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중국의 숭미파

입력 2021. 1. 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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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매체 신화사 공식 계정에 지난달 눈길을 끄는 평론 한 편이 실렸다.

신화사에 앞서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중국중앙(CC)TV도 시차를 두고 비슷한 내용의 논평을 내보냈다.

중국 문제를 주로 다루는 블로그 등에선 이러한 현상을 공산당 내부 투쟁의 징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공산당에 대한 압박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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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매체 신화사 공식 계정에 지난달 눈길을 끄는 평론 한 편이 실렸다. “‘숭미(崇美)’ ‘궤미( 美)’의 곱삿병은 치료가 필요하다”.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글은 한마디로 미국을 떠받들고 미국에 무릎 꿇으려는 내부 세력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였다.

글쓴이 신스핑은 평론에서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미국식 가치를 모범으로 삼아 세계 패권국에 굽실거리는 것을 객관적이라고 자랑한다”며 “반드시 그 허물을 찔러 영향을 없애고 그릇된 가치관이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어떤 사람들을 향해 “정신적으로 아직 일어서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신스핑은 신화사 최고 권위의 평론에 붙는 필명이다. 중국에선 이 필명이 붙은 글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본다. 중국공산당 내부의 이견이 밖으로 표출되는 일은 거의 없다. 당 지도부가 결정한 사항이 일방적으로 발표될 뿐이다. 그런데 관영 매체가 공개적으로 숭미파, 굴종파, 타협파를 콕 찍어 공격하고 나선 건 당 안팎에 시진핑의 대미 전략을 비판하는 세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신화사에 앞서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중국중앙(CC)TV도 시차를 두고 비슷한 내용의 논평을 내보냈다. 중국 문제를 주로 다루는 블로그 등에선 이러한 현상을 공산당 내부 투쟁의 징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고 화웨이 같은 기술 기업을 규제했을 때 일부 중국 지식인들은 시진핑의 대미 강경 외교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었는데, 인민일보는 이들을 숭미파로 낙인찍어 비난하며 애국주의를 강조했다. 시진핑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 대신 중국몽을 앞세워 미국과 일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말기 미국의 제재 칼끝이 중국공산당을 향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엄중해졌다. 미 국무부는 중국공산당 당원과 직계가족이 받을 수 있는 미국 방문비자 유효기간을 10년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재무부는 이어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의 미국 방문을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이다.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공산당에 대한 압박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한 인사는 “미 제재가 중국공산당 핵심층을 겨누면서 당내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제재로 인한 피해와 불편을 겪게 된 인사들이 부글부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화사 평론은 미 재무부가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나왔다.

중국에서 2021년은 의미가 남다른 해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쌍순환으로 대표되는 14차 5개년 경제계획이 시작되는 첫 해다. 시진핑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또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위한 새 장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런 시진핑에게 미국과 싸우지 말고 실력을 키우자는 말은 성에 차지도 않을 것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에도 힘을 과시하는 전랑(戰狼) 외교를 펴고 있다.

신년 인터뷰차 만난 중국의 한 교수는 갈등 유발 일변도의 대외 정책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시 주석에게 물어보라”고 잘라 말했다. 여러모로 중국 숭미파의 반발은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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