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어른들에게 건네는 위로

강경루 2021. 1. 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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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각양각색 취향은 또 어디서 생겨나는 걸까.

조는 또 영혼의 세계에서 일에 매몰돼 악령으로 변한 헤지펀드 매니저를 본다.

하지만 그만큼 영화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건네는 위로는 확실하고, 또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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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 디즈니·픽사 신작 '소울'
애니메이션 '소울'


성격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각양각색 취향은 또 어디서 생겨나는 걸까. 성장 배경이나 일생일대 사건 때문이 아니라 태어나기도 전 이미 정해져 있던 건 아닐까? 예컨대 건반 소리에 영감을 얻어 태어난 영혼은 피아니스트로 자라나고, 공을 차다 지구로 온 영혼은 축구 선수로 자라날 가능성이 크다는 식이다.

디즈니·픽사의 신작 ‘소울’(SOUL)은 이 같은 재기발랄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영화 비평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고 제73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해외 공개 직후부터 화제를 모은 애니메이션이다. 코로나19로 국내 개봉이 미뤄지다가 오는 20일 전국 영화관에서 선을 보인다.

500만 관객을 동원한 ‘인사이드 아웃’의 피트 닥터 감독의 ‘소울’에서 도드라지는 건 기발한 설정을 풀어나가는 힘이다. 주인공은 뉴욕의 음악 선생님 ‘조’. 평생을 그리던 밴드에 발탁된 조는 첫 재즈 연주회 날 맨홀 사고로 꼬마 영혼들의 세계인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여기는 영혼들이 기쁨·흥분·슬픔 등 감정을 배우는 학교다. 영혼은 공부를 끝내고 자신의 관심사(영감)를 발견할 때 비로소 지구 통행증을 받는다.

얼른 지구로 돌아가고픈 조는 간디·테레사 등 성인 멘토조차 혀를 내둘렀을 정도로 시니컬한 22번 아이의 멘토가 돼 ‘영감’을 찾기 위한 험난한 모험 길에 오른다. 감정을 소재로 흥미진진한 어드벤처를 펼쳐나가는 영화는 ‘인사이드 아웃’의 확장판인 셈이다.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뮤지션 존 바티스트의 엔딩곡 ‘It’s All Right’을 비롯해 ‘소셜 네트워크’로 오스카 음악상을 받은 트렌트 레즈너·애티커스 로스의 오리지널 스코어 등 음악도 백미다. 재즈 특유의 스윙감이 극을 흐르면서 감정을 고조시킨다. 공들인 영상에서는 파스텔톤의 말랑말랑한 질감으로 표현된 앙증맞은 영혼과 화려한 대도시 뉴욕에 더해 금관악기에 반사되는 빛까지도 세밀히 표현됐다. 영혼으로 나오는 링컨 등 유명인도 이색 볼거리다.

‘소울’이 매력적인 이유는 영혼들 세상이라는 기발한 이야깃거리를 힘 있게 끌고 나가서다. 특히 22번이 지구로 내려오면서 이야기는 탄력이 붙는다. 처음 경험한 세상이 신기한 22번을 보면서 조는 느낀다. 마지막 대사처럼 “매 순간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는 또 영혼의 세계에서 일에 매몰돼 악령으로 변한 헤지펀드 매니저를 본다. ‘영감’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나 결코 삶의 목적은 아니다. 작품 외적으로도 흑인이 중심에 놓인 애니메이션이어서 의미가 있다.

헤지펀드에서 알 수 있듯 아동용이라기엔 설정이 전반적으로 어렵다. 영혼과 성격의 상관관계, 지구와 태어나기 전 세상의 이야기, 조의 심정 변화를 한 상자 안에 담기 위해 여러 설명이 따라붙어 때로는 호흡이 가빠 보이기까지 한다. ‘삶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전형적 결론도 ‘뻔하다’는 평가를 얼마간 받을 듯하다.

하지만 그만큼 영화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건네는 위로는 확실하고, 또 묵직하다. 2021년 지난해보다 활기찬 한해를 꿈꾸는 관객이라면 “재즈하다”는 영화의 대사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즉흥 연주로 그림을 그리는 재즈처럼 요지경인 우리 삶도 이미 아름답게 뻗어 나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106분.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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