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재계 화두는 '이윤 극대' 아닌 'ESG'?

김소연 2021. 1. 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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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멕시코만에 떠 있던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 무리한 작업량으로 인해 배는 너덜너덜한 상태였죠. 시추공 파이프가 빠져나가 비상 대피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밸브를 잠그는 장치가 말썽을 부려 난리가 나거나 등등 크고 작은 사건이 계속 발생했습니다. 그날은 심지어 시추공 위에 시멘트를 들이부어 고정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에 대한 안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담당자들은 시추를 진행할 수 없다고 버티지만, 본사 관리자는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합니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 직후 시추관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됩니다. 그리고 폭발음. 그렇게 배는 거대한 화염에 휩싸입니다.

장장 5개월 동안 계속돼 ‘역대 빅5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로 꼽히는 영국 석유업체 BP의 ‘딥워터 호라이즌’호 스토리입니다. 워낙 스펙터클한 내용이다 보니 영화로도 만들어졌죠.

당시 BP CEO였던 토니 헤이워드는 BP의 안전 기준이 동종 업계 최고라고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실제 안전을 위한 다양한 투자도 이뤄졌고요. 그러나 이후 조사에서 BP 현장 관리자는 안전 지침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정이 40일이나 지체된 데다 하루 용선료만 50만달러씩 나가는 상황에서 ‘안전’쯤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 거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가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무책임 사이 관계를 들여다본 연구(2013년)를 진행한 결과, 놀랍게도 사회적 책임에 투자를 많이 한 기업이 나중에는 도리어 무책임한 행동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종의 ‘도덕적 허가’ 효과죠.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항상 이 BP ‘딥워터 호라이즌’호 얘기가 거론됩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ESG가 돈이다’입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신경 쓰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하다’는 의미죠. ‘도덕적 허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자유시장의 전도사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 역할을 이윤 극대화에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한술 더 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는 경영자가 있다면 해고하라”고 했고요.

오래도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마케팅에 불과했습니다. 친환경이나 공정무역 상품은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이해하라’ ‘우리 제품은 이렇게 차별화된다’를 주장하기 위한 요인일 뿐이었죠.

이제는 완전 달라졌습니다. 월가의 제왕 블랙록 CEO가 자사 투자를 받은 기업에 “ESG 성과 공개하라”며 압박하고 나선 게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낯선 단어인 ESG. 한국에서는 어떤 기업이 앞서 나가고 있고 개인투자자는 ESG에서 어떤 기회를 엿볼 수 있을지 알아봤습니다.

코스피가 ‘삼천피’를 향해 달려갑니다. 증시 랠리 속 외국인과 기관과 개미는 각각 어떤 종목을 담았는지 알려드립니다. 새해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으로 꼽히는 북아현뉴타운을 대해부했고요, 최근 재계에서 붐이라는 AI 전담 조직 설립 트렌드와 LG가 합작했다는 마그나에 대한 심층 분석 기사도 준비했습니다.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1호 (2021.01.06~2021.0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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