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짜리 9만원에 산다" 포항시민 줄 서서 산다는 상품권

김윤호 2021. 1. 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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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시중은행서 판매 시작
10%할인에 가맹점은 1만6000여개
경북 포항시 북구 한 은행에서 시민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한 포항사랑상품권을 구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19년 5월 촬영한 사진. 뉴스1

설을 앞둔 1월이나, 추석, 연말쯤 경북 포항의 시중 은행 창구는 북새통을 이룬다. ‘포항사랑상품권(이하 포항상품권)’을 사러 몰려든 시민 때문이다. 포항상품권은 지난해 5000억 원어치가 완판됐고, 2019년엔 1700억 원, 18년엔 1000억 원, 17년엔 1300억 원어치가 팔려나간 이른바 '완판템'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한 은행 앞에서 시민들이 포항사랑 상품권 구매를 위해 줄을 서서 기디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촬영한 사진. 뉴스1

포항시가 올해 포항상품권을 3000억 원어치 발행키로 결정했다. 포항시 일자리경제노동과는 6일 "설을 앞둔 오는 18일 첫 상품권 판매에 들어간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 가액에 10%를 할인해 우선 첫 판매분으로 500억 원어치를 팔 방침이다"고 밝혔다. 1만 원짜리 상품권을 9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포항상품권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례를 만들어 발행하는 자체 상품권이다. 현금 역외 유출 방지를 위해 경남 거제 등 전국 50여개 지자체가 비슷한 자체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자체 상품권을 사려고 포항처럼 긴 줄을 서서 구매하는 장면은 보기 어렵다.

포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상품권이 이렇게 완판템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10%라는 높은 할인율에 더해 포항상품권에는 성공 공식이 있다. 우선 가맹점이 많다. 포항의 전체 상점은 3만여곳. 이 중 1만6000여곳이 포항상품권 가맹점이다.

주민 권모(33) 씨는 “죽도시장에서 건어물을 사고, 동네 문방구에서 연필을 살 때도 포항상품권을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헬스장도 끊을 수 있고, 주유소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9000원에 구매한 만 원권 포항상품권으로 7000원짜리 물건 이상만 사면, 남은 30%는 거스름돈으로 내어주는 것도 포항상품권의 매력이다. 포항상품권은 1인당 연간 600만 원어치(월 70만원 한도)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포항사랑상품권. 뉴스1

잘 팔리지만 문제점도 있다. 이른바 '상품권 깡' 이다. 가맹점 업주가 직접 또는 지인을 시켜 할인 상품권을 구매한 뒤 그걸 은행에 가져가 다시 현금으로 환전하면, 그 할인율만큼 이익금을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할인 판매로 만든 ‘완판 상품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부분이 맞다. 그런 사례도 있다"면서 "그래서 포항시는 현금으로 환전해가는 가맹점 점주가 상품권을 얼마나 가져와 어느 기간에 현금으로 바꿔 가는지를 은행을 통해 날마다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그러다 환전 금액이 일정하거나, 다소 많은 가맹점은 별도로 조사해 점주가 현금으로 바꿔 갈 수 있는 환전 금액을 월 3000만원에서 1000만원 이하로 낮추는 식의 페널티를 주면서 감시한다"고 덧붙였다.

포항사랑상품권을 구입하기 나온 시민들. 지난해 1월 촬영한 사진. 뉴스1

10% 할인율에 대한 부담은 지자체가 진다. 올해 10% 할인율에 3000억 원어치 상품권 발행을 위해 포항시는 국비와 도비 등을 보태 359억원의 예산을 만들었다. 이 돈으로 만 원권·5000원권 두 가지로 상품권을 발행하고, 시중 은행에 판매 수수료(0.9%), 환전 수수료(0.8%)를 지급한다. 주민에게 팔려나간 상품권 할인 금액만큼을 보전한다.

가맹점 업주는 상품권을 받아 물건을 판 뒤 은행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때 별도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즉, 할인 상품권이 많이 팔려나가 은행에 되돌아올수록 그만큼 세금이 들어가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대해 박영화 포항시 일자리경제노동과 팀장은 “세금이 들어가는 할인 판매를 하는 건 맞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 현금 역외 유출 방지라는 지역 상품권 발행 기능은 100% 충족되고 있다”고 했다.

포항=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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