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변호사들 "정인이 사건, 가해부모에 살인죄 적용하라"

천금주 2021. 1.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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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화면 캡처

양부모의 잔인한 학대로 생후 16개월에 숨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여성변호사단체가 가해 부모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검찰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부검의에게 재감정을 의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이하 여변)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가해 부모에 대해 살인죄로 의율함과 더불어 아동학대 사건에서 초동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생후 16개월의 피해 아동이 긴 시간 고통을 참아내다 장기 파열 등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권력은 철저히 무력했다”고 지적한 여변은 “문제는 이러한 비극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래에만 봐도 지난해 6월 한 아동이 부모 학대를 받다 여행용 가방 안에서 사망했다”고 한 여변은 “이러한 비극은 비단 정인이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2018년 아동권리보장원 통계자료를 인용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모두 28명이라고 지적한 여변은 “현재에도 ‘가정’이라는 은폐된 울타리 내에서 ‘훈육’을 명목으로 학대받는 아동이 존재하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지난해 6월 성명서에도 이 같은 현실을 개탄하고 아동학대사건 초동조사 실효성을 확보해 아동보호 체계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기능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아직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동거남의 9살짜리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동안 가둬 숨지게 한 천안 계모 사건을 말한다. 지난 6월 대전지검 천안지청 여성·강력범죄전담부는 의붓아들을 여행 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었다. 경찰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해 법정에 세웠다. 결국 계모는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인이와 같은 피해 아동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먼저 이번 사건의 가해 부모에 대해 살인죄 의율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변은 또 “현재 양모 장모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양부인 안모씨에 대해 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보도되는바, 현출 증거자료만 봐도 살인죄로 의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앞으로 초동조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 조사 기능 활성화를 위해 인력 확충, 전문성 강화, 아동학대범죄 신고 접수 시 적극 협조 및 수사 개시를 다시금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정인이의 양부모에게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수사팀은 공소장을 변경해 살인죄 적용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부검의 3명에게 입양아 사건의 재감정을 의뢰했다. 의뢰를 받은 법의학 전문가들이 정인이의 진료기록과 증거 사진 등을 통해 사망 원인과 부상 정도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

장씨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되면 형량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기본 양형만 징역 10~16년이다.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사형까지도 가능하다. 반면 아동학대치사죄는 징역 6~10년에 불과하다.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리는 첫 공판에서 공소장 변경 여부가 밝혀질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13일 생후 16개월짜리 입양아 정인이가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달 8일 정인이의 양모인 장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양부 안씨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방송화면 캡처
방송화면 캡처

이후 지난 2일 S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해당 사건을 파헤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방송에 따르면 정인이는 또래보다 눈에 띄게 왜소했고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찢어진 장기에서 발생한 출혈로 복부 전체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 생후 7개월 양부모인 장씨와 안씨에게 입양된 정인이는 췌장이 끊어지는 등의 장기 파열로 입양된 지 271일 만에 결국 숨졌다.

정인이가 사망하기까지 어린이집 교사와 의사 등에 의해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3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의료진이 정인이의 몸에 드러난 손상의 흔적들을 보고 단순 사고가 아닌 아동학대라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장씨는 정인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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