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선박 억류, 외교 역량 총동원해 해결하라
미국 등 국제사회 공조 노력도 병행
호르무즈해협 인근을 항해하던 우리나라 상선이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뒤 이란 항구에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배에는 우리 국민 5명을 포함해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타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모든 외교적 역량을 동원해 조속한 상선 억류 해제와 선원들의 무사 석방을 이끌어내야 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나포 경위와 배경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이란 군 당국은 억류된 선박인 ‘한국케미호’가 “반복적으로 해양 환경 규제를 위반했다”고 나포 이유를 발표했다. 7200t의 에탄올을 싣고 가던 ‘한국케미호’가 대규모 해양 오염을 일으킴에 따라 이를 조사해 달라는 해양항만청과 검찰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는 이란 정부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환경오염 문제를 조사한 뒤 인도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촉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에는 뭔가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억류 선박이 소속된 회사는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오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도 전혀 없다. 때마침 한국과 이란 사이에는 한국 금융당국에 의해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를 코로나19 백신 구매 자금으로 전용하는 방식으로 풀어주는 정부 간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 협상과 선박 나포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란 정부가 수출대금 회수를 위해 이런 방법을 동원했으리라 믿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협력하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란 핵합의 복원 등 정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중요 산유국인 이란과의 관계 설정도 고려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었다고 하니 문제 해결의 통로는 열려 있는 셈이다.
국제사회의 보다 광범위한 공조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3분의 1이 지나는 곳이어서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미국 국무부가 즉시 “이란이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며 억류 선박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2년 전 자국 유조선이 이란에 억류됐다가 65일 만에 풀려나도록 한 영국의 경험과 조언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정이 무엇이든 정부는 억류 해제와 선원 석방을 위해 전방위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국민을 포함한 선원들의 신변 안전이 최우선 사항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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