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우리는 여전히 만나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도서관에서 연락이 왔다.
오래전에 잡아둔 강연 때문이었다.
이번 강연은 안전을 위해 화상채팅으로만 진행될 예정이기에 나에게 화상채팅으로 접속해 달라고 했다.
또한 강연이 끝난 뒤 손가락 하나로 노트북 전원만 끄면 돼서 편리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연락이 왔다. 오래전에 잡아둔 강연 때문이었다. 진행자와 몇 가지 의견을 주고받고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에 나는 습관처럼 그날 도서관에서 뵙자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진행자께서 절대 도서관으로 오면 안 된다고 했다. 이번 강연은 안전을 위해 화상채팅으로만 진행될 예정이기에 나에게 화상채팅으로 접속해 달라고 했다. 직접 도서관으로 가서 강연하는 게 훨씬 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어렵고 복잡할 것 같았던 화상채팅 강연은 의외로 쉽고 편리했다. 우선 대중교통을 이용해 강연장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됐고, 카메라가 상체만 비추기에 하의는 아무 옷이나 입어도 됐다. 또한 강연이 끝난 뒤 손가락 하나로 노트북 전원만 끄면 돼서 편리했다. 이런 강연이라면 하루에 10번도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독자분들을 눈앞에서 직접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긴 했다.
화상채팅을 이용해 친구들과 신년회도 가졌다. 각자의 집에서 각자 먹고 싶은 음식 등을 준비해 카메라 앞으로 모였다. 잠옷을 입은 친구도 있었고, 젖은 머리를 말리지 않은 친구도 있었고, 반려견의 밥을 챙겨주면서 카메라 앞에 나타난 친구도 있었다. 자신만의 공간에 앉아서 새해의 덕담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편리해서 좋았다. 몇 시간의 수다 끝에 화상채팅을 종료하고는 바로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사실도 좋았다.
처음엔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 우울감도 찾아왔지만 금세 이런 생활에 적응했다. 인간은 늘 무서운 속도로 적응한다. 도저히 감당해내지 못할 것만 같은 상황도 몇 번의 반복 끝에 언제 불편했냐는 듯 받아들인다.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이번 감염병은 싫다. 금방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리라고 믿어본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만날 땐 서로가 서로에게 많이 애틋해진 상태일 것이다. 그러니 그때 마음껏 껴안아 줄 거다.
이원하 시인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췌장이 절단됐는데.. '정인이 사건' 살인죄 적용의 조건
- 경북상주 열방센터발 코로나 충북 19명 추가 확진
- "고장 잦던 화물승강기 사고로 숨진 아빠"..경찰, 경위 조사중
- 해병대, 대연평도서 ‘비궁’ 오발 사고…인명피해 없어
- 홀트아동복지회, ‘정인이’ 학대 발견하고도 4개월간 조치 안해
- 박범계, 고시생 폭행 논란 “내가 당할 뻔” VS “허위사실”
- 황하나 "내가 훔쳐온 거 좋아" 마약 투약 인정 녹취록
- '잔고 130억' 스타강사 이지영, '연회비 2백' VVIP카드 인증
- 쇠줄 묶인 채 네발 뭉개진 개…차주 “개 매달린 줄 몰랐다”
- 피서객 뒤엉켜 '노마스크 물놀이'..브라질 대통령 휴가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