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16) 꿈에서 광화문 한복판에 주님 시신이 묻힌 관 보고..

양민경 2021. 1.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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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은 격동의 해였다.

그해 4월 10일, 나는 놀라운 꿈을 꿨다.

나는 8·15해방이나 6·25전쟁 등 개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놀라운 꿈을 꾸곤 했다.

그해 11월 일부 학생이 원일한 총장서리 집으로 진입해 구속됐는데, 그 배후인물 중 하나로 거론돼 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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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 찔린 시신에 잠에서 깬 후에도 전율, 며칠 뒤 4·19혁명 터져 광화문에서 시위대 합류
김형석 교수는 4·19를 ‘민족의 한 없는 아픔’으로 기억했다. 사진은 순회강연을 다닐 때 연세대 동료 교수들과 함께한 모습이다. 왼쪽부터 김 교수, 테너 이인범(음대) 김명선(의대) 교수, 두 사람 건너 홍윤명 공대 교수. 양구인문학박물관 제공


1960년은 격동의 해였다. 그해 4월 10일, 나는 놀라운 꿈을 꿨다. 광화문 네거리 한가운데 지하 깊숙한 곳에 뚜껑이 열린 관이 있었다. 관에는 주님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시신엔 창에 찔린 자국이 있었고 새빨간 선혈이 넘칠 듯 고여있었다. 꿈에서 깬 뒤에도 한동안 전율을 느꼈다.

나는 8·15해방이나 6·25전쟁 등 개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놀라운 꿈을 꾸곤 했다. 다만 꿈에 관해 자꾸 이야기하면 비과학적이라고 오해할 수 있어 외부에선 말을 아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의 계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꿈을 꾼 이튿날, 마산에서 자유당의 두 번째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과 시민의 시위가 있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18일에는 고려대 학생들이 국회의사당까지 행진하다가 자유당이 동원한 깡패에게 폭행을 당했다. 19일에는 ‘이승만 대통령 하야와 독재정권 타도’ 목소리가 전국에서 터져나왔다. 3·1운동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였다.

이날 나는 학생들과 함께 광화문으로 가 시위대에 합류했다. 광화문 일대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는데, 절대다수가 학생이었다. 서울시청과 서울역 쪽에도 시위대가 가득했다. 시위대 일부는 경무대(현 청와대)로 진출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총성이 들렸다. 구급차 소리도 요란했다. 부상자를 싣고 서울역 앞 세브란스병원을 향해 달리는 차들이었다. 이튿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수백명의 학생이 숨지거나 부상당했다. 25일 서울시내 각 대학 교수단은 학생들의 피와 목숨에 보답하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 학생 수보다 더 많은 시민이 시위에 합세했다. 27일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4·19는 민족의 한 없는 아픔이었다.

4·19혁명은 사회 여러 기관의 반민주세력을 향한 비판과 항거로 이어졌다. 연세대에서도 학원민주화운동이 벌어져 대학 당국이 세 교수를 파면했다. 대학의 조치에 항거하는 교수들이 농성을 벌였는데 나도 합류했다. 나는 농성 중 매일 열리는 예배의 인도를 맡았다. 우리는 어느 한 편의 주장보다는 학교를 위해 좋은 결과가 있길 기도했다. 그리스도 안에선 이기적인 사고와 인간의 주장이 앞설 수 없다. 이 일로 나는 교수 농성대의 주동자 중 한 명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그해 11월 일부 학생이 원일한 총장서리 집으로 진입해 구속됐는데, 그 배후인물 중 하나로 거론돼 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다행히 그해 크리스마스이브에 학생들은 모두 풀려났다. 세 교수 중 두 교수도 나중에 복직됐다. 하지만 대학은 큰 상처를 입었고 교수들도 깊은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됐다. 돌이켜보면 크게 잘한 사람도 없고 잘못한 사람도 없는 분규였다. 하지만 대학 당국이 나를 분규의 주동자로 본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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