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수영 바보'.. 수영 안 하면 하루가 너무 길어요

김용현 2021. 1. 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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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도쿄로] ① 자유형 '포스트 박태환', 혜성처럼 나타난 황선우
도쿄올림픽 성화는 지금도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성화는 오는 7월 23일 타오를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올림픽의 영광을 목표로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묵묵히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가자! 도쿄로’ 시리즈를 통해 종목별로 주목되는 한국 국가대표들을 소개한다.

황선우가 지난해 11월 19일 경북 김천시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경영 국가대표 선발 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전에서 출발대를 박차고 나가고 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1분 45초92 기록을 작성하면서 세계주니어 신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2020년은 코로나19 탓에 국내에서 전국 수영대회가 겨우 2번만 치러졌다. 하지만 한국 수영의 간판인 박태환을 넘어서는 황선우(18·서울체고)의 등장으로 뜨거웠다. 황선우는 지난 11월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 자유형 100m에서 박태환의 기록을 넘어선 뒤,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는 자유형 200m에서는 세계주니어 신기록을 거머쥐었다.
“중1 때부터 킥 남달라”

코로나19로 대회가 속속 취소됐어도 황선우는 쉬지 않았다. 황선우는 지난달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월 첫 수영대회부터 10월까지 대회들이 연기와 취소를 반복됐다”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덕분에 11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수영을 안 하면 하루가 엄청나게 길었다. 운동을 쉬면 오히려 몸이 망가진다”고 했다. 이어 “사실 운동을 안 하면 불안하기 때문에 불안 요소를 없애려고도 운동을 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진천선수촌으로 들어온 그는 “코로나가 심할 때 학교 수영장이 폐쇄돼 운동을 할 수 없어 힘들었는데 진천에서는 영향 없이 훈련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그는 오랫동안 수영 동호회에서 활동해온 부모님을 따라 여섯 살에 처음 수영을 접했다. 그는 “물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졌다. 물이 좋아서 계속 수영을 하게 됐다”며 “물 안에서 느껴지는 스피드가 땅에서 느끼는 느낌과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선수로 꿈을 키웠던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그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생존에도 필요하다고 해서 배웠던 수영이 여기까지 온 게 나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황선우를 맡은 이정훈 국가대표팀 감독은 “선우를 중학교 1학년 선수 시절에 처음 봤는데, 그때부터 킥이 남달랐다”며 “부력이 좋은데다 스피드가 쉽게 더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황선우가 ‘수영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평한다. 이 감독은 “선우의 강점은 수영에 대한 집중력”이라면서도 “운동도 중요하지만 선우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은 게임도 좋아하는데, 선우는 그런 게 없다. 오로지 수영뿐이다. 쉴 땐 수영 동영상만 보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가장 필요한 건 ‘경험’
대한수영연맹 제공

황선우에게 지금 필요한 건 국제 시니어 대회 경험이다. 황선우 스스로도 자유형 100m 한국 신기록과 200m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세운 것에 관해 “올해 처음 열렸던 10월 김천 수영대회에서 한국신기록에 근접한 성적을 냈었다. 그 대회 경험 덕분에 11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처음 국제대회를 나갔는데 엄청 떨어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며 “경험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외국 선수들을 만나면서 체력 부담과 심리적 압박이 더 커진다”라며 “선우가 큰 대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쿄올림픽 전까지 최대한 많이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연맹과 같이 준비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가 변수다”라고 말했다.

186㎝의 신장에 194㎝의 팔길이를 가진 황선우는 도쿄올림픽에서 자유형 200m 메달권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황선우는 “일단 목표는 메달권으로 잡고 있다. 자유형 200m는 조금만 기록을 끌어올리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형 100m는 확실히 정상급과는 격차가 있어서 최종 결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유형 100m의 경우 아무래도 체격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국제 수영대회를 평정한 카엘렙 드레셀(24·미국)을 비롯해 정상권 경영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신장 190㎝, 팔길이 2m를 넘는다.

황선우는 최근 기록 단축을 위해 ‘돌핀킥’에 주력하고 있다. 수영에서 다리만을 이용해 헤엄치는 기술인 돌핀킥은 경기 초반 다이빙한 직후와 턴을 할 때 속도의 핵심이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특유의 잠영 돌핀킥으로 라이벌들을 압도했다. 황선우는 “물속에서 잠영으로 나아가는 부분을 보완 중이다. 수영에서 턴하고 몸을 밀어낼 때가 가장 빠른 순간이기 때문에 그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선우는 “지금은 급하게 시합을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라서 강도를 낮추고 몸을 회복하고 있다”며 “몸도 강약 순환이 필요한데 계속 올리기만 하면 몸이 망가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12월은 선우와 처음 만나서 그동안 어떻게 훈련하고 기록을 세웠는지 알아가는 단계였다”며 “근력 측정과 젖산 테스트,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선우의 훈련을 좀더 효과적으로 다듬게 된다”고 덧붙였다.

“어떤 선수가 되고싶냐”는 질문에 황선우는 “나만의 수영을 하고 싶다”며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더 많이 나갈 수 있는 영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박태환’이라는 말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담담히 가는 황선우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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