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있는 제자양육' 통해 흩어지는 사역의 길 넓힐 때

백상현,장창일,최기영 2021. 1.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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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급변한 환경 속 적용할만한 목회 4원칙
코로나19는 한국교회 목회환경을 급격하게 바꿔놓았다. 새해를 맞아 21일 유튜브 기도회를 열며 전국적인 기도운동을 전개하는 서울 더크로스처치. 유튜브 캡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는 목회 환경을 180도 바꿔놨다. 목회 지형이 급변하는 가운데 목회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현장 목회 전문가로부터 올해 한국교회가 붙들어야 할 4가지 원칙을 들어봤다.

‘처치십’과 ‘디사이플십’을 세우라

교회 기능은 크게 ‘처치십’(churchship)과 ‘디사이플십’(discipleship)으로 나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모이는 교회인 처치십에 익숙했고 대면예배가 불가능해지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흩어져 삶의 현장에서 제자를 양육하는 디사이플십 기능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이강우 서울 좋은나무교회 목사는 “모여서 예배드리는 처치십을 강조하고 ‘가서 제자 삼는’ 디사이플십을 등한시해 다수의 교회에서 제자가 아닌 형식적 종교인을 양산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안일한 분위기 속 코로나19라는 핵폭탄을 맞았다. 교회의 허약체질이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뉴노멀 시대 목회자는 처치십뿐만 아니라 디사이플십을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영 수원 예수마을셀교회 목사도 “많은 교회가 그동안 모이는 예배, 소수 일꾼 중심의 봉사, 1년에 한두 번 하는 심방, 안내문 전달 수준의 전도를 하며 처치십을 강조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런 사역은 한순간에 ‘올스톱’ 됐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많은 목회자가 팬데믹의 충격 속 앞으로 어떻게 목회할지 몰라 난감해한다”면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제자양육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재생산의 기쁨을 누리라

제자양육은 단순한 지적 전수를 뜻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삶의 현장에서 제자가 제자를 키워내는 것이다.

박영 목사는 “담임 목회자가 지난 2년간 성도를 앉혀놓고 제자양육을 한 사례가 없다면 목회를 진지하게 재점검해야 한다”면서 “말로만 제자훈련을 한다고 하지 말고 목회자 자신부터 제자가 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성규 부산 부전교회 목사는 “영화 ‘라이온킹’에서 심바가 밀림의 왕 지위를 잃어버렸을 때 아버지 무파사가 ‘네가 누군지 기억하라’는 말로 정체성을 일깨워 준다”며 “교회와 성도들도 ‘가서 제자 삼으라’는 본연의 정체성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훈 당진 동일교회 목사는 “교회에서 성도를 기다리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면서 “목회자가 문화라는 도구를 들고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땀 흘리며 한 영혼을 껴안고 제자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신자를 만난다는 측면에서 바울처럼 자비량 선교사를 뜻하는 ‘텐트메이커’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분명한 영적 가치를 제공하라

한국교회는 올해 선도적으로 교회 본연의 영적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김두현 21C목회연구소장은 “팬데믹 속에는 하나님의 영적 메시지가 분명히 들어있다”며 “지난해 한국교회는 안타깝게도 팬데믹을 움직이는 하나님보다 세상의 요구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유행병이라는 인간 실존의 문제 앞에 영적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잠재돼 있던 교회 분쟁이 수면 위로 떠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수훈 목사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출석 성도가 과거의 40%만 회복돼도 성공적”이라면서 “‘온라인 예배를 드려도 괜찮다’는 인식이 성도 사이에 이미 자리 잡았다. 예배당에 와야만 하는 영적 가치를 선명하게 제시 못 한다면 교회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파주 순복음삼마교회. 유튜브 캡처


이일성 파주 순복음삼마교회 목사는 “지난해 텅 빈 예배당에서 카메라를 보며 ‘내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하는 정체성의 위기마저 왔다”면서 “하지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세상이 열렸고 유튜브를 통한 제자훈련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일부터 ‘약속의 땅 삼마교회 21일 기도회’ 유튜브 생방송을 시작했는데, 접속자가 과거보다 10배 이상 늘었다”면서 “새로운 목회 환경 속 성령충만과 말씀 중심이라는 본질만 붙든다면 교회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전했다.

연합해 한 영혼에게 다가서라

새해도 당분간 비대면 사역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 정상적 교회 사역이 가능할 전망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박영 목사는 “올해 후반기 팬데믹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예정대로 부교역자 4명이 수원 호매실지구와 오산 세교지구에 교회를 개척한다”면서 “이들과 함께 전도와 양육을 하고 금요성령집회와 주일 오후 예배를 함께 드리며 교회 자립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수훈 목사는 “많은 젊은이가 교회를 등졌다. 교회가 상식 이하의 집단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지역 교회가 연합해 착한 행실로 반기독교 여론을 덮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종순 서울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내 뜻은 접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고 따르는 게 바른 회복”이라며 “이번 사태가 한국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바른 회복을 위해 마음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백상현 장창일 최기영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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