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13년 된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현대사회를 비추는 연극 5편

박정선 2021. 1. 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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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 오브 러브'부터 '깐느로 가는 길'까지, 사회적 문제 끄집어 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주관의 우수 창작 레퍼토리 발굴을 위한 대표 지원사업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5개 연극 작품이 차례대로 첫 선을 보인다. 극단 김장하는날의 ‘에볼루션 오브 러브’를 시작으로, 창작집단 푸른수염 ‘달걀의 일’, 극단 산수유 ‘누란누란’, 극단 명작옥수수밭 ‘깐느로 가는 길’, 공연연구소 탐구생활 ‘고역’이 대학로예술극장·아르코예술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5일 오후 진행된 한문위 창작산실 기자간담회에는 ‘에볼루션오브러브’ 이영은 연출, ‘달걀의 일’ 안정민 연출, ‘누란누란’ 류주연 연출·홍창수 작가, ‘깐느로가는길’ 최원종 연출·차근호 작가, ‘고역’ 신동일 연출·김성배 작가·배우 이동준이 참석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단계별 연간 지원을 통해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지원사업으로 지난해까지 총 206개 작품의 초연 무대를 지원한 바 있다. 올해는 5개 장르(연극, 무용, 전통예술, 창작뮤지컬, 창작오페라)에서 총 21개 작품을 선정해 초연으로 선보인다.


공연창작부 연극 담당 황금실 과장은 “창작산실이 올해로 13년이 됐다. CGV업무협약, 네이버 후원하기 도입, 온라인 유통 등 의미 있는 도전적 유통망을 만들어왔다. 지난 2019년에는 대본 공모사업을 부활 시켰다. 이번에 한 작품을 보고 영화화 작업에 관심을 보여준 곳도 있었다”면서 “이번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심사 과정에서 고민한 것은 트렌드 일색의 작품보다 인간사를 담아내면서 동시대 고민을 같이 다루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선정된 5개 연극 작품은 서로 만나고 부딪히며 결국엔 하나가 되는 ‘경계’에 서서 현대사회를 바라보고, 외면 받거나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등의 여러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냄으로써 다양한 화두와 이야깃거리를 던지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월 8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첫 작품인 ‘에볼루션 오브 러브’의 이영은 연출은 “이번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면서 “인간의 사랑을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철학적, 생물학적, 심리학적 등 다각도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각각의 주제를 띄며, 해설자가 극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해설자는 무대와 객석, 작품 속을 자유자재로 드나들며 생동감과 입체감을 더한다. 빠르게 전환되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1인 다역을 연기하고, ‘사랑’을 키워드로 다원화된 세계관을 반영한 영상 언어가 멀티스크린을 통해 선보여질 예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월 9일부터 1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프랑스의 유명 동화 ‘푸른 수염’ 속 여성들의 실종사건을 밝히기 위해 위험과 모험을 감수하며 수없이 많은 방을 하나하나 열어본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창작집단 푸른수염의 ‘달걀의 일’이 무대에 오른다. 기존에 남성 중심으로 쓰인 신화와 영웅의 이야기에서 탈피해 여성을 서사의 중심에 놓고 써내려간 현대판 신화물로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린다.


안정민 연출은 “작가로서 여성서사를 처음 쓴 것이 ‘달걀의 일’이었다. 이 작품을 쓴 후, ‘사랑연습 갈비뼈 타령’과 ‘당곰이야기’ ‘바리이야기’ 등을 쓸 수 있었다. 여성 서사를 바라보는 방식이 이전에는 이 사회에서 약자로 몰아 세워진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고발적 관점에서, 점차적으로 여성이 원하는 세상, 여성의 목소리, 피해자를 피해자로 바라보는 것을 떠나서 세상의 구조를 재배치하는 시도로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걀의 일’에서도 아픈 기억을 객관화 하여 발굴하고, 그 기억 속에서 서러울 것을, 즉 여성의 역할과 피해자의 역할을 부여 받는 것을 넘어서고자 했다. 그 이후 서러운 여성의 위치를 이야기의 뼈대로 사용하고 있는 기존 한국 신화를 재배치하고 다시 쓰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요컨대, 여성 서사가 사회에서 건드리는 방식이 고발과 사실 폭로였다면 점차적으로 새로운 여성의 입지와 새로운 여성의 입지를 상상해내어 침범하는 극장의 언어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월 22일부터 31일까지 아크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극단 산수유의 ‘누란누란’이 공연된다. 대학교수와 지식인들의 사회에 ‘구조조정’이라는 키워드를 던져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던 대학의 이면을 살피고 ‘권위’와 ‘명예’ 뒤에 가려진 민낯을 적나라하게 해부해 보인다. 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학을 배경으로 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이 당면한 상황 속에서 위기를 절감하면서도 대응력을 상실한 다양한 인물들의 단면을 ‘누란지세’에 빗대어 바라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깐느로 가는 길’은 1월 22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민주화를 이룬 지 11년이 지난 1998년, 남파 간첩과 전직 안기부 요원의 목숨을 건 ‘영화 제작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영화를 소재로 하는 만큼 다양한 오마주가 등장하고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지만, 웃음 속에서 관객을 향해 던져지는 질문들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최원종 연출은 “연극계에서 최고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은 제작비뿐만 아니라 홍보 및 작품의 디벨롭, 극장 시스템까지 모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그래서 오로지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며 “최고의 제작비를 받는것 만큼, 규모가 있는 작품을 공연화할 수 있고, 그런면에서 연출의 새로운 시도와 스타일을 확장시킬 수 있어서 작품 디벨롭뿐만 아니라 연출력의 디벨롭도 자연스럽게 성취 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마지막 작품인 공연연구소 탐구생활의 ‘고역’은 2월 19일부터 2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고역’은 지난 2018년 여름,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던 상황을 다룬다. ‘공생’과 ‘배척’ 사이에서 한국사회가, 나아가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태도와 자세를 살핀다. 아주 분명하지만 조금은 낯선 주제의식을 던지고, 관객이 함께 고민해주기를 기다린다.


2020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연극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로도 만나볼 수 있으며, 5개 작품 중 총 3개 작품이 생중계를 진행한다. 생중계는 ‘달걀의 일’ 1월 15일 오후 8시, ‘깐느로 가는 길’ 1월 22일 오후 7시 30분, ‘고역’ 2월 23일 오후 8시 진행된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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