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판다

장혜수 2021. 1. 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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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스포츠팀장

전한(前漢) 시대 한자 사전 『이아(爾雅)』에 ‘맥(貘)’이라는 동물이 나온다. ‘맥은 몸 색깔이 검은 얼룩이며, 대나무를 먹는다(貘體色黑駁, 食竹)’. 떠오르는 동물이 있다. 중국의 상징인 판다다. 중국어로 ‘슝마오(熊猫)’ 또는 ‘따슝마오(大熊猫)’인데, (큰) 곰 같은 고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아니다. 과거 너구리 일종으로도 여겨졌다. 화석 및 유전자 연구 등을 통해 곰의 일종이라는 게 확인됐다. 생물 분류체계상 판다는 식육목-개아목-곰과-판다속 동물이다. 신생대 미오세인 1900만년 전 현생 곰의 공통조상에서 갈려 나왔다.

식육목에 속하는데도 판다는 동물 대신 식물(대나무)을 먹는다. 초식동물보다 장이 짧아 섬유질(셀룰로스)을 잘 소화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왜 초식일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판다는 700만년 전쯤 고기의 감칠맛(글루타메이트)을 느끼는 미각 수용체를 잃었다. 그 결과 ‘맛없는’ 고기 대신 서식지에 풍부한 대나무를 먹기 시작했다. 대나무에서 단백질이 가장 많은 부위는 댓잎이다. 댓잎을 효과적으로 훑기 위해 진화한 결과가 앞발의 가짜 엄지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이 얘기를 저서 『판다의 엄지』(1980)에서 다뤘다.

판다가 전 세계에 알려진 건 19세기다. 중국에 머물던 프랑스 선교사가 판다를 생포해 귀국하려 했다. 잡힌 판다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었다. 가죽만 파리의 박물관에 전시됐다. 판다는 2012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 위기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귀하다 보니 중국에서도 ‘국보’로 대접받는다. 중국 정부는 판다를 외국에 선물하는 ‘판다 외교’를 펼쳤다. 1941년 장제스 총통이 중일전쟁 때 도와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미국에 보낸 게 시작이다.

2014년 7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판다 선물을 약속했다. 2016년 3월 한국에 들어온 판다 한 쌍(러바오·아이바오)이 지난해 7월 에버랜드에서 새끼를 낳았다. 그 어렵다는 자연수정을 통해서다. 공모로 정한 새끼 판다 이름은 푸바오(福寶)다. 반년 가까이 자란 푸바오가 4일 관람객에 첫선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관람객이 줄어 스트레스가 적었던 게 자연수정의 성공 요인이라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자연이 인간에게 원하는 건 분명하다. 그냥 있던 그대로 내버려 달라는 것 아니겠는가.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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