.


후에 맥타가트 박사가 그림을 사겠다고 했지만 이중섭이 팔지 않자, 그럼에도 맥타가트는 이중섭 그림 열점을 구해 미국에 가져갔다. 그 가운데 은지화 세 점이 뉴욕 현대미술과 MOMA에 소장되었는데, 이중섭이 아시아 화가로서의 최초의 MOMA입성 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맞이한 강인한 소의 해 신축년이다. 지속되는 코로나 상황 속에 2021년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러한 새해를 맞아, 필자는 우리 조상의 강인한 민족성을 다시금 기리고, 망가진 일상과 경제가 조속히 회복되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이중섭 화가의 ‘흰 소’ 그림을 펼쳤다. ‘흰 소’ 그림감상을 통해 힘든 상황을 이겨낸 우직하고 강인한 한국인의 정신력을 되짚어 보길 바란다. (예술소비 1단계: 감상)


BONUS NOTE:

2021 반드시 알고가자 ‘COWBOY HERO’ : ‘트렌드 코리아 21’은 팬데믹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자는 뜻, 백신의 기원이 된 소의 해,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COWBOY HERO를 2021의 10대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했다. 날뛰는 소를 마침내 길들이는 멋진 카우보이처럼,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팬데믹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글/홍소민 이서갤러리 대표aya@artcorebrow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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