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확진자도 변호사시험 볼 수 있다"..시험은 예정대로

이수정 2021. 1. 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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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응시 제한 효력 정지
과도한 직업선택 자유 침해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도 5일부터 열리는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변호사 시험을 하루 앞둔 4일, 헌법재판소가 법무부의 ‘제10회 변호사시험 공고’ 중 일부 효력을 정지하면서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시험 응시 자체를 막은 건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간 실시되는 변호사 시험은 예정대로 치러진다. 법무부는 “헌재 결정 취지를 존중한다”며 “확진자도 격리된 장소나 병원에서 별도의 감독하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공고는

제10회 변호사시험 시행공고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대리인단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변호사시험 응시자 준수사항공고 위헌 소원 심판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제10회 변호사시험 일시ㆍ장소 및 응시자 준수사항 공고’를 냈다. 공고문에는 “감염병 의심자 중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아 격리 중인 자는 관할 보건소와 협의 후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는 자가격리자의 별도 시험 장소 신청 기간을 2020년 12월 22일부터 2021년 1월 3일 오후 6시까지로 제한했다.

또 추가 공고에서 법무부는 “코로나19 확진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고지했다. 시험장에서 고위험자로 판단되면 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고도 덧붙였다.


헌재 “대책 마련없는 응시 제한은 기본권 침해 우려”

헌재가 4일 효력을 정지한 법무부의 지난해 11월 23일 자 변호사시험 공고 중 코로나19 응시자 유의사항.


이에 대해 헌재는 법무부가 자가격리자나 시험장에서 고위험군 응시자가 발생했을 때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시험 기회를 잃게 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이 공고에 따르면 확진자나 고위험자로 분류되면 그 즉시 시험 응시가 금지되어서, 오히려 의심 증상이 있는 응시예정자들이 증상을 감춘 채 무리하게 응시해 감염병이 퍼질 위험이 있고, 로스쿨생들이 시험 응시를 포기하거나 감염의 위험을 무릅쓸 우려도 있다”고 했다. 헌재는 또 “이 공고로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고, 시험이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할 필요도 인정된다”며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다만 헌재는 “전례 없는 감염병 확산과 변호사 시험의 응시 기간 및 횟수 제한이란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 공고로 로스쿨생들의 직업선택 자유가 침해되는지는 본안에서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로스쿨생들은 법무부의 공고가 응시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12월 30일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냈다. 변호사시험은 1년에 1차례 치러지는 자격 시험이다. 또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이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만약 올해 5번째 변호사 시험을 치는 응시자가 코로나19 확진자이거나 1월 3일 이후 자가격리대상자가 되거나, 시험장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면 5번째 응시 기회를 놓치는 것이 된다.

이들을 대리하는 방효경 변호사는 “이번이 마지막 변호사 시험 기회인 이른바 ‘5시생’들이 법무부가 내건 조건에 해당하면 자동으로 오탈자가 되고 평생 변호사가 될 기회를 박탈당한다”며 “이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변호사 시험 예정대로”
법무부는 변호사 시험을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확진자도 격리된 장소나 병원에서 별도의 감독하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가 격리자는 이미 신청 시기와 무관하게 시험을 볼 수 있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응시자 중 자가 격리자와 확진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 변호사는 이날 헌재의 결정 이후 “법무부가 응시를 못하게 한 사람들에 대해 시험을 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뒤 시험을 치러야지 아무 대책 없이 시험을 강행하면 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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