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투자하면 1000만원 쓰게 해준다"..주식 사기에 3883명 당했다
위장투자업체 만든 가짜 주식거래 프로그램에 속아
40만원에서 많게는 19억원 사기 피해 당해도 몰라
주식투자 광풍을 이용해 ‘100만원을 투자하면 최대 1000만원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3000여명으로부터 7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짜로 만든 프로그램을 이용해 투자자가 실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처럼 속여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는 위장투자업체를 운영하며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범죄단체 조직 및 가입 등)로 총책 A씨(63) 등 12명을 구속하고 상담사 B씨(32) 등 39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부산·울산 등에 고객센터 등을 차려놓고 전국 투자자 3883명에게 전화를 걸어 투자금 명목으로 726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각종 주식 관련 사이트 등에서 입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개인정보를 갖고 투자자에게 전화를 걸어 접근했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100만원을 투자하면 그 증거금을 담보로 최대 1000만원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낮은 이자(0.03%)로 돈을 빌려줘 고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레버리지 상품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투자자가 위장투자업체에서 개설한 대포계좌로 돈을 송금하면 가짜 주식거래프로그램을 휴대폰 등에 설치하도록 하고 이 계좌에 약속한 대로 1000만원(이자포함) 상당의 돈을 입금하는 식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증권거래소와 주식시세가 연동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수와 매도 주문이 연동되지 않는 가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뒤 투자자들이 주식거래 창을 보고 특정 종목을 매매하면 실제 주식시세에 맞춰 수기로 수익이나 손실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였다. 수기로 종목 매매 수익률을 표시하면서 시간적 오류 등이 발생하는 등 이상한 점이 드러났지만, 투자자들은 위장투자업체 등의 설명이나 보상 등을 받은 뒤 거래를 계속해왔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투자자가 수익이 나면 전산 장애 등을 이유로 출금을 지연하다 연락을 끊고 프로그램 접속을 차단했고, 반대로 손실이 나면 빌려준 돈을 이유로 반대매매로 나머지 주식을 매도한 것처럼 속여 일부 증거금만 돌려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투자자는 적게는 40만원, 많게는 19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로챈 돈은 범죄에 가담한 직원 50여명의 인건비 등으로 상당수 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보한 나머지 금액은 18억2000만원 정도다. 이들은 18억 2000만원으로 고급 차를 리스하거나 골프장 회원권과 부동산 등을 산 뒤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피해자는 자신이 범죄에 이용당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투자를 잘못한 것으로 착각해 경찰에 피해 신고를 한 사람은 현재 9명뿐이다”며 “개인 명의가 아닌 법인계좌로 증거금 입금을 요구하거나, 개별로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전화나 주식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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