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재명 "전 국민 재난지원금"..野 "또 선거용" 의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여권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불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식적인 논의는 시작하지 않았으나, 당내에선 재보궐 선거 전인 2~3월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자는 방안도 거론된다.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오는 11일부터 지급되는 3차 재난지원금이 집행되기도 전에 전 국민 추가 재난지원금 주장이 나온 것이다.
여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야당은 “나라 곳간조차 선거 도구로 악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부·여당이 지난해 4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총선에서도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것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90일을 앞두고 꺼내 든 것은 떠나는 민심을 돈으로 사겠다는 술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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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선 주자 일제히 “전 국민 재난지원금”
전 국민 재난지원금 구상을 먼저 내놓은 건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들이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전날(3일)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경기 진작을 위해 전 국민 지원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급 시점에 대해선 “코로나19가 한창 퍼지고 있는데 ‘소비하라’고 하면 자칫 방역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고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더 적극적이었다. 이 지사는 3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1차 재난지원금처럼 과감한 재정정책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규모는 1차 재난지원금을 넘어서야 할 것”이라며 ‘시한부 소멸성 지역 화폐' 방식 지원을 제안했다.
잠재적 대선 후보로 꼽히는 정세균 국무총리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전 국민 지급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보다 중요한 게 민생이다. 국민이 살아야 재정 건전성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총리실 핵심관계자는 “지금은 3차 재난지원금을 집행하는 시기”라며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오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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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2~3월 지급’ 공감대…기재부는 ‘난색’
여당 지도부도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하지 않았다. 다만 의원들 사이에선 “서민층 피해가 극심하니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원내핵심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선 늦어도 2~3월 중엔 추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거론하며 '선거용'이라고 의심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선거를 앞둔 시점에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4·15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 시작된 1차 재난지원금 논의에선 지급 범위를 놓고 정부(소득 하위 50%)와 민주당(소득 하위 70%)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모든 국민에 50만원 지급”을 제안하면서 정부·여당도 ‘전 국민 지원’으로 급선회했고, 지난해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 지급됐다.
여권에선 “조속히 돈을 전 국민에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난해보다 더 커졌다. “자영업자들이 연말·연초 특수를 모두 놓친 상황에서 3차 지원금만으론 버티기 어렵다”(민주당 호남 지역 의원)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소속 정성호 국회 예결특위위원장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가계부채가 1940조원으로 GDP 100%를 넘었다. 가계가 빚으로 버티다가 망하든지, 아니면 정부가 빚을 내서 그 돈을 풀든지 둘 중에 하나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조속히 전 국민에 지급해야 백신 보급 전까지 민생 경제가 버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재정 여력이다. 2021년도 예산안은 역대 최대인 558조원 규모지만, 예비비 상당수가 3차 재난지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어서 추가 재원 확보가 쉽지 않다. 사실상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보이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들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 채무 규모도 관리해야 한다”며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고소득층까지 전 국민에 돈을 나눠주는 것보다는, 저소득층이나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에게 맞춤형으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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