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진격의 코스피.. 13년 묵은 주가, 아픈 순간들
"내 살아 생전에 3,000을 볼 수 있다니..."
주식을 15년 넘게 투자한 오씨는 코스피 지수 3,000 포인트가 넘어가자 이같이 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77포인트(0.09%) 오른 2,993.34에 장을 개장해 장 시작 직후인 오전 9시 0분 40초 3002.26을 기록하며 3000을 뛰어넘었다.
한국 증시가 장중 사상 첫 3,000선 돌파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56년 3월 3일 한국증시 첫 개장이래 '전인미답'의 3,000P 시대다. 작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가 대폭락을 맞았지만 주요 선진국(G20) 중 가장 가빠른 상승세를 보이며 마침내 새해인 오늘에 이르러 3,000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선 것은 2007년 7월 25일 2,000을 첫 돌파 이후 13년 5개월여 만이다.
코스피 3,000 시대를 연 주역은 개인 투자자다. '동학개미'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이들의 활약은 실로 놀랍다. 지난해 3월 1,500선 이하라는 대폭락 이후 40조원 가까이 유가증권시장에 쏟아부으며 증시를 견인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1조7000억원, 20조원을 순매도했다. 이처럼 사실상 동학개미들이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이다.
다만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빚을 내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 비중도 커지고 있어 우려가 되고 있다. 증권사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융자잔고인 이른바 ‘빚투’가 19조 3천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현실은 주식 시장에서 조정이 발생한다면 큰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
코스피 3,000 시대를 맞아 지난 13년 동안 3,000을 돌파하지 못한 뼈아픈 역사의 순간을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2007년 주식시장은 국내 경기 회복세, 간접 투자 증가에 따른 기관 투자자의 매수 확대, 개인의 직접 투자 증가,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 등에 힘입어 전년의 조정 장세에서 벗어나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주가지수가 전년 말 대비 대폭 상승한 2,000포인트 대를 기록했다.
2008년 주식시장은 미국 발 금융 위기와 실물 경제 침체 등으로 41% 급락하면서 증시는 온통 퍼렇게 물들었다. 미국 하원 구제금융 법안 부결 처리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됐고 우리 정부는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증시의 불안은 지속되면서 급기야 연중 최저점인 938.75포인트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2009년 주식시장은 대박을 터뜨렸다. 금융위기 충격에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가지수는 50% 이상 올랐고 수백% 오른 종목이 부지기수다. 2008년 1124.47로 마감한 코스피지수는 2009년 1718.88(+52.9%, 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코스닥지수는 332.05에서 562.57로 69.4% 수직 상승했다. 코스피·코스닥을 합한 시가총액은 올 들어 55.9%(348조원) 증가했다.
2010년 주식시장은 3년 만에 최고의 호황을 보이며 한 해를 마감했다. 주식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고,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 턱밑까지 올라갔다. 폐장일인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51포인트(0.37%) 오른 2051.00으로 장을 마감했다.
2011년은 사상 최고치와 사상 최악의 폭락을 함께 경험한 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600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제2차 양적 완화 정책 실시로 시중에 풀린 자금이 세계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 5월 2일 코스피 지수는 2228.96을 기록했고 장중 기준으로 4월 29일 2231.47을 기록하기도 했다.
8월 초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 등급을 강등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됐다. 국내 증시는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블랙 먼데이’로 기록된 8월 8일을 시작으로 9일 코스피 지수는 184.77(9.88%)포인트 폭락하며 사상 최대 하락폭(장중 기준)을 기록했다.
2012년 주식시장은 지루한 박스권 장세였다. 코스피 지수는 1825.74로 시작해 3월 장중 2057.28까지 올랐지만 고꾸라져 7월 1769.31까지 떨어졌다. 9월에 2000선에 진입했지만 역시 오래 못 가 1800선으로 밀렸다. 12월 들어서야 다시 2000선에 재진입 했다. 1800과 2000 사이에서 코스피 지수가 왔다 갔다 했다.
2013년 주식시장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 등으로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1800선을 하회하기도 했지만, 하반기부터 미국·유럽의 경기 회복세 지속 및 외국인 투자 매수 강화로 전년 대비 0.7% 상승했다.
2014년 주식시장은 미국 중국 인도 등 세계 증시가 급등한 가운데 한국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피는 26일 종가가 1,948.16으로 연초보다 3.14% 떨어졌다.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최근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러시아(―42.57%)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2015년 주식시장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으로 고전했다. 세계 각국의 경제는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유가증권시장인 코스피와 코스닥은 상반기에는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결국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등에 발목을 잡혔다. 코스피는 30일 1,961.31로 거래를 마쳤다.
2016년 주식시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대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국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싸드(THAAD)로 인한 중국의 반한 기류 등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은 끝내 2,100 선을 넘지 못하고 끝났다. 코스피는 29일 종가 기준 2,026.49로 지난해 말과 견줘 3.3% 오른 채 마무리됐다.
2017년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 경신을 지속하며 지난 6년 간의 박스권을 탈피했다. 글로벌 증시도 경제 회복과 기업들의 호실적, 정책 기대감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였다. 코스피는 2,500시대를 열었고 코스닥은 10년 만에 800선을 터치했다. 2017년 코스피는 2467.49로 장을 마감했다.
2018년 주식시장은 희망으로 시작해 불안으로 끝났다. 코스피는 1월 한달 동안 2600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표면화 되면서 기대 심리는 불안으로 바꼈다.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금리 인상, 전세계 경기둔화 전망 등에 따라 수출 중심 한국경제 및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주가가 하락했다. 2018년 코스피는 2041.04로 장을 마감했다.
2019년 주식시장은 코스피 1,900선 붕괴와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 발동, 외국인의 21일 연속 매도 등 다사다난했다. 코스피는 2197.67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주식시장은 '코로나19'와 '동학개미' 두 단어로 정리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1400선까지 주저 앉았지만 개인 투자자의 투자 열풍으로 연말에 28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는 폐장일인 30일 2,873.47로 장을 마감했다.
1990년대 주식시장의 모습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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