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내새끼 내가 때려 죽이든 상관말라고'

오병상 2021. 1. 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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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아 미안해..국민적 분노에 정부여당 서둘러 대응책 발표
법 제도만으론 학대 못막아..모두가 깨어있는 감시자 되어야
4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는 편지와 물건들이 쌓여 있다. 지난해 1월 정인양을 입양한 양부모 중 양모는 같은해 3월부터 10월까지 정인양을 방임하거나 학대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뉴스1

1.

정인아 미안해..챌린지에 탄원서에 청원까지 온 나라가 떠들썩 합니다.

과연 효과가 있네요.
총리가 5일 긴급관계부처장관회의를 열고 온갖 대책을 다 내놓습니다. 늘 대립하던 여야가 관련입법을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입을 모읍니다.

2.

다 좋은 일입니다. 당장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또 그렇게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비슷한 아동학대 사건은 반복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왜 그럴까요.
근본원인에 대한 처방이 없으면 병은 늘 재발하기 마련이니까요.

3.

‘내새끼 내가 때려 죽이든 상관말라고..’

‘어린 의뢰인’(2014년 칠곡계모사건 소재 영화)에 나오는 아동학대 부모의 항변입니다. 이게 가장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원시적인 관념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낳았다고 소유물이 아닙니다. 아이는 그 자체로 소중한 생명체입니다. 말을 안하든, 못하든, 존중받아야할 인격과 인권이 있습니다.

4.

‘남의 집일 신경 쓰는거 아냐..’

같은 영화에 나오는 이웃의 말씀입니다. 이게 두번째 근본원인입니다.

주변에 학대받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남의 집 일’이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을뿐입니다.

학대는 아주 오랫동안 반복됩니다. 주변에서 바로 신고해야 비극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는 ‘남의 집 일’이 아니라 범죄입니다.

5.

미국 영국엔 ‘이웃감시(Neighborhood Watch)’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자기 마을을 ‘범죄로부터 지킨다’는 개념입니다.
제도가 만들어진 계기는 1964년 뉴욕에서 벌어진 강간살인 사건입니다. 38명의 목격자가 있었고, 범행이 30여분간 진행됐지만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알려졌습니다. (사실은 6명이 목격하고 2명이 신고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됨)

방관자,방조자,공범이란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신고하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됐습니다.

6.

‘나는 차라리 너가 죽었으면 좋겠어..’

‘미쓰백’(2016년 원영이사건 소재 영화)에서 가해부모가 8살짜리 아이에게 하는 말입니다.
말도 폭력이고 학대입니다. 물리적 폭력보다 더 심각한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영원히 아물지 않는.

우리사회에 물리적이든 아니든 폭력이 너무 만연해 있습니다.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7.

이웃감시의 계기가 됐던 사건의 피해자 이름은 ‘제노비스’입니다.

‘제노비스 신드롬’은 ‘방관자 효과’라고 합니다.
사건의 목격자가 많으면 ‘다른 사람이 신고하겠지’라고 서로 미루다 결국 아무도 신고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책임의 분산이 결국은 책임의 방치가 됩니다.
방관자는 공범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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