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출연 조영남, 그의 해명이 불편한 까닭
[이준목 기자]
▲ SBS Plus <밥은 먹고 다니냐-강호동의 밥심> 한 장면. |
ⓒ SBS Plus |
지난해 10월부터 SBS Plus에서 방송 중인 <밥은 먹고 다니냐-강호동의 밥심>은 일상에 지쳐 든든한 밥심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 상 가득 밥상을 대접하고 음식에 담긴 그들의 인생 이야기와 고민을 들어주는 신개념 밥상머리 토크쇼를 표방하고 있다. MC 강호동이 게스트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먹방과 토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출연자 대부분은 연예인 혹은 셀럽들이다.
지난 4일 방송된 <강호동의 밥심>(이하 밥심)에서는 가수 조영남과 희극인 이경실, 이성미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연예계 절친으로 알려진 이들은 각자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도 서로가 힘이 되어주었던 추억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조영남은 지난 몇 년간 '그림 대작 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5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해 6월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밥심>에서도 조영남은 이 사건을 언급했다. 조영남은 당시 법정에서의 최후진술 상황을 회상하며 "대법관들이 1심으로 돌리라고 하면 난 죽는 거다. 사시나무 떨듯 떨다가 최후진술을 하면서 '옛 어른들이 화투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 당한다고 했는데 제가 화투를 너무 오래 가지고 놀았나 보다'라고 했다, 한 달 후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조영남은 "법정 싸움이 5년이나 이어질 줄 생각도 못 했다. 최악의 상황은 내가 조수 쓴 걸 후회하면서 사기꾼으로 사는 거였다. 근데 조수들은 다 쓴다. 하지만 거기에 잘난 척한 내가 교만했던 것"이라고 반성했다. 또한 조영남은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라며 이경실과 이성미 등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생활과 관련된 경솔한 발언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조영남은 이날 이성미와 친해진 계기를 공개하다가 이혼한 전부인이었던 배우 윤여정을 잘못 언급했다. 그러자 이경실이 "아직까지도 못 잊고 있다"라며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윤여정이 다른 방송에 출연했을 때도 굳이 조영남을 일부러 언급하지 않는 것과 달리 조영남은 과거 <놀러와>, <무릎팍도사> 등 다른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 수시로 윤여정을 거론한 바 있다. 엄연히 이혼해서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행동이다.
또한 조영남의 여성편력과 관련된 내용도 방송에서 언급됐다. 조영남은 과거에도 농담을 빌미로 나이어린 젊은 후배 여성 연예인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무례한 태도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토크쇼에서 조영남과 그의 지인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젠더 감수성'이 전무한 모습들을 보였다.
최근 조영남은 무죄 판결 이후 방송활동을 재개하면서 각종 토크쇼에 활발하게 출연하고 있다. 그리고 조영남은 이러한 토크쇼의 특성을 이용하여 방송에서 마치 그간의 한풀이라도 하듯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그림대작 논란을 단지 '흥미로운 무용담'처럼 언급하는 조영남의 태도가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논란 당시에도 조수를 사용하는 건 미술계의 관행이며, 누가 그렸는지보다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더 중요하고, 조영남의 그림 자체는 창작자 고유의 아이디어인만큼 본인 작품이 맞다는 게 조영남 측의 논리였다.
조영남의 자세가 '과연 창작자로서의 의무와 상식에 맞는가'라는 부정적 의견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대중예술가라면 이러한 대중의 비판과 공감대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자중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하지 않을까.
방송 토크쇼는 그 특성상 유명 연예인이나 셀럽 출연자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화제성만을 내세워 논란을 일으켰던 연예인들까지 무분별하게 출연시키고, 그들의 일방적인 자기 홍보나 변명 혹은 개인 미화로 방송이 변질돼버린 상황에 있다.
MC나 제작진들도 같은 동종업계이거나 선후배라는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제식구 감싸기'나 '감성팔이'로 치우치기 일쑤다. 과거 강호동이 진행했던 <무릎팍도사>를 비롯하여, <밥심>과 비슷한 먹방 토크 컨셉트를 표방한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 <힐링캠프>, <침묵예능 아이콘택트>, <라디오스타> 등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잇달아 출연시키며 '면죄부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감과 위로를 제시하기보다는, 유명인들이 '그들만의 친분과 의리'를 과시하며 자화자찬하는 프로그램은 일반 시청자들의 눈높이에서는 그저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밥심>을 비롯하여 오늘날 장르의 수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수많은 연예인 토크쇼가 과연 누구를 위한 방송인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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