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구내염 진단' 병원측 "입속 상처 보고 내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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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던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진료한 뒤 '단순 구내염'이라고 진단했던 의사의 의사 면허를 박탈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한 청원인은 4일 '정인이에게 허위진단서를 내린 의사의 의사 면허를 박탈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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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에 시달리다 사망한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생전에 진료한 뒤 ‘단순 구내염’이라고 판단했던 의사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적 없다”며 해명에 나섰다. 앞서 한 네티즌은 정인이의 입안 상처를 구내염이라고 진단한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의사 면허를 박탈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현재 ‘청원 요건 위배’로 비공개 전환됐다.
해당 소아청소년과의원 관계자 A씨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정인이의) 입속 상처를 구내염으로 바꿔서 진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상처와 구내염 소견을 둘 다 밝히고 치료했다. 상처를 구내염으로 바꾼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진단서도 발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청원인은 지난 4일 ‘(…)의사 면허를 박탈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했다. 그는 “정인이는 학대로 인해 입안이 찢어졌고 이를 본 의사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양부모가 구내염이라고 적힌 다른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 의무가 있지만 이를 행하지 않았음은 물론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찢어진 상처와 구내염을 구분하지 못해 의사로서의 능력도 의심된다”면서 “정인이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 않았더라도 진단서를 무책임하게 발급할 시 환자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정인이는 생전 이 병원에 9번 정도 방문했다. 그는 “감기 등으로 왔었다. 한 달에 한 번꼴”이라며 “양부모와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환자나 보호자와 똑같은 관계일 뿐 더 사이가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정인이가 내원한 동안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고 했다. 또 이미 세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아동학대가 아닌 감기 등으로 내원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치료만 했다는 것이다. A씨는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지난해 9월 23일 방문”이라며 “양부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이 동행했는데 그때도 아동학대 신고 여부를 몰랐다”고 말했다.
A씨가 언급한 지난해 9월 23일은 정인이에 대한 3차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던 날이다. 당시 정인이를 진료한 다른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직접 신고했고, 이후 양부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과 함께 A씨 측 병원에서 재차 진료를 받았다. 신고한 의사는 지난해 5월 정인이의 허벅지 안쪽에서 발견된 멍, 7월 외력에 의해 찢어진 듯한 입속 상처, 신고 당일 체중감소와 영양실조가 의심되는 아이의 상태 등을 종합해 아동학대라고 판단하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7월의 상처도 신고한 의사분이 이미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있어서 외력에 의한 것으로 판단한 것 아닐까 싶다”면서 “(9월에 저희가) 진료할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다. 멍이나 피하출혈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부에게 상처의 이유를 물었더니 ‘놀다가 부딪혀 생긴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이 신고 여부는 언급 없이 진료 온 것처럼 봐달라고 하면서 아동학대로 확진할 수 있냐고 물어봐서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고 사실을 언급했다면) 옷을 다 벗겨서 꼼꼼히 봤을 것”이라며 “다만 체중감소 등으로 활력이 없어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9월 23일 내원 당시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전혀 없었는지, 한 달에 한 번꼴로 9번 내원할 동안에도 이상 징후가 없었는지 여러 번 물어봤지만 A씨는 “전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인이를 직접 진료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A씨를 통해 보내온 입장문에서 “불과 얼마 전에 진료실에서 봤던 아이의 사망 소식을 듣고 어린 생명을 살릴 기회를 놓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책도 많이 했다”면서 “정인이의 죽음에 대해 도의적,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불이익이나 비난도 감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진실인 것처럼 퍼져 저와 병원 의료진은 견디기 힘든 비난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구내염 진단 관련 청원은 등록된 지 하루 만에 동의자 수가 1만명을 넘기는 등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얻었으나, ‘청원 요건에 위배됐다’는 문구와 함께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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