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아닌 재활시설이었다" 정부의 이 설명, 최선이었나

김정석 2021. 1. 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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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구 극단적 선택'과 방역당국 설명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극단적 선택 경위는 알 길이 없고, 명료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동기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계 고민으로 확정한 건 부적절하다.”

지난 5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앞서 지난 1일 극단적 선택을 한 대구 한 실내체육시설 운영자 A씨에 대한 얘기다. 그러면서 손 반장은 “해당 시설은 일반적인 헬스장이 아닌 장애인 재활 목적의 특수 체육시설이었고,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방역당국이 이날 해명에 나선 건 A씨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씨 사망 이후 온라인 등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영업 제한과 그에 따른 재정난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여론이 빠르게 번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의 설명처럼 A씨가 운영하던 대구 달서구 실내체육시설은 자세교정과 재활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었다. 일반 헬스장과는 달랐다. A씨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는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다. 현장에 그가 남긴 유서에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헬스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활치료시설 운영자의 비극과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을 차단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말이 나온다. “해당 시설은 일반적인 헬스장이 아니었다”는 방역당국의 해명은 “헬스장이 아니므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과 관계없다”는 말로도 해석이 될 수 있어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방역당국이 책임 소재를 피하기 위한 해명에 불과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구 수성구 한 재활치료 전문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활치료센터 또한 코로나19 후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 일어난 지난 2월부터 재활치료센터 역시 다른 업종처럼 영업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헬스장이 아니어서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부 관계자가 설명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심경이 복잡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지역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오후 대구의 한 헬스장에 이용객이 없어 텅 비어 있다. 뉴스1


비슷한 시설을 운영 중인 김현수(35)씨는 “작고하신 A씨의 재활치료센터는 규모가 크고 A씨에겐 부양가족이 있으니 생활고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단순히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해당 시설은 일반적인 헬스장이 아니었다”는 설명도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는 게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A씨가 운영하던 시설은 2016년 ‘체력단련장’ 업종으로 관할 구청에 신고됐다. 장애인 재활 목적으로 분야를 전문화해 운영하더라도 일반 헬스장과 같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영업제한 조치가 똑같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었다”는 말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구 지역 모든 실내체육시설이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어서다.

필라테스 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내체육시설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에게 실효성과 형평성 있는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손 반장의 설명으로 돌아가보자. “(사망) 동기를 코로나19으로 인한 생계 고민으로 확정한 건 부적절하다”는 말에 관해서다.

만약 그가 “헬스장이 아니었지만 코로나19와 연관이 없을 순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사망 동기를 떠나 모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 정부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라거나,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등의 이른바 ‘모범답안’까지는 기대하진 못하더라도 말이다.

김정석·정진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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