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균 칼럼] 거위가 될 뻔했던 '국민주' 삼성전자

임상균 2021. 1. 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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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일이다. 실리콘밸리 스탠퍼드대에 취재를 간 적이 있었다. 현지에 도착하니 예상외로 큰 환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시아 작은 국가의 주니어 기자를 위해 공대 학장이 직접 안내를 맡아줬다. 반나절을 할애해 일일이 취재를 도왔다. BMW, 구글, 볼보,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과 공동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연구실도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취재 마지막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대표 기업 대부분과 R&D 협력을 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과는 아직 일을 못하고 있네요.” 그는 “스탠퍼드가 삼성전자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한국에 잘 소개해달라”고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문재인정부의 공정과 분배 중심의 경제 운용이 기세등등하던 2018년 7월.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홍영표 의원과 여성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짜고 쥐어짠 결과입니다. (삼성이 순이익 중) 20조원만 풀면 200만명한테 1000만원을 더 줄 수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 무색하게 ‘일자리 쇼크’만 거듭되던 시기였다. 기업 기 살리기 목소리가 높았지만 홍 의원은 “대기업 성과가 노동자 임금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충격적인 발언에 “달걀을 얻자고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2020년 국내 투자자 전체 순매수 금액이 64조원인데 이 중 4분의 1인 15조7720억원이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에 몰렸다고 한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45% 급등하며 주주로 참여한 국민에게 큰 보답을 했다. 수혜자는 2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통주 주주 수가 2019년 말 57만명 2020년 말에는 200만명을 넘을 것이 확실하다. 보통주의 15% 정도 발행된 우선주에도 30만명 이상 개미주주가 있을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이 333조원에서 483조원으로 150조원, 우선주는 37조원에서 60조원으로 23조원 급증했다. 삼성전자 주식 중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와 외국인을 제외한 국내 개인과 기관의 보유 비중은 보통주 23%, 우선주 18%씩이다. 기관은 대부분 펀드나 연기금이니 그들의 수익은 결국 국민 몫이다. 보통주 35조원, 우선주 4조원씩 총 39조원의 이익이 났다. 23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1700만원씩 돌아간다.

‘국민주’ 삼성전자가 지난해 일궈낸 ‘부(富)의 확산’ 효과이다. 홍 의원이 배를 갈라 나눠 먹자고 했던 ‘200만명 1인당 1000만원’보다 훨씬 큰 혜택이다.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고 싶어 한 스탠퍼드 공대 학장의 판단은 현명했다. 당시만 해도 D램 최대 생산업체 정도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1위에 당당히 올랐다.

그런 삼성전자의 실력과 미래를 신뢰한 국민들은 주주가 돼서 과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게 시장경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성과를 보며 분배에 치우친 문재인 정권의 반시장·반기업적 인식이 조금이나마 바뀌기를 기대해본다.

[주간국장 sky22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1호 (2021.01.06~2021.0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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