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반려견에 위축된 보호자, 강형욱이 제시한 해답
[김종성 기자]
"키우긴 키울 텐데 감당이 안 될 텐데.."
강형욱 훈련사의 표정을 어둡게 만든 고민견의 견종은 바로 '휘핏'이었다. 뛰어난 시력을 사용하여 사냥하는 대표적인 시각 하운드 휘핏은 토끼 등 작은 짐승을 사냥하는 스냅 레이싱을 위해 19세기 영국에서 개량(이탈리아 그레이하운드 + 베들링턴 테리어, 멘체스터 테리어)된 품종이다. 최고 시속 56킬로미터의 빠른 스피드에 활동량이 많아 키우기 힘든 견종이다.
▲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 KBS2 |
지난 4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휘핏 비트(수컷, 2살)와 닥스훈트 우가(수컷, 5살)이 고민견으로 등장했다. 도심에서 홀로 두 마리의 반려견과 살고 있는 보호자는 비트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천사 같은 비트가 외부인만 보면 얼굴이 확 변해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한번 돌변하면 보호자가 말려도 쉽사리 누그러들지 않을 정도였다.
비트는 소리에 예민해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각종 소음에 즉각 반응했다. 인기척이 나거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에 화풀이를 하며 짖어댔다. 우가는 그런 비트를 피해 켄넬로 몸을 숨겼다. 그 모습을 보며 강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코비와 담비가 떠올랐기 때문이리라(33회 참고). 당시 강형욱은 괴롭힘을 당하는 담비의 입양을 권유했는데, 같은 일이 반복될까봐 안타까웠던 것이다.
보호자는 비트 때문에 집 안에 가구 및 물건들을 아예 들여놓지 않는다고 했다. 어차피 다 부숴버릴 거라 돈낭비라는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비트는 사람을 문 적도 있었다. 2층에 있는 화장실로 이동하던 미용실 사장님을 공격한 것이다. 별다른 전조 증상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또, 보호자가 없으면 낑낑거리며 짖는 등 전형적인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산책할 때 나타나는 공격성
"산책이 아니라 고난을 겪고 오셨네요."
산책을 할 때도 비트의 공격성은 발현됐다. 지나가는 개를 보면 주시했고, 거리가 가까워지면 흥분해서 짖었다. 다행히 입마개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보호자의 걱정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또, 오토바이를 보면 달려드는 점도 걱정거리였다. 보호자는 그런 비트와 산책을 나가는 게 점점 더 힘겨워졌다고 털어놓았다. 보호자는 매우 위축되어 있었다.
강형욱의 고민도 깊어졌다. 분명 비트와 우가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 이대로 함께 사는 건 서로에게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비트는 기본적으로 예민한 기질이기도 했다. 보호자가 두 마리를 함께 기르는 게 버겁다면 입양을 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강형욱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비트가 보호자를 많이 의존하고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보호자의 의지가 강했다.
그런데 보호자와 비트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보호자는 동생의 지인이 파양한 비트를 데려오게 됐다며, 사실 비트는 여러차례 파양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는 벽지, 장판 등 기물 파손과 산책 시 나오는 공격성 때문이었다. 이전의 보호자들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오자 파양을 선택했던 것이다. 비트의 예민함은 여러 차례 파양을 겪으면서 생긴 것일까.
"보호자님이 비트를 보호해 주려고 하지만 사실은 비트가 보호자를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 KBS2 |
또, 비트가 동요하지 않도록 보호자도 차분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보호자가 놀라면 비트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느린 산책을 통해 비트의 흥분을 감소시키고, 오토바이가 나타나면 시야를 가려 못 보게 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만약 비트가 오토바이를 봐도 얌전히 있으면 간식을 주며 보상을 했다. 이런 반복 훈련으로 위험 상황이 아니라는 걸 인지시키는 게 포인트였다.
보호자는 산책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비트를 제지하기 바빴지만, 사실 그런 보호자의 불안한 마음이 비트에게 더 불안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강형욱은 비트가 안심할 수 있도록 보호자가 먼저 움직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믿음직한 보호자의 모습,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또,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어깨를 펴고 자신감 있게 걸으라고 덧붙였다.
"보호자님이 실패의 경험에 익숙해요. 잘 안 될 것이라는 마음이 너무 많이 있어요. 훈련이 잘 됐음에도 거기에서 희망을 느끼기보다 '그건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일 거야'라고 여기는 거죠. 지금 수준에선 '고생했다. 잘 키워오고 있었다'라고 공감을 해주는 게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보호자가 변하자 비트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토바이가 지나가도 짖지 않았고, 지나가는 강아지가 먼저 짖어도 대응하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이렇듯 훈련이 잘 이뤄졌음에도 보호자는 기뻐하기보다 의아하다는 반응을 먼저 보였다. 그걸 눈치챈 강형욱은 보호자와의 면담을 통해 비트의 문제 행동 교정은 기술적인 것보다 보호자의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호자의 걱정
보호자의 가장 큰 걱정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강형욱이 비트를 다른 곳으로 보내라고 권유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이미 부모님에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었지만, 파양의 경험이 많은 비트를 보낼 수는 없었다. 보호자는 비트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훈련이 절실했던 까닭도 비트를 잘 기르기 위함이었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야간 특별 훈련을 준비했다.
강형욱의 도움 없는 상태에서 보호자가 비트를 데리고 산책을 해보면서 성공의 경험을 쌓아주려는 의도였다. 헬퍼독까지 투입한 훈련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어느새 다가온 헬퍼독이 맹렬히 짖어도 비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도 이전처럼 달려들지 않았다. 상황을 인지한 보호자가 먼저 움직여 목줄을 짧게 잡고, 비트의 시선을 막아줬기 때문이었다.
강형욱의 설명 덕분에 비트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보호자는 훨씬 더 능숙하게 비트를 리드할 수 있었다. 훈련은 꾸준히 이어졌다. 비트에게 더 이상 파양의 아픔을 주기 싫었던 보호자는 자신감을 갖고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책임감 있는 보호자와 비트, 우가가 부디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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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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