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 노동당 대회, 전략적 변화를 보는 창
북한이 제8차 조선노동당대회에서 내놓을 메시지가 관심이다. 첫째, 새로운 투쟁 단계와 전략적 노선의 수위다. 북한은 당대회 개최를 예고하며 ‘당과 정부 앞에 나선 새로운 투쟁 단계’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투쟁 단계라는 용어는 상투적 표현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다 의미 있는 단계를 뜻할 수 있다. 소위 북한식 사회주의가 어느 단계에 있는가를 설정하는 문제다. 북한은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당시를 ‘사회주의 완전승리 단계’로 규정한 이후 무려 40년간 자신들의 사회주의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앞두고 제시했던 ‘사회주의 초급단계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종의 개혁적 ‘단계론’을 재설정할 가능성도 있다. 최소한 김정은 정권이 경제 발전과 시장 친화성, 대외적 개방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미국 조 바이든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전략적 노선 역시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핵·경제 병진 노선’ ‘자강력 제일주의’ ‘선군 혁명 노선’을 대체할 새로운 노선 제시가 예상된다. 전략무기 지속 개발을 염두에 둔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관련된 노선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당 조직 및 인적 개편이다. 최근 행보로 본다면 중폭 이상의 인사 및 당 기구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매년 중폭 이상의 인사를 단행해 왔다. 혁명 1, 2세대의 전면 퇴진, 40~60대 당 부장급 및 부부장급의 중심 배치다. 주로 당 조직지도부 경력, 전문 경제기술 관료, 전략무기 개발그룹, 군 경제건설 공로자 등에 대한 신임이다. 이번 회의는 김정은 시대 인물로의 완전한 교체를 보여주는 자리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제7차 당대회가 김정은식 ‘당-국가체계’를 전면화하는 대회였다면 이번 회의는 장악력을 한층 높인 김정은 2기 체제를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인사 관련 주목할 부분은 ‘대미 라인’의 변화다. 군부 출신에 대남 파트의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리선권 외무상이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총괄 밑에서 대남·대미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 걸맞은 인적 교체가 선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풍부한 대미 협상 경력과 김 위원장의 신임이 높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당적 지위 향상 및 외무상 발탁 가능성이 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대미사업 총괄 역할에 맞는 당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핵 군축 및 핵 군비통제 같은 정교한 협상을 위한 전문관료 등용이 후속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셋째로 경제 관련 노선과 정책이다. 앞선 당 전원회의 결정을 승인 및 체계화하는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즉, 2018년 4월 제7기 제3차 당 전원회의를 통해 채택한 ‘사회주의 경제발전 총력집중’을 장기 계획 형태로 세부화하는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발표다. 주목할 부분은 새로운 발전 아이템의 등장 여부다.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총계획이 5개년 계획의 아이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맞는 산업정보화와 정보산업 육성이 강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기에 유엔 차원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에 해당하는 ‘인민시책’이 아이템으로 등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미·대남 메시지다. 한국에는 조건부 유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극복을 조건으로 남북 합의 이행, 남북 협력 재개 등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중 군사 현안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바이든 정부에 보내는 가장 완곡하지만 적극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방역 협력은 물론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및 협력을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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