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 코호트 격리의 어원

이현우 2021. 1. 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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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자주 뉴스에서 접하게 된 용어로 '코호트 격리'가 있다.

여기서 '코호트(cohort)'는 고대 로마제국 시절 약 500명 단위의 대대급 병력을 의미하는 말로 군대에 돌림병이 퍼졌을 때 감염된 병사들을 한 막사에 모아 격리, 관리하던 관습에서 나온 말이다.

나폴레옹은 1798년 이집트 원정 당시 흑사병이 퍼지자 코호트 격리한 병사들을 사막에 그대로 내다버리거나 막사에 불을 지르며 희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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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궁정화가였던 앙투안 장 그로가 그린 '자파의 페스트환자를 방문하는 나폴레옹'의 모습.[이미지출처= 루브르 박물관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자주 뉴스에서 접하게 된 용어로 '코호트 격리'가 있다. 여기서 '코호트(cohort)'는 고대 로마제국 시절 약 500명 단위의 대대급 병력을 의미하는 말로 군대에 돌림병이 퍼졌을 때 감염된 병사들을 한 막사에 모아 격리, 관리하던 관습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까지 코호트 격리는 말이 격리지 사실상 병든 병사들의 생명을 헌신짝처럼 내다버리는 행위를 의미했다. 조금만 전염병 증상이 보이면 모두 한 막사에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자행됐다. 당대 유럽 최고의 명장이라던 나폴레옹은 잔혹하기 그지없는 코호트 격리로 유명했는데, 전투에서 죽는 병사보다 코호트 격리로 죽은 병사 수가 훨씬 많았다고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은 1798년 이집트 원정 당시 흑사병이 퍼지자 코호트 격리한 병사들을 사막에 그대로 내다버리거나 막사에 불을 지르며 희생시켰다. 그래도 좀처럼 확산세가 꺾이질 않자 그는 1년 뒤 반드시 병사들을 데리러 돌아오겠다 약속하고 수뇌부들과 함께 프랑스로 귀환했다. 남은 수천명의 병사들은 흑사병과 배고픔, 적의 게릴라전술을 견뎌내며 귀환선을 기다렸지만 그들이 전멸할 때까지 귀환선은 오지 않았다. 프랑스에 흑사병이 퍼지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병사들은 중동 사막 한가운데 코호트 격리된 것이다.

이후 1804년,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 당시 자신이 목숨을 걸고 흑사병이 돌던 코호트 격리 막사를 직접 방문했다는 거짓소문을 돌렸고, 궁정화가들에게 방문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게 해 선전도구로 이용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대작 중 하나인 앙투안 장 그로의 '자파의 페스트 환자를 방문하는 나폴레옹'이란 그림은 이렇게 탄생하게 됐다.

고대부터 영웅들의 찬가 속에 가려져있던 코호트 격리의 참담한 현실이 막사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1853년 크림전쟁 때부터였다.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처음으로 발발한 이 거대한 국제전쟁은 그동안 관보와 몇몇 기밀보고서들을 통해 관료들만 알 수 있었던 전쟁터의 상황이 적나라하게 대중들에게 노출된 첫 전쟁이었다. 백의의 천사라는 나이팅게일의 간호부대가 양성되고 적십자가 창설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카메라에 담긴 코호트 격리의 참혹한 모습 덕이었다.

이렇게 근대 전쟁사에서나 볼 법한 일인 줄 알았던 코호트 격리의 참혹사가 21세기 한국의 요양병원에서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만 코호트 격리 요양병원에서 이송될 병상을 기다리다 100명 가까운 생명이 사라졌다. 이제는 카메라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어디에나 대중의 눈이 서려있음에도 정부는 전 세계의 모범이라고 자찬하는 K방역을 홍보하는 게 더 바쁜 모양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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